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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 서먼 포스터 붙여놓고 ‘아~뵤’
도쿄에서 만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는 헐렁한 검은 티셔츠와 검은 반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탔던, 어느덧 불혹에 이른 감독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타란티노는 함부로 입은 듯한 그대로가 편안해 보였다. 인터뷰도 비슷했다. 그는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길고도 분방한, 가끔은 어긋나기도 하는 답변을 수다스럽게 늘어놓았다. <킬 빌>이 그의 어떤 영화보다도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저 영화광처럼 느껴지는 그 모습이 변할까 싶었다. 영화 만드는 일을 ‘모험’(adventure)이라고 표현한 타란티노는 영화 한편이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그 모험을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킬 빌> 1편은 브라이드와 오렌, 두 여전사를 중심으로 내세운다. 미국 액션영화로서는 드문 경우인데, 어떻게 이런 착상을 하게 됐는가.
=나는 일본영화와 홍콩영화를 무척
매혹적 액션영화 <킬 빌>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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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오마주를 날려~
쿠엔틴 타란티노는 <킬 빌>을 스튜를 끓이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했다. 무엇으로 끓였는지 모른다고 해서 스튜 맛이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어떤 희귀한 재료가 들어갔는지 안다면 감회는 각별할 터다. 이것은 아마도 길고도 긴 타란티노의 레시피 목록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순서는 가나다순이다).
<검은 도마뱀> 후카사쿠 긴지의 1968년작으로 괴도 검은 도마뱀의 활약을 그린 영화다. 오렌이 ‘죽음의 88인회’를 이끌고 도쿄를 활보하는 모습은 숱한 범죄자들을 거느렸던 검은 도마뱀을 모델로 삼은 것이다. 이 영화는 인기가 많아서 <흑장미의 관>이라는 외전을 낳기도 했다. 에도가와 람포 원작을 미시마 유키오가 희곡으로 각색한 작품.
<그들은 그녀를 애꾸라 부른다> 원제가 <Thriller - en grym film>인 이 스웨덴 영화는 매음굴에 팔려간 소녀가 스스로 복수에 나서는 성인영화다. 타
매혹적 액션영화 <킬 빌> 그리고 쿠엔틴 타란티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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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을 향해 돌을 던져라
영국의 퀴어감독 데릭 저먼(1942∼94)은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흘러든 예술가였다. 르네상스 시대 정신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르네상스 맨이었던 그는 화가로 출발해 불꽃같은 영화를 만들었고 글을 책으로 묶었으며 누구보다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가꾼 탁월한 정원사였다. 이성애적 질서와 자본주의적 논리의 지배를 묵시록적 징후로 바라보았던 데릭 저먼에게 영화는 실락원을 찾아 헤매는 몸부림이거나 그가 창조한 파라다이스였다. 문화학교 서울은 11월1일부터 14일까지 데릭 저먼 감독의 장편 전작과 실험 정신의 첨단을 엿보게 하는 단편, 뮤직비디오까지 총 26편을 서울 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하는 회고전과 두 차례의 강연을 마련했다. 탐미적이면서도 통렬한 데릭 저먼의 영화세계를 온전히 탐험할 수 있는 이번 기회는, 황홀한 도피와 차가운 각성을 선사할 것이다.
에이즈 합병증으로 숨지기 1년 전, 데릭 저먼은 <BBC>의 인터뷰에 응했다. “당신이 어떻
급진적 퀴어 감독 데릭 저먼 회고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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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추천작7편 - 전통과 전복이 공존한다
세바스티안 Sebastian
성 세바스티안은 보티첼리, 베르니니, 소도마 등에 의해 화살로 고슴도치가 된 미청년으로 묘사한 순교자다. 데릭 저먼은 군인임에도 신앙을 이유로 훈련을 거부하는 세바스찬과 그를 벌하는 상관 세베루스 사이의 긴장을 사도마조히스틱한 동성애 관계로 그렸다. 심신의 고통으로 팽팽해진 근육과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자들처럼 뒤엉킨 팔다리가 가히 남성 누드의 황홀한 향연을 이룬다. 모든 대사가 고대 라틴어로 촬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에로틱하다는 평판에 힘입어 런던 개봉 당시 “파졸리니 영화의 흥행기록을 깼다”는 것이 감독의 자랑. 주로 부유한 동성애자들의 사재로 제작비를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탈리아 사르디니아에서 촬영하는 호사를 누렸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서 자아가 대변되는 해방감을 느낀 게이 관객의 반응이 데릭 저먼의 의욕과 연대감을 크게 자극했다.
