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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차승원은 ‘온 가족’을 위한 광고 모델이 됐다. 온 가족을 위한 음료수 광고나 온 가족을 위한 과일 광고, 온 가족을 위한 고추장 광고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아들한테 팔씨름을 지고 나자 망신살이 뻗친 아빠가 괜히 엄한 트집을 잡으려 든다. “아니, 넌 대체 지금 몇 문제를 틀린 거야? 응?” 이 대사는 콘티가 아닌 차승원의 생활 애드리브다. 이들 광고는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차승원에게서 허술하고 짓궂지만 미워할 수 없는 젊은 아빠의 캐릭터를 가져온다. <신라의 달밤> <라이터를 켜라> <광복절특사> <선생 김봉두> 등 비슷한 좌표를 가진 일련의 필모그래피에서 그는 당황스러워 울상짓는 표정, 힘을 줘도 나사가 빠진 것 같은 몸짓, 목이 다 메어오는 처절한 목소리를 자신의 영화와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기호로 만들었다. ‘변신할 생각은 없는지’류의 질문이 자신을 본격적으로 괴롭힐 무렵부터 “굳이 연기 변신을 해야 되느냐”는 대
코미디가 사랑하는 카리스마, <귀신이 산다>의 차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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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주말전국 45만, 평일 8만명. 흥행 수치가 아니더라도 <시실리 2km>는 감독이 궁금해지는 영화다. 배우 임창정과 귀신이 조우했다는 점에서 코믹호러라고 간편하게 장르 분류를 해보지만 딱히 호러라고 볼 수도 없다. 관습화된 예측을 조금씩 어그러뜨리며 자기만의 코드를 뚝심있게 밀어붙인다. 그 사이 관객은 계속 자지러진다. 신정원(30)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과 닮았다. 의외의 단답형 답이 돌아오는 매 순간, 질문자는 무안해지는 동시에 재밌어진다. 그의 입을 쳐다보고 있노라면 “자기 영화가 별로 맘에 들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떠오른다. “아니다. 원래 불만이 많아 보인다. 주위 사람들이 늘 그런다. 뭐가 그리 불만이 많냐고. 덕분에 군대에서 많이 맞았다. 이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기억날 작품이 될 것 같다.” 계원예고, 계원예대를 졸업하고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슬랩스틱 무성영화 <아줌마>와 몇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것이 그의 공
<시실리 2km> 감독 신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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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장할 필요가 있겠어?” 기형이나 괴물 캐릭터를 도맡다시피해온 론 펄먼은 분장 없이도 충분히 독특한 외모를 지녔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에게 따로 분장이 필요없을 거라고도 말한다. 그러나 그건 그렇지가 않다. <헬보이>는 그가 특수분장을 위해 새벽잠을 설친 12번째 영화다. 되짚어보면, 그는 첫 영화 <불을 찾아서>부터 네안데르탈인이었고, <장미의 이름>에선 콰지모도풍의 꼽추 이교도였고, 린다 해밀턴과 함께한 TV시리즈 <미녀와 야수>에선 사자의 얼굴을 한 야수 빈센트였다. 그리고 <헬보이>에선 급기야 얼굴과 몸에 빨간 라텍스를 덧입고, 이마엔 뿔을 엉덩이엔 꼬리를 단, 악마의 아들이 되었다. 자신을 모델로 한 코믹북을 보며 “너무 못 그렸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영화 속의 헬보이에게선, 오십대 중반에도 코믹북 영화의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었던 론 펄먼의 쿨한 매력이 물씬 풍겨난다.
론 펄먼이 보는 헬보이는 ‘히어로’라기보다는 ‘
<헬보이>의 론 펄먼 Ron Per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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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요, 아직 성장중이죠"
선배들과 앙상블 연기에 목마른 유지태가 보내는 편지
언제였더라. 돌풍에 맞서 강호 선배가 카메라쪽으로 다가서는 장면 촬영을 옆에서 보고 있는 날이었어요. 순간적으로 입술을 약간 삐죽이시던데. 야. 저거구나. 시나리오상에서 날 받아줄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최도형 대장의 표정이 그대로 전해져왔어요. 나중에 강호 선배는 강풍기 바람에 날아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 것일 뿐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요. <남극일기>를 품에 넣었던 이유는 바로 그런 것 때문이었을 거예요. 선배 배우들에게 자극받고 또 그들과 앙상블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 말이죠. 이번엔 강호 선배 말고도 박희순, 김경익, 윤제문, 최덕문 등 대학로 연극무대에서 쟁쟁한 이력을 다진 선배들까지 모셔야 할 분들이 한두분이 아닙니다.
