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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김영현(37) 작가는 10여년 전 어느 출판사가 주최한 방송창작반 교실에서 방송작가라는 직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당시 교사였던 황인뢰 PD가 수강생들이 숙제로 제출한 10분짜리 대본 중 하필 그의 것을 복사해 돌린 일이 ‘화근’이었다. 잘 썼다 못 썼다는 말도 없이 띄어쓰기법을 설명한 것이 다였으나, 당사자는 “혹 이 길이 아닐까?” 하는 직감에 샐러리맨 생활을 작파했다. <간이역II> <테마게임> <애드버킷> <신화>를 거쳐 <대장금>의 수라간에 발을 들인 김영현 작가는 왜 사극이냐는 질문에 실존인물이니 자연히 사극이 된 것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한다. “홍시맛이 나서 홍시라고 했사온데 어찌 홍시맛이 나냐고 물으시오면…” 하고 곤란해하던 장금이처럼. <대장금>은 <허준> <상도>(극본 최완규)의 직계로 이병훈 PD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전문직 사극
新 사극 전성시대 [4] - <대장금> 김영현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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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돌다리 위에서 볕을 쬐고 있던 상궁과 별감들에게 길을 물었다. “촬영? 저쪽에서도 하고, 저∼쪽에서도 하는데, 어디로 가려고?” 의정부 너머에 웅크린 MBC 오픈세트, 산과 계곡과 궁궐과 민가가 오밀조밀하게 고개를 맞댄 축소판 한양에서, <대장금> 제작진은 수라간 창고와 내금위 마당으로 팀을 나눠 흩어져 있었다. 발걸음을 아끼려는 계책이려니 했다. 그러나 누명을 쓰고 광에 갇힌 장금이(이영애)를 찍는 A팀도, 내시에게 흥분제를 팔았다가 잡혀온 숙수 강덕구(임현식)를 찍는 B팀도, 도무지 한 장면 촬영을 끝낼 줄을 몰랐다. “네 시간을 이렇게 앉아 있었다고! 어이구, 목이야.” 산속 맨흙 위에 무릎 꿇은 임현식의 탄식과 함께 날씨는 자꾸만 추워져갔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지난 10월15일은 <대장금> 제작진에게 매우 힘든 날이었다. 운이 나쁜 날은 스물네 시간 내지 스물여섯 시간을 꼬박 촬영한다고 했는데, 이날이 바로 그날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문
新 사극 전성시대 [5] - <대장금> 촬영현장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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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를 맞은 인디다큐페스티발은 올해 행복한 고민에 휩싸였다. 이제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영화제로 자리매김한 이 행사의 메인 프로그램이랄 수 있는 국내신작전이 유난히 풍작이어서 상영작 선정에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프로그램팀의 최종 결정은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선보이자는 것. ‘실험, 진보, 대화’의 슬로건에 부합한 신작전의 작품들은 장·단편 19편으로 예년보다 풍성하지만, 이 작품들을 모두 선보이기 위해선 작품당 1회 상영으로 한정해야 하는 난점이 있었다고 한다(예비 관객은 관람 계획에 참고하시길!). 올해 국내신작전 상영작들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회의 다양한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사건들을 다각도에서 포착한 작품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오랜 세월을 투자한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는 사실. 뉴스와 드라마를 차용하는 등의 형식적 시도도 부쩍 대담해지고 다양해졌다는 것이 프로그래머의 전언이다. 이번 인디다큐페스티발은 국내신작전 외에도, 해외에서 화제가 된 신작 다
인디다큐페스티발 200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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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백>
“한눈은 말랐으되 다른 한눈은 젖어 있던 동료 촬영감독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세상과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돌리는 이들에겐 ‘젖은 눈’과 ‘마른 눈’이 함께 필요하다. 피조물을 향한 시선에는 온기와 물기가 있어야 하지만, 기록하는 이로서는 언제나 냉철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막이 오름과 동시에 자막으로 뜨는 ‘헌사’가 알려주듯 <플래시백>은 다큐멘터리스트의 일과 인생을 돌아보는 자기 성찰적인 작품이다. 평생 다큐멘터리 작가로 살아온 감독은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데 힘을 기울여왔지만, 점차로 남의 인생을 조명하는 것에 회의와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남의 인생을 필름 캔에 가두거나 세상에 노출할 권리가 과연 자신에게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길 무렵, 그는 자신이 중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수술대로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지나온 인생과 작업물을 반추해본다. 인생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독의 진한 사색이 담긴 이 작
인디다큐페스티발 200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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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 열풍에 이은 <스캔들> 흥행, 젊은 사극이 대중 사로잡은 까닭은?
