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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브렌턴 스웨이츠)은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대학생이다. 사고로 하반신을 쓸 수 없게 되었지만, 보통 이상의 두뇌를 가진 MIT 공대생이며, 헤일리(올리비아 쿡)라는 이름의 예쁘고 착한 여자친구와 서로 척하면 척일 정도의 죽마고우 조나(뷰 크냅)도 있다. 어느 여름, 세 친구는 미국 횡단여행을 하던 중 천재 해커 ‘노마드’가 보낸 의문의 메시지들을 받고 그를 추적하다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도착하는데, 그를 만나기는커녕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이상한 격리시설에서 깨어나게 된다.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는 데이먼(로렌스 피시번)의 감시 아래 놓이게 된 닉은 다른 두 친구를 데리고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정체불명의 음모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 따름이다.
<더 시그널>은 2000년대에 만들어진 다양한 SF영화와 드라마들을 떠올리게 하는 가운데 색다른 전략을 구사한다. 불안한 젊은이들이 이상 현상을 겪은 뒤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되는 부분은 <아키라>
색다른 전략의 SF영화 <더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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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프 스테드먼의 여정에 함께한 우정의 아티스트는 바로 조니 뎁이다. 그는 랠프가 자신의 출연작들인 테리 길리엄의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1998),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등의 포스터 작업을 맡으며 알게 됐고 이후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눴다. 1936년생인 랠프 스테드먼은 60년대 영국 사회와 정치를 강도 높게 풍자하는 카투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헌터 S. 톰슨과 이른바 ‘곤조(Gonzo) 저널리즘’을 창시했다. 취재 대상과의 거리두기를 신경 쓰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찰해, 가끔은 부득이한 범법을 저지르게 되더라도 생생한 1인칭 시점의 기사를 서술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이처럼 수고스러운 장편 데뷔작을 만든 찰리 폴 감독의 태도도 그런 것인지 모른다. 최초 공개되는 랠프의 작업실에서 그만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엿보고, 진솔한 인터뷰를 끌어낸 것은 물론 랠프의 개인 자료들에 제한 없이 접근했다. 물론 카
최초로 공개되는 랄프의 작업실 <랄프 스테드먼 스토리: 이상한 나라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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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오른쪽!” 장애물을 피하며 탑을 오르는 기사의 뒷모습이 보인다. 그 기사를 조종하며 모니터를 향해 소리 지르는 조니, 그 옆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마르코, 그들의 친구이자 리더인 레오. 이 세 소년은 최근 액션 어드벤처 게임 <킹덤 힐>에 열심이다. 그런데 <킹덤 힐> 속 세계에 바일러스 왕이 쳐들어왔다. 왕과 왕비가 납치되고 아만다 공주만 가까스로 달아났다. 여기서부터는 게임 속 얘기가 아니다. 아만다가 달아난 곳은 소년들이 사는 현실세계. 그들은 이제 직접 게임 속 기사가 되어 왕국을 구해야 한다.
<로보싸커>는 게임이라는 소재에 최적화된 애니메이션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컴퓨터 게임을 ‘바일러스 왕이 쳐들어온 킹덤 힐’로 설정하고, 위기를 풀어가는 과정은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미션 수행과 닮아 있다. 미니 축구 시합으로 플레이를 익히고, 쫓아오는 자객을 피해 아만다를 구한 뒤, 킹덤 힐로 들어가 장애물 가득한 탑에 오른다. 직접
게임 속 기사가 되어 왕국을 구하라 <로보싸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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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올랭피아>가 파리를 떠들썩하게 만들 무렵, 언니와 함께 화가의 꿈을 키우던 베르트 모리조(마린느 델테르메)는 그림 연습을 위해 찾은 미술관에서 우연히 마네(맬릭 지디)를 만난다. 베르트에게서 영감을 얻은 마네는 그녀에게 자신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그의 작업이 궁금했던 베르트는 마네의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마네의 작업이 진행될수록 마네에 대한 베르트의 감정은 점점 더 깊어만 가고, 그림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마네에 대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뒤섞이면서 베르트를 흔들어놓기 시작한다.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는 ‘마네에게 영감을 준 뮤즈’ 혹은 ‘인상파 최초의 여류화가’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삶을 담백하게 영화의 중심에 놓는다. 그래서 한국어 제목과 달리(이 영화의 원제는 <베르트 모리조>이다) 영화 속 베르트 모리조는 ‘마네의 여인’이라기보다 그림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그림에 담아내려