제 역할은 김민재. 실제 나이로도 그렇고, 극중 여섯대원 중에서도 막내입니다. <남극일기>에서야 원래 제 나이를 찾게 됐죠. 그래서 기뻐요. <
대장과 막내가 함께 쓴 ‘남극에서 온 편지’ [2] - 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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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했다. 변덕이 죽 끓듯한 뉴질랜드 날씨에 대해 전해 듣지 못한 건 아니었지만, 오후가 되자 햇살은 ‘쌩’ 하고 도망가고 없었다. 대신 으슬으슬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밝게 빛나던 고봉은 삽시간에 자욱한 안개에 포위됐다. 취재진 대부분이 크루즈 타러, 번지점프 하러, 스키 즐기러 자리를 비운 8월8일 오전. 퀸스타운 일대를 2시간 동안 차로 돌며 헌팅을 한 끝에 포커스를 떨굴 자리를 찾아냈던 사진기자는 얼굴을 찌뿌린 낙담한 표정이었다.
“아이고, 반갑습니다.” 환한 얼굴로 손을 내밀며 송강호가 나타난 것도 날씨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무렵. 과묵함을 잃지 않는 표정으로 목례하는 유지태와 함께였다. “이건 좀 자세가 엉거주춤 아닌가?” 촬영이 시작되자 송강호는 빗속에서 셔터를 눌러대는 사진기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내가 잘 알지. 사진은 이 포즈 쓸 거죠?”라며 시종일관 여유어린 넉살로 긴장된 분위기를 풀어줬고, 유지태는 큰형의 재담에 박수치는 막내처럼 고개를 끄
대장과 막내가 함께 쓴 ‘남극에서 온 편지’ [1] - 송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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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세원이 돌아왔다. 문화개혁 시민연대와 시청자 운동에 떠밀려난 토크쇼의 제왕. 2003년 문화계 10대 사건에서 1위를 차지했던 연예계 비리 사건에도 연루되었던 그가 자신의 혐의를 온몸으로 부인하며 방송계 복귀를 선언했다. 그의 손에는 <도마 안중근>이라는 무거운 느낌의 서사영화가 들려 있다. <조폭마누라> <긴급조치 19호> 〈4발가락>을 만들었던 그가 ‘안중근’이라는 묵직한 화두를 내놓은 것은 흥미롭고 동시에 생경하다. 심지어 이번에는 제작자에 그치지 않고 16년 만에 직접 메가폰도 잡았다. 한줄의 뉴스도 제공하지 않고 1월26일부터 3월13일까지 상하이에서 촬영한 그의 두 번째 연출작 <도마 안중근>은 8월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소스원프로덕션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약간 상기되어 보였다. 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하면서 “1년 만에 갑자기 하려니까 어색하네”라고 너스레를 떨던 그는 인터뷰를 위해 자신의 책상에 앉자 진지해졌다.
“따지고보면 내가 충무로 1세대다”, <도마 안중근>의 서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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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없다. 맷 데이먼(33)은 열여덟에 시작한 배우 인생의 5할 이상을, 하염없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젊은이를 연기하며 보냈다. <레인메이커>의 신참 변호사, <굿 윌 헌팅>의 소극적 천재, <리플리>의 애정 결핍증 사기꾼은 하나같이 “나는 누구인가?”라고 들릴락 말락 묻는다. 진보적인 어머니의 건실한 가치관을 익히고 16살부터 스스로 오디션에 줄 설 만큼 일찍부터 인생 계획이 또렷했던 맷 데이먼이라 더욱 역설적이다. 아무리 연기지만 남들보다 몇배로 연장된 사춘기를 사는 일이 왜 고역이 아니겠는가. 그러니 “미 연방정부 소유 재산”이라는 명명백백한 정체성에다 임무에 대한 반문이 아예 금지된 <본 아이덴티티>의 CIA 비밀요원의 역할은 어쩌면 맷 데이먼에겐 반가운 뉴스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만! 기껏 자아투철했던 제이슨 본 요원이 작전수행 중 사고로 말미암아 자신의 관등성명을 포함해 만사를 잊어버리고 만다. 정말 운도 없다.