희년 Jubilee
엘리자베스 1세의 희망에 따
급진적 퀴어 감독 데릭 저먼 회고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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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의 마지막 장이 열리다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11월5일 밤 11시 세계 동시 개봉이라는 초유의 일정을 잡았다. 이걸 오만한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세기말의 1999년, <매트릭스>가 개봉되자 세상은 이 영화가 일으킨 ‘소란’을 ‘문화 현상’이라고 일컬었다. 철학자, 종교학자, 과학자들이 <매트릭스> 따라잡기에 뛰어들었다. 그 최종 마무리를 어느 한곳에 먼저 풀어놓지 않겠다는 건 흥미로운 배려다. 오만한 건 2편의 마케팅이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니. 이야기의 진폭을 넓혀가다 툭 멈춘 듯한 영화에 일부에선 혹평을 쏟아냈다. 최종편을 앞두고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 안에 마련된 세계 첫 시사회도 어둠이 내려앉은 뒤 조용하게 열렸다. 다음날의 인터뷰 역시 조그마한 소란도 없이 나직이 진행됐다. 그러나 영화는 조용하거나 움츠러든 기색이 전혀 없다. <스타워즈>의
<매트릭스3 레볼루션> 세계 첫 시사회에 다녀오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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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휴먼의 미래는 무엇인가
철학하는 액션블록버스터라고는 하지만 한낱 SF 오락물에 일희일비하는 건 코미디일 수 있다. 이야기의 전제가 허무맹랑하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의 석학들이 철학, 종교, 과학의 세 측면에서 <매트릭스> 1편의 화두를 파고드는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다>(Taking The Red Pill, 굿모닝미디어 펴냄)는 그 전제가 충분히 근거있다고 말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설립자이자 Java와 Jini 등을 개발한 빌 조이는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라는 글에서 유전자 공학, 나노 기술, 로봇 공학의 현재 발전 속도라면 2030년까지 인간과 같은 수준의 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가능하리라고 본다. 그 근거가 과학적이나 놀라울 게 없는 이런 예측은 다음과 같은 생각 때문에 그를 근심으로 몰아넣는다. “우리 자신을 단계적으로 로봇 기술로 대체시켜 마침내 우리 의식을 로봇 속에 다운로드시킴으로써 영원히 살게 되리라는” 꿈이
<매트릭스3 레볼루션> 세계 첫 시사회에 다녀오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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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누 리브스 인터뷰
난 <매트릭스>의 모든 것이 좋다
-키아누 리브스는 검은 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매트릭스> 속 네오처럼 걸어들어왔다. 3부작을 끝낸 그의 표정에선 홀가분하다기보다 허탈한 기운이 느껴졌다. ‘비교해달라’는 질문이 나오기만 하면 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했다. 스포일러 때문에 일부 중요한 답변을 삭제해야 했다.
=3편에서 보여지는 네오의 운명에 대한 생각은. 이 세계는 지속될 것이라는 것과 우리는 그와 같은 또 다른 영웅을 원한다는 것. 오라클이 말했던 매트릭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계속된다. 어쨌든 네오는 깨닫게 된다. 정말 강한 정체성을 갖게 된다. 토머스 앤더슨이라는 것과 분리되어 평화를 갈망하는. 정말 멋진 혁명이 일어난다. 난 그것이 정말 좋다. 난 <매트릭스>의 모든 게 좋다.
-당신은 네오의 일부가 스미스 요원이 되는 사실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나. 그는 머신시티로 간다. 그 머신시티는 에너지를 받아서 소비하
<매트릭스3 레볼루션> 세계 첫 시사회에 다녀오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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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프로듀서는 퇴직한 뒤에도 MBC에 책상과 컴퓨터가 그대로 놓여 있을 만큼 거물로 인정받는 인물이다. 83년부터 90년까지, 그가 직접 연출한 <조선왕조 오백년>의 에피소드만 해도 400편을 훌쩍 넘길 정도. 사극의 장인이라고 할 만하지만, 그는 90년대 접어들면서 현대적인 인물을 도입한 <허준> <상도>로 사극의 또 다른 경지를 개척했다. 97년에 쓴 논문에서 이미 2000년대 사극의 경향을 정확하게 예측한 이병훈 PD를 숨가쁜 <대장금> 촬영현장에서 만났다.