사극이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하 <스캔들>)가 개봉 2주 만에 전국 200만 관객을 동원하고 <황산벌>이 <스캔들> 못지않은 예매스코어를 보여주면서 사극은 갑자기 한국영화의 새로운 주류로 부상했다. 눈길을 TV드라마로 돌리면 사태는 더 분명해진다. <다모>로 말미암은 폐인 열병이 수백만 젊은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더니 이번엔 <대장금>이라는 아리송한 제목의 사극이 방송 4주 만에 주간시청률 1위로 떠올랐다. “내가 너에게 무엇이더냐?”, “통하였느냐?” 같은 고풍스런 문어체 말투가 유행어가 되는가 하면 한복과 궁중음식에 대한 관심도 전에 없이 뜨겁다. 대체 사극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갑자기 옛것이 첨단 기술과 최신 유행을 마다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홀리고 있는 것인가?
현재 대다수 언론이 사
新 사극 전성시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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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
전형 | <여명의 눈동자> <비천무> <일출봉>
변형 | 최근 범죄영화의 형사들을 연상시키는 포교들의 말투, 과학적 수사, 대의명분과 물적 근거가 분명한 혁명세력에 대한 묘사, 친남매의 애정관계, 신분을 의식하지 않는 사랑, 주인공이 다 죽은 비극적 엔딩.
캐릭터 | 공적인 자리의 무게 때문에 채옥을 향한 사랑을 숨겨야 하는 황보윤, 대의명분이나 이해관계보다 사람에 대한 도리를 중시하는 혁명가, 사랑하는 이의 성공에 누가 될까 사랑을 숨기는 채옥 등.
명대사 | “길이라는 것이 어찌 처음부터 있단 말이오. 한 사람이 다니고 두 사람이 다니고 많은 사람이 다니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법… 이 썩은 세상에 나 또한 새로운 길을 내고자 달렸을 뿐이오.” “너를 마음에 두고부터 나는 깊은 잠을 자 본 적이 없다. 이제 깊은 잠을 잘 수 있겠구나.”
스캔들
전형 | <위험한 관계> <발몽> <사랑보다
新 사극 전성시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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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 문익환 목사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풀어줄 것 같지는 않다. 45년의 두터운 세월을 홀로 버틴 비전향 장기수 김선명의 신념을 온전히 보여준다는 건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욕심이 아닐까. <선택>은 그의 신념 혹은 이념을 ‘선동’하거나 ‘선전’하고자 하지 않는다. 자신의 끔찍한 운명을 끝내 사랑한 한 인간을 차분히 응시할 뿐이다. 그 삶의 방식은 0.75평 감옥 안이나 밖이나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는 생의 조건을 견디는 가르침일지 모른다. <선택>을 보다보면 또 다른 김선명이라 할 홍기선 감독이 궁금해진다. ‘비린내나는 리얼리즘’영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를 만들고 <선택>을 내놓기까지 10년. 그는 왜 그 먼 길을 그토록 힘겹게 걸어왔을까? 80년대 영화운동을 주도했던 장산곶매에서 홍 감독과 함께했던 이은 감독이 그 질문을 대신 해주었다. 홍기선 감독과 이은 감독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
영화 <선택>의 선택 [1] - 홍기선 vs 이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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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 고민이 되는 건 세속적인 걸 버리면 편한데, 현실에선 그냥 미련을 버린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학교에서는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하고 그게 옳지만, 현실에선 분명히 침략인데 그걸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또 정부에선 파병을 이야기하고. 혼란스럽죠.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은 그냥 본질적인 가치로만 산단 말이죠.
