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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이효)는 세상의 모든 고통을 짊어진 듯 보이는 소녀다. 보기에 따라 고등학생으로도, 대학생으로도 보이지만 학교에 다니지 않기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미조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고 이후 입양됐으나 입양부모에게 성폭행을 당한 아픈 과거를 지녔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상태에 다다른 미조는 자신의 친부를 찾아가 그에게 복수하기로 마음먹는다. 미조의 친부 우상(윤동환)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냉혈한이다. 퇴직 경찰인 우상은 닥치는 대로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죄책감 따위는 느끼지 않는다. 미조는 그런 우상에게 자신이 입은 상처를 되돌려줄 수 있을까.
2000년에 등장한 <대학로에서 매춘하다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라는 긴 제목의 영화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감독 남기웅은 이후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를 만들며 B급 하드코어 판타지 장르에 있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미조>
불쌍한 소녀 대 나쁜 어른 <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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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에 부적절한 사생활’로 인해 작은 마을로 좌천되어 내려온 파출소장 영남(배두나)은 마을 사람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한 채 매일을 술로 살아간다. 하지만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에게 학대받고, 학교에서도 따돌림받는 소녀 도희(김새론)에게 영남의 등장은 구원과도 같다. 도희를 우연히 도와주게 된 영남은 그녀를 용하로부터 떼어놓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며 돌보기로 결정한다.
‘두명의 상처 입은 영혼이 자신의 아픔과 외로움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는 이야기’라고 쉽게 정리하고 싶겠지만, 사실 <도희야>가 건드리고 있는 이야기의 결들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영화는 도희와 영남(그리고 영남의 여자친구 은정)을 하나로 묶은 뒤, 이들의 문제를 ‘감정적’ 차원으로 접근하지만, 이들의 대척점에 놓인 불법 이주노동자들과 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이데올로기적’ 차원으로 접근한다. 이러한 불균질성이 관객의 마음을 힘들게 만든다. 문제는 ‘소수자’라는 이름으로
두명의 상처 입은 영혼 <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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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동일본 대지진이 자연재난이 아니었다는 가정으로 시작한다. 시간을 더 거슬러 1954년 비키니섬에서 행해진 핵실험 또한 다른 목적이 있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포드(애런 존슨)는 15년 전 일본에서 살던 시절, 그 사건으로 인해 어머니(줄리엣 비노쉬)를 잃었다. 이후 해군 장교가 된 그는 아내 엘르(엘리자베스 올슨)와 행복하게 지내지만, 일본에 남아 과거의 사건을 계속 연구 중인 아버지 조(브라이언 크랜스턴)와는 사이가 썩 좋지 않다. 한편, 필리핀 정글에서 화석화된 매우 크고 오래된 방사능 잔존물이 발견되는데, 고질라를 찾기 위해 평생을 바친 세리자와 박사(와타나베 겐)는 그 공포의 괴수의 존재를 직감한다.
<고질라>는 앞서 만들어진 롤랜드 에머리히의 <고질라>(1998)처럼 그저 도시를 파괴하는 괴물이기보다, 오히려 지구의 균형을 되찾아주기 위해 나타난 구세주 같은 존재인 것. 폐쇄돼 있던 일본의 잔지라 원자력 발전소를 시작으로 하와이를
지구를 위해 나타난 구세주 <고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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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의 일부와도 같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눈물을 흘릴 수도 없습니다.” 탐(자비에 돌란)은 친구 기욤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욤의 가족이 살고 있는 농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기욤의 애인이기도 했던 탐은 마음껏 슬퍼할 수 없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욤의 어머니(리즈 로이)는 아들에게 다른 애인이 있다고 믿고 있으며, 기욤의 형인 프랑시스(피에르-이브 카디날)는 이상할 정도로 탐에게 적대적이다. 동시에 이들은 탐이 농장에 계속 머물기를 바라고, 결국 탐은 이 가족의 기묘한 분위기 속으로 조금씩 침잠해 들어간다.