그처럼
우울한 천재 소년의 성인식, <본 슈프리머시>의 맷 데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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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시사가 아닌 일반시사에서 영화 <시실리 2km>를 봤다고 말을 건네자, 임창정은 “아, 18분 잘라낸 걸로 보셨네요”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자른 것처럼 말하는 품새를 보고, 설마 하는 심정으로 ‘편집실에 갔었느냐’고 물었다. 그는 그렇다고 했다. 자존심은 세 보여도 주변을 다 휘어잡고 싶어하는 기운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그는, 사실 편집에만 관여한 게 아니었다. 조폭 무리와 마을 사람들과 처녀(라기보다 실은 소녀에 가까운)귀신 사이에서 벌어지는 (장르 규정이 어렵지만 임의로) 호러와 코미디의 조합물 <시실리 2km>는, 알고보니 그가 각색과 편집과 제작에까지 공을 들인 영화였다.
공부하는 심정으로 영화의 모든 과정을 배우다
가수를 은퇴한 대신 여유를 벌어들인 임창정은, 배우로서 그리고 공동제작자로서 이 영화의 시작과 끝을 철저히 함께했다고 했다. 자신을 위해 쓰여진 시나리오를 한맥영화 김형준 대표에게 받아서 절친한 동생이자 뮤직비디오 출신의 신인감독
스스로 주인공임을 아는 배우, <시실리 2km>의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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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두나를 만나기 위해서 대학로로 갔다. 배두나는 지금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 중인 연극 <선데이 서울>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두나가 제작비까지 투자한 <선데이 서울>은 박찬욱과 이무영 감독이 함께 쓴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청춘예찬> <쥐>의 박근형이 연출가가을 맡은 작품. 경쟁에서 밀려나기만 하는 냄비 세일즈맨 병호와 아내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가 없는 그 동생 택시기사 정학, 정학을 사랑하지만 먹고살기 위해 몸을 파는 옌볜 처녀 정자가 막다른 골목에서 손잡고 출구를 찾는 이야기다. 벌써 보름 넘게 날마다 무대에 섰던 배두나는 인터뷰를 하던 날도 조금 일찍 극장에 도착해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면서 서둘렀다. 잠깐 슈퍼에라도 들르는 것처럼 흰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신경 써서 손질하지 않아 뻗친 머리카락 그대로 나타난 배두나는 더위 탓인지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지만, 곧 묻지 않아도 혼자 열심히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연극 <선데이 서울>에 출연 중인 배우 배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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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하드> 같은 액션영화를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그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하는 행동이라고는 비명을 지르는 일뿐이다.” 자주 맡던 로맨틱한 캐릭터와 동떨어진 <언더월드>의 배역을 왜 맡았냐는 질문에 대한 케이트 베킨세일의 답변이다. 과감한 승부수였던 <언더월드>의 셀린느 역은 그녀에게 행운을 몰고 왔다. <언더월드>를 연출한 렌 와이즈먼과의 재혼, <언더월드> 후편의 기획, 그리고 <반 헬싱>의 안나 발레리우스 역이 그의 손아귀에 들어왔다.
<반 헬싱>의 안나 역은 케이트 베킨세일에게는 바둑으로 치면 ‘복기’에 가깝다. 늑대인간과 흡혈귀의 대결구도, 악을 일깨우는 동력이 되는 인물을 둘러싼 쟁탈전, 주인공이 괴물사냥꾼이라는 것 등 <언더월드>와 <반 헬싱>은 유사한 설정이나 겹치는 캐릭터가 많다. 다만 무대 중심에 휴 잭맨이 서 있다는 점은 예외지만 말이다. 타이트한 가죽의
<반 헬싱>의 케이트 베킨세일 Kate Beckins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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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할 말이 별로 없는데 어떡하죠”라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어둡고 자의식 강한 송일곤 감독의 스릴러 <거미숲>과 배트남전을 배경 삼아 전쟁이 건드린 악몽을 공포로 그려낸 호러영화 <알포인트> 두 편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게 된 배우가 왜 할 말이 없다는 걸까. 믿지도 않았지만, 한 귀로 흘렸다. 기자들에게 인터뷰 당사자의 저런 말들은 충격도 감동도 못 되는 법이다.
감우성이 사는 원칙 = 한쪽 발만 담그기
하지만 감우성을 잘 알았다면, 그 말이 정말이라는 것도 깨달았을 것이다. ‘할 말’은 곧 ‘영화에 대해 홍보성으로 해줄 좋은 말’이 없다는 의미였다. 기억상실과 조작이라는 까다로운 소재가 플래시백과 환상이라는 영화적 장치에 얽혀 대중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게 된 영화. 예상보다 쉽지 않은 캄보디아 로케이션 촬영이 여러 난항에 부딪히면서 기간이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보충 촬영도 많았던 영화. 이 두 작업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그는
냉정과 열정사이, <거미숲> <알포인트>의 감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