홍기선 | 나는 걱정 안 해요. 내가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은 | 아니, 정치에 신경 안 쓰더라도 당장 파병하면 나와 아주 가까운 누군가가 가서 사고를 당할 수도 있잖아요. 마음을 비우고 딱 잊어야 할지, 아니면 시민단체와 함께 국회 앞으로 가서 시위를 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거죠.
홍기선 | 그냥 마음으로만 반대할 사람은 그렇게 하고 시민단체와 더불어 움직일 사람은 그렇게 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입장에서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이거 보면서 <아리랑>은 어떻게 풀어야 할지 뭐라도 떠올랐나요? 사실 <아리랑>은 여러 곳
영화 <선택>의 선택 [2] - 홍기선 vs 이은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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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선택>의 김선명은 홍기선 감독의 명백한 페르소나이지만 배우 김중기의 초상이기도 하다. ‘통일’이란 단어에 온 신경을 날카롭게 세우는 김선명의 모습은 1988년 판문점으로 북쪽 학생 대표를 만나러 가겠다며 날을 세웠던 김중기의 눈빛과 겹쳐진다. 그때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배우 김중기가 한때 서울대 총학생회 조국통일추진위원장으로 격렬히 투쟁했다는 이력은 아득히 먼 과거가 돼버렸다. <선택>의 놀라움은 에둘러가지 않는 방식으로 그 아득함과 대결해 지금도 유효한 살아 있는 그 무엇으로 전해준다는 점이다. <선택>은 배우 김중기가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새삼 궁금하게 만든다. 노년의 김선명이 0.75평 안의 감옥에서 무언가 득도한 듯 초연한 태도로 삶을 다스리는 모습이 자꾸 인간 김중기의 실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무 반성한 것 같기도 하고 아예 반성을 못한 것
영화 <선택>의 선택 [3] - 배우 김중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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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이분법적으로 나누지 않는 구도다. 인상적인 건 ‘청소’ 마크를 단 소지들이 교도관을 대신해 장기수들에게 폭력을 일상적으로 가하는 장면이다. 물론 그들도 피해자로 분류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내가 감옥에 있을 때 본 소지들도 그랬다. 저쪽에 붙어 혜택도 많이 받고. 가해자 오태식도 결국은 체제 대립의 희생양이다.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장기수들은 북에서도 ‘잊혀진 존재’가 됐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으나, 장기수 분들도 저쪽 체제의 피해자다.
-<선택>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은.
=(환갑을 맞아 동료들이 넣어준 부식 중에서) 나직이 사과를 베어먹는 장면, “야, 첫눈 온다”라는 소릴 듣고 창 밖을 내다보는 장면, 출소하는 날 핸드헬드로 방 안을 휘둘러보다가 내레이션 들어가는 장면. 눈오는 장면에선 다른 죄수들과 동화돼 감옥생활을 편하게 자기 운명으로 받아들인 듯한 느낌이어서 그랬고, 나갈 때 장면은, 음
영화 <선택>의 선택 [4] - 배우 김중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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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의 아름답고 짜릿했던 현장의 기억들 #1
제8회 부산의 축제를 알리는 개막식의 올해 사회자는 박중훈과 방은진씨. 박중훈씨의 특유의 유머와 영화제 단골사회자 방은진씨의 노련함으로 활기찬 막이 올랐다.
야쿠쇼 고지-안성기 오픈토크 10월3일 5시 파라다이스 가든에서 일본의 국민배우와 한국의 국민배우가 만났다. 일본영화 <잠자는 남자>에 같이 출연하기도 했던 두 배우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게 웃음을 건네며 양국의 ‘국민토크’를 나눴다.
정창화-임권택 오픈토크 ‘액션영화의 대부’ 정창화 감독과 임권택 감독의 오픈토크가 파라다이스 야외가든에서 열렸다. 임 감독은 “1955년 정 감독님의 <장화홍련전>에서 제작부 똘마니로 일하며 영화계에 입문했다”며 정창화 감독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임 감독은 정창화 감독에게 액션영화를 한편 더 만들어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제1회 아시아영화인상 마흐말바프에게 환호를! 10월8일 그랜드호텔 2층 볼룸에서
제 8회 부산국제영화제 결산 [2] - 현장 스케치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