최근 <로렌스 애니웨이> 등의 작품으로 예민한 감수성을 선보인 자비에 돌란이 동명 연극을 원작으로 만든 <탐엣더팜>은 긴장을 놓지 않는 이야기와 이야기에 녹아들기를 거부하는 이미지를 통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먼저 주목할 것은 배경 설명 없이 던지는 대사와 갑자기 벌어지는 사건들로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법이다. 영화는 ‘탐이 애인의
친구이자 애인의 장례식 <탐엣더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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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7인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 7인에 의해 차례로 불려나와 지난 5월9일 발생한 사건의 진실을 자백하기를 강요받는다. 테러리스트 집단인 그림자들은 권력의 중심과 일대일로 맞서기 위해 과격한 폭력을 동원한다. 이들은 권력(공수부대, 경찰, 미군, 조직폭력배, 국정원 직원 등)의 가짜 복장을 입고 권력이 가한 수위를 능가하는 폭력을 용의자들에게 가한다. 피해자들이 권력의 옷을 입고 더 큰 폭력을 가하게 되는 서글픈 아이러니다. 영화는 10일 동안 10회차의 촬영으로 완성되었다. 감독, 각본, 제작, 촬영 모두 김기덕이 담당했다. 김기덕 사단의 영화 <배우는 배우다>에 이어 마동석은 그림자7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다. <수취인불명>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김기덕 감독과 인연을 맺었던 배우 김영민은 용의자1 및 기타 그림자의 가해자들로 등장하여 1인8역의 다채로운 역할을 소화했다. 이이경, 조동인, 테오, 안지혜 등 젊고 가능성
김기덕의 스무 번째 영화 <일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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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누군가에게 사랑을 고백 중인 테오도르(와킨 피닉스)의 얼굴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그 고백은 그의 것이 아니다. 그는 모든 것이 음성인식으로 작동되는 근미래에 살고 있는 러브레터 대필 작가이며, 깊이 아꼈던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다. 그런 그가 의외의 여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 바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란 이름의 인공지능 운영체제다. 사만다는 따뜻한 목소리와 뛰어난 전산처리 능력을 통해 테오도르가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테오도르는 자신의 육체를 통해 사만다가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 그렇게 둘은 직접적인 접촉보다 밀도 높은 정신적 교감을 나누며, 보통의 연인들처럼 함께 기승전결을 헤쳐 나간다.
<그녀>는 상투적인 로맨스영화의 틀을 갖추고 있으나 그럼에도 충분히 특별해 보이는 영화다. 연애의 과정에 존재하는 다채로운 면면을 단순히 드라마틱한 이야기의 차원으로만 환원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표정들을 시청각적 경험
인공지능 운영체제와의 연애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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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본 감독의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2011)는 <엑스맨> 시리즈에 대한 팬들의 애정을 다시금 샘솟게 만든 훌륭한 프리퀄이었다. 프로페서X와 매그니토의 젊은 시절 이야기, 즉 찰스 자비에와 에릭 랜셔가 어떻게 만났고 또 반목하게 되는지를 그린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는 돌연변이들의 힘의 과시에만 집중했던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과는 다른 노선을 걸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역시 돌연변이들의 능력보다 그들의 사연과 관계에 관심을 보인다. 이것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엑스맨>(2000), <엑스맨2>를 통해 보여준 장기이기도 하다. 그가 11년 만에 귀환해 만든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엑스맨>과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자장 안에서 시리즈의 새 길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브라이언 싱어의 성공적인 복귀작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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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좀비만화>는 류승완 감독의 <유령>, 한지승 감독의 <너를 봤어>, 김태용 감독의 <피크닉>을 묶은 3D 옴니버스영화다. <신촌좀비만화>는 장르나 주제가 아니라 3D라는 기술을 공유한다. 세 감독 모두 3D영화는 처음이다. 류승완 감독의 <유령>은 2012년 일어난 ‘신촌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영화는 고등학생 승호(이다윗)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나 짝사랑하게 된 여우비(손수현), 승호의 또 다른 온라인 친구 비젠(박정민)을 통해 가상의 세계에 갇혀 사는 10대들의 일그러진 초상을 그린다. 류승완 감독은 “냉혹하게 현실을 구현하는 방식으로서의 3D를 고민했다”라고 말했는데, <유령>에서 3D는 판타지를 위한 요소가 아니라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요소로 활용된다.