-장금은 조선왕조 실록에 아주 짧게 언급될 뿐이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발굴했는가.
=<허준>을 연출하면서 의녀에 관한 기록을 뒤졌다. 그중에서 1995년 중앙대 교육학과 박사논문이 장금에 관한 언급을 싣고 있었다. 중종이 “내 병은 여의(女醫)가 안다”라고 말한 거였는데,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의녀는 천민이었고, 의관을 보좌하는 역할이었다. 그런
新 사극 전성시대 [6] - 이병훈 프로듀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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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어떤 희한한 장난을 쳤을까?
올해 부산영평상은 <살인의 추억>의 봉준호 감독에게 감독상을,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에게 작품상을 각각 수여했다. 상의 기준과 권위에 절대적 신뢰를 표하지는 않더라도 여기엔 나름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영화아카데미 11기 동기로 출발한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만큼이나 서로 다른 성향과 연출 스타일을 가졌다.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통해 이른바 ‘웰메이드 상업영화’의 한 예를 보여줬다면 장준환 감독은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에서 고집스러운 자기만의 세계를 자유로운 공기 속에 흩어놓았다. 단순한 구분인지 몰라도 한쪽은 몇수 앞을 내다보는 치밀함과 영리함이, 다른 한쪽은 무던한 성격에도 털어지지 않는 아집이 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평상이 봉준호에게 작품상보다는 감독상을, 장준환에게 감독상보다는 작품상을 수여한 것에도 비슷한 시각이 묻어 있는 것은 아닐까.
영화 감독의 뮤직비디오 촬영현장 [1] - 봉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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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구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
장준환 감독의 뮤직비디오 현장은 봉준호 감독의 현장과 촬영 시간대가 정반대다. 밤신만 필요로 하는 봉 감독의 현장은 까매진 하늘 아래 부지런을 떨고 동트기가 무섭게 자릴 뜬다. 장준환 감독이 연출하는 뮤직비디오엔 낮신밖에 없다. 사람들은 동터오는 하늘보다 먼저 현장에 나갔다가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햇빛의 끝자락까지 밟은 뒤 촬영을 접는다.
오후 4시인데도 이곳은 춥다. 아침 라디오 기상캐스터도 예견했었다. 10월15일인 오늘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되겠고, 강원도 지역은 영하권을 맴도는 곳도 일부 있겠다고 주의를 내렸다. 그래도 이 정도면 늦가을 날씨 이상이다. 태백을 지나 31번 국도로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강원도 철암의 장성광업소 철암지부. 까만 석탄먼지로 덮인 회흑빛깔 때문인지 주변을 원처럼 두른 산들이 햇빛을 가렸기 때문인지 여기 추위는 유난히 두렵다. 탄차들이 와서 석탄을 쏟아내고 간다는 적탄장에 장
영화 감독의 뮤직비디오 촬영현장 [2]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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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의 처연한 칼바람이 휩쓸고 간 자리에 또 다른 칼바람이 불고 있다. 말 달리는 벌판 대신 도마 위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의 진원지는 조선조 중종 때의 대전 수라간. 신분과 성의 멍에를 뛰어넘어 의녀로 대성한 실존 인물 서장금의 일대기를 그린 MBC 50부작 드라마 <대장금>(연출 이병훈, 극본 김영현)은 일사천리로 대중의 입맛을 휘어잡았다. 달포 전만 해도 신비한 악기인지 희귀한 비단인지 알쏭달쏭했던 ‘대장금’이라는 이름은 금세 ‘장금이’로 친숙하게 회자되고 있으며, 10월14일 방영된 10회분 시청률은 38.4%(AC닐슨 집계)에 이르러 애초 경쟁구도가 부각됐던 다른 방송사의 궁중사극을 멀찌감치 앞서나갔다.
TV사극의 진화를 운위하게 만든 일련의 드라마 가운데, 지극한 순애보와 함축적 대사, 감각적인 액션과 비주얼로 젊은 시청자를 사로잡은 <대망>과 <다모>를 한 갈래로 묶을 수 있다면, <대장금>은 같은 연출자의 작품인
新 사극 전성시대 [3] - <대장금>의 네가지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