화가 베르트 모리조의 삶 <마네의 제비꽃 여인: 베르트 모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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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피포’의 뜻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을 뜻하는 영어, ‘a lot of people’(어 랏 오브 피플)을 빠르게 읽을 필요가 있다. <라라피포>는 도쿄 거리에서 스쳐가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조금씩 관계 맺고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여섯명의 인물을 스케치하듯 짧게 보여준 뒤 각각의 이야기를 깊이 파고든다. 히로시(미나가와 사루토키)는 누군가에게 고백하는 것만으로 그들을 겁에 질리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뚱뚱하고 못생긴 남자다. 그는 매일 밤 위층에서 들려오는 섹스 소리를 들으며 자위를 한다. 어느 날 술집에서 뚱뚱하고 과도하게 귀여운 여인 사유리(무라카미 도모코)를 우연히 만난 그는 드디어 섹스에 성공한다. 사유리는 자신의 성행위 장면을 셀프 촬영한 뒤 이를 판매하는 AV 배우다. 히로시의 윗집 남자 겐지(나리미야 히로키)는 AV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거리를 헤매는 헌팅남이다. 겐지에게 걸려든 도모코(나카무라 유리)는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만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
모두 외로운 사람들 <라라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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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이라는 이 매력적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원나잇 온리>는 제목 그대로 딱 하룻밤 동안 일어나는 두개의 이야기를, <밤벌레>와 <하룻밤>이라는 두편의 작품으로 엮어낸 옴니버스영화다. <인생은 새옹지마>를 만든 김태용의 <밤벌레>는 인터넷 채팅으로 게이들을 불러내 호프집 사장과 짜고, 자신이 ‘관리’하는 게이 청년 훈(장유상)을 이용해 돈을 버는 ‘밤벌레’ 한재(박수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재를 사랑하는 훈은 그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지만 한재는 훈의 마음을 버거워만 한다.
<밤벌레>가 조금 무겁다면, 김조광수의 <하룻밤>은 수능시험을 마친 세명의 게이 청년 근호(유민규), 용우(조복래), 상수(김리후)가 이제껏 꿈꿔오던 ‘판타지’를 실천에 옮기는 좌충우돌의 ‘원나잇’을 경쾌하게 담아낸다.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준(정원조)의 모습에 첫눈에 반한 근호는 진주에서 서울까지
‘퀴어 옴니버스’ 영화 <원나잇 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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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교정의 단풍잎을 찍고 있다. 카메라를 든 이는 대학 영화동아리 멤버 민우(탁트인)다. 새 카메라를 장만한 그는 같은 동아리 친구 수나(황보라), 철규(김준호)를 꼬드겨 다큐멘터리 공모전에 낼 작품을 찍으려고 한다. 낮술을 먹은 뒤 학교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세 사람은 우연히 선배의 자동차 열쇠를 손에 넣는다. 이로부터 세 사람의 내장산으로의 즉흥여행이 시작된다. 이들은 호기롭게 길을 나서는데, 시작부터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을 마주치는 불길한 일을 겪는다. 그런데 이들은 사고 현장에 떨어져 있던 내비게이션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차에 장착한 채 희희낙락한다. 어느새 날은 어두워지고 이들은 펜션으로 향한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종착지가 비극이라는 것은 짐작 가능하다. 결말이 뻔한 가운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과정의 신선함이다. <내비게이션>이 선택한 해법은 카메라를 찍는 행위에서 공포 요소를 찾는 것이다. ‘찍다’라는 동사는 ‘촬영한다’는 의미를 지니는 동시에
‘찍히면 죽는다’류의 공포영화 <내비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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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지역 전문 사진사 레베카(줄리엣 비노쉬)는 모슬렘 여성의 자살폭탄 테러 장면을 취재하다가 큰 상처를 입게 된다. 그녀의 열정적인 모습을 사랑했던 남편도 이제는 그녀가 위험한 일을 그만두었으면 한다. 두딸은 엄마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안고 살아간다. 레베카는 자신의 일을 접으려 하지만 평화로운 난민캠프 촬영 의뢰가 들어오자 딸의 요청으로 함께 그곳을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할 수 없었던 위험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녀는 또다시 가족과 심각한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된다.