한지승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멜로 장르에 좀비물을 결합해 <너를 봤어>를 만들었다. 인간과 좀비가 함께 살아가는 미래. 좀비들은
3D 옴니버스영화 <신촌좀비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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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한 줄 알았던 공룡이 비밀의 섬에 살고 있다? 오래전 조로리(김정은)는 위험에 처한 공룡을 구해준 뒤 공룡들과 가까운 사이가 된다. 조로리는 섬에 거대한 비밀문을 만들어 공룡들을 숨겨준다. 어느 날 조로리는 공룡 부부에게서 곧 태어날 아기 공룡을 보러 오라는 초대를 받는다. 공룡섬으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던 조로리는 공룡의 흔적을 쫓는 이들을 만난다. 조로리는 그들을 따돌리고 비밀의 섬으로 무사히 들어가지만 때마침 들이친 비바람에 공룡알과 함께 바다로 떨어져버린다. 거친 물살에 조로리와 공룡알은 바다 멀리 떠내려간다.
<쾌걸 조로리> 시리즈는 하라 유타카의 어린이 동화를 원작으로 만든 TV애니메이션이다. 원작 동화는 누적 발행부수 3200만부를 넘어선 인기 시리즈였고 현재 국내 케이블채널 애니맥스에서 TV시리즈가 방영 중이다. <쾌걸 조로리의 공룡알을 지켜라>는 <쾌걸 조로리의 대대대대모험>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 개봉하는 극장판이다. 가장
국내에서 개봉하는 두 번째 극장판 <쾌걸 조로리의 공룡알을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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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언론의 총체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슬기로운 해법’을 찾아보는 태준식 감독의 작품. 실제 기사와 객관적 지표를 꼼꼼히 살피면서 자기 길을 잃지 않는 균형감을 갖춘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를 통해 새삼 확인할 수 있듯 보수 언론은 집요하고, 꼼꼼하고, 성실하다. 그런 언론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 영화답게 끈기 있게 주제를 파고든다. “중립적 언론이란 허상”이라는 인터뷰 내용처럼 어차피 중립적인 것은 존재하기 어렵다. 핵심은, 불편부당하다는 미명으로 거짓 슬기로운 해법을 설파하는 짓이 문제라는 것이다. <슬기로운 해법>은 2012년 7월 태풍에 관한 뉴스를 전하는 언론들의 태도를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태풍이라는 자연재해를 스펙터클 거리로 보여주는 전반적인 뉴스 중에서도 일간지에 실린 해운대 사진은 압권이었다. 이 사진이 2009년 것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신문사는 조그마한 사과문을 게재하고 파문은 마무리된다.
언론에서 오보는 불가피할 수 있다. 문제는 기획
뉴스를 전하는 언론들의 태도 <슬기로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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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뒤에서 노래를 부르는 ‘백업 가수’들을 통해 팝의 역사를 돌아보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음악에서 시작해서 사회와 인생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다큐멘터리다. 1960년대부터 활약한 백업 가수들은 1980년대까지 호황기를 누렸지만 1990년대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린다. 음악 산업과 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에 더이상 백업 가수들을 필요로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백업 가수의 전성시대는 로큰롤의 개화와 더불어 열린다. 로큰롤 가수들은 백업 가수와 적극적인 협업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발전시킨다. 특히, 블랙 뮤직을 지향한 영국 뮤지션들은 백업 가수의 역량을 십분 활용했다. 1970년대, 음악이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면서 보컬은 가수 이상의 역할을 갖게 되고 백업 가수의 활약도 커지게 된다.
과거 공연 영상은 이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조 카커, 데이비드 보위, 비틀스, 마이클 잭슨과 백업 가수들의 공연 실황 영상에서 음악이 제공하는 환희와 열광을 느낄 수 있다.
‘백업 가수’들을 통해 보는 팝의 역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