<천번의 굿나잇>은 때때로 가족의 염려나 사건의 잔혹함을 벗어나 카메라를 잡는 사진작가의 윤리적 딜레마와 이기적 욕망을 소재로 했다. 줄리엣 비노쉬의 여전한 감성 연기와 영화가 제기하는 논쟁적 소재는 주목할 만하지만 이를 잘 조합해냈는지는 의심스럽다. 주인공 레베카는 엄마, 아내, 사진작가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한다. 가족 멜로드라마인지 분쟁지역에서 목숨 건 임무를 하는 여성 사진작가의 감성에
엄마, 아내, 사진작가 사이에서의 동요 <천번의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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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발 KTX 철도민영화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당시 노동자들은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며 투쟁했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을 ‘귀족 노조’라 이름 붙이면서 철도민영화 문제를 ‘그들의 문제’로 고립시키려 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사회문제를 다룰 때 투쟁하는 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라면, <블랙딜>에서는 투쟁의 모습이 전면화되지 않는다. 대신 한국의 4인 가족의 모습을 시작으로 독일과 칠레, 영국, 아르헨티나, 프랑스, 일본 등 전세계적인 공공재 민영화 문제를 조명한다. 가정과 사회 곳곳에 배치된 모니터를 다른 세계로 향하는 문으로 활용하는 등 구성적인 부분에도 신경 썼다.
<블랙딜>이 민영화 문제를 전세계적으로 확장한 것은 나름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공사라는 공기업이 KT라는 사기업으로 탈바꿈했던 한국통신 민영화는 IMF 외환위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결과였다. 이를 떠올려본다면 민영화 이슈만큼은 단일한 문제로 접근하기보다는 전
전세계적인 공공재 민영화 문제 <블랙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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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포매니악 볼륨1>은 중년남성 샐리그먼(스텔란 스카스가드)이 뒷골목에 쓰러져 있던 여성 조(샬롯 갱스부르)를 집으로 데려와 그녀의 특별한 성적 경험담을 들어주는 내용이었다. 유년 시절부터 조는 성에 관한 한 남다른 아이였고, 자신이 누리고 체험할 수 있는 모든 성적행동을 거침없이 실천하며 살아왔다. <님포매니악 볼륨1>은 조의 경험과 기발한 샐리그먼의 해석이 어우러진 영화였다. 여성 색정광 조가 불감증에 걸린 상태에서 볼륨1이 마감되었으니, 볼륨2는 조가 다시 감각을 되찾는 이야기가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님포매니악 볼륨2>는 전편보다 유머는 줄어든 대신 주제가 명료해졌다. 감독의 고전에 대한 취향이나 기독교적인 배경도 전편보다 두드러진다.
무수한 남성을 만난 뒤 조는 첫 남자 제롬(샤이아 러버프)과 조우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은 성적 쾌감을 빼앗아갔다. 조는 삶의 공허함을 느끼게 되고 가학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욕망을 인정하는 것 <님포매니악 볼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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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뒤 취직, 결혼, 육아에 시달려 더이상 불금을 불태울 수 없는 처지가 된 신혼부부 맥(세스 로건)과 켈리(로즈 번)는 대학가 근처에 가정집을 구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옆집에 파티에 목숨 건 대학교 남성 파티클럽인 델타싸이 회원들이 이사온 뒤 이들의 평화로운 일상은 위기에 처한다. 청춘의 전유물인 화끈한 파티에 대한 유혹과 소음으로 인한 불면의 신경증이 뒤섞인 채 맥 부부는 하우스파티 방해 작전에 돌입한다. 아랫배 두둑한 코미디언 세스 로건과 오스트리아 출신 배우 로즈 번이 왕년에 ‘좀 놀아본’ 열혈 육아부모로 나섰다. 할리우드 대표 섹시가이 잭 에프런과 제임스 프랭코의 동생으로 유명한 데이브 프랭코가 이들과 맞서는 혈기왕성한 대학생으로 출연한다. 이른바 ‘애니멀 하우스(너저분한 남성 클럽 하우스)’ 장르와 ‘올드 스쿨’ 섹시 코미디 장르를 두루 짜맞추었으나 초반부터 영화는 중심 없이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 파티를 꽤 유혹적인 것으로, 신혼부부가 겪는 육아의 곤경을 역겨운 것
올드보이들의 즐거운 반란 <나쁜 이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