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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의 빈틈도 없이 정확하게 몸을 놀려 제가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황홀해진다. 매 순간 그는 제 행동 속에 흠뻑 몰두해 있다. (…) 그의 행위는 몸놀림과 일치하고 몸놀림은 식욕과, 식욕은 그의 이미지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 희랍 꽃항아리들의 가장 조화있는 윤곽에도 이같이 철저한 필연성은 없다.”
- 장 그르니에 <고양이 물루> 중에서
좁은 철제 난간 위를 걸어가는 고양이를 보라. 무릇 완벽한 자세는 긴장과 이완의 공존에서 비롯되는 법. 대로 위를 걷는 듯 여유로운 걸음걸이는 온몸의 최말단까지 날을 세운 팽팽한 긴장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당신이 만일 고양이에게서 다가갈 수 없는 귀기(鬼氣)만을 느낀다면 그것은 절반으로 전체를 단정짓는 오류이다. 이 종족들의 또 다른 매력은 한나절을 내처 잘 수 있는 천연덕스러운 게으름과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주저없이 다가가 놀아달라며 가르릉거릴 수 있는 뻔뻔한 여유로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범죄의 재구성>의 염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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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이 창작자의 인격이라는 말이 들어맞는 때가 있다. 장터 여행을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윤인호 감독과 그의 영화 <아홉살 인생>은 여러모로 ‘닮은꼴’이다. 전작 <바리케이드>와 <마요네즈>도 마찬가지다. 그가 만든 영화들에 대한 공통된 반응은 “영화가 착하다”거나 “시선이 따뜻하다”는 것이다. 소외된 이들, 잊혀진 시간, 가족의 이야기를 즐겨 다루는 윤인호 감독은 함께 일한 이들에게도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는 일이 유난히 많다. 특히 <아홉살 인생>에서 함께 일한 어린 배우들과 ‘유사가족’이랄 만큼 밀접해진 그는 영화의 흥행보다 아이들의 장래를 더 많이 걱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홉살 인생>의 아이들, 감독의 아홉살 시절, 그리고 영화 이야기를 윤인호 감독에게 청해 듣는다.
영화 끝나고 소감을 물었을 때 아이들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무슨 잘못을 했기에.
거짓말을 많이 한 게 미안하다. 누가 누굴 좋아하고, 그런 일이 많았는
우린 모두 추억의 힘으로 산다, <아홉살 인생>의 윤인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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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젊고 아름다운 배우의 육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거부할 수 없는 본능에서 튀어 나오는 것이므로 일단 무죄다. 개봉을 기다리는 <허니>에서 힙합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제시카 알바의 육체는 그야말로 날것 그대로의 싱싱한 아름다움을 마음껏 표출해낸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섹슈얼한 욕망을 넘어서서 태평양 수면으로 튀어오르는 돌고래를 바라보는 순수한 시각적 쾌감과도 같다. 그렇다면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새로운 시대의 <플래시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춤추고 싶어지게 하는 영감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허니>를 선택했구요”라고 당차게 이야기하는 이 젊은 배우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아직까지 그는 우리에게 참으로 낯선 존재다.
제시카 알바는 12살부터 배우의 꿈을 키워오며 <크레이지 핸드>나〈25살의 키스> 등의 슬리퍼 히트작들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명성은 작은 TV 브라운관에서부터 불
허니 허니 스위트 허니, <허니>의 제시카 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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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뭐 어떡하나.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거지 뭐
이번 영화 끝나고 또 다음 영화 준비하고
내년에 5월 세금땜에 아껴쓰고 저축하고
한푼두푼 모아모아 부모님께 집한칸을
간만에 서울에 와서 친구들과 술한잔을
- 양동근 2집 <착하게 살어> 중에서-
-인간 양동근은 좋고 싫은 게 확실하다 정말.
=(단호하게) 맞다!
-그래서 물어보는 거다. 당황스럽겠지만 지금 시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웃음) 이런 질문 처음 받아보겠지만.
=나는 정치는 잘 모른다. 신경쓰고 싶지도 않고. 뭐 솔직히. 국민으로서는 부실한 자세인 거는 나도 알지만. 근데 별로 관여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그쪽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 다 눈먼 사람들 같아서. 물론 그런 것들이 나와 관계가 있으면 음악으로든 얘기하겠지. 나랑 관계도 없는데 이야기하는 건 그런 건 거짓말이다.
-인간 양동근은 장래 계획 같은 거 세우고 그러는 사람인가.
=(단호하게) 아니.
-어. 대체 뭔가. 그
그 친근하고 낯선 페이소스, 양동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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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양동근, 나는 언제나 나인 거지 뭐
연예인이란 게 그리 좋지만은 않아
내가 공인이란 것이 그리 자랑거린 아냐(알어)
여기서든 저기서든
개인일 수 없는 것이
권리보단 의무를
나보다 먼저 팬들을
내 웃음을 선사하고
나의 몸을 부식부식
-양동근 2집 <착하게 살어> 중에서-
-친구들은 많은가.
=다 음악작업 같이 하는 사람들이다. 영화쪽보다는 음악쪽 사람들. 같이 음반작업 스튜디오에서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힙합의 브러더 후드(brotherhood) 같은 정신.
=음. 그건 무슨 특별한 정신 같은 게 아니다. 그냥 밤새고 작업하고 녹음하다 같이 밥먹고 하다보면 친해지게 되어 있는 거지 뭐. 밖에서 영화찍거나 드라마할 때는 카메라 앞뒤에서 긴장하고 하는 일이 많지 않나. 그런데 음악작업은 그런 게 아니거든. 항상 같이 지내잖아. 같이 일하고 쉴 때는 같이 놀고 그러니까 영화작업 같이 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한테는 편한 사람들이 되는 거지.
-남자팬이 더 많을
그 친근하고 낯선 페이소스, 양동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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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냥 겉늙은 거지 뭐
진리에 진짜와 가짜로 구분할 수 있는 법.
모두 진짜를 말하니 어쩔 순 없어도 중요한 건 자신을 똑바로 밝히는 것.
그리고 비교된 남을 의식하고 우습게 말한 것 우습게 무지 속에 자신과 대화하는 것.
-양동근 1집의 <선문답> 중에서-
-늑대 좋아하는가.
=늑대? (거울을 쳐다보며) 음. 사실 평소에는 늑대를 좋아할 일이 없지 않나. 늑대를 아무 데서나 그냥 막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 늑대>의 최 형사 역할. 당신과 닮았다. 싫은 것들과는 죽어도 함께하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무리들 안에서만 혼자 노는 늑대 같은 이미지.
=처음 최철권 역할을 받았을 때 생각하길, 일하기 싫어하는 형사니까. 그리고 내가 원래 일하기 싫어하니까. 그냥 그렇게 하면 되겠다 싶었다. 결국 그것도 일이지만. 뭐.
-일하기 싫어하는구나. 예를 들어 이렇게 생면부지의 귀찮은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일 같은 거.
=전부 다 내가
그 친근하고 낯선 페이소스, 양동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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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의 양동근. 이 무뚝뚝한 남자가 낯선 상대에 대한 의심을 떨쳐내고 비로소 받아들일 시간은 빨리 오지 않는다. 그 시간이 채 다가오기도 전에 그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뽑아내야 하는 건 고된 일이다. 그 허공을 바라보는 듯한 특유의 표정과 느릿느릿한 몸짓과 특히나 그 이마 위 가느다란 신경세포들의 곡선을 이룬 움직임, 그것들을 지면에 생생하게 옮겨놓는 것은 또 얼마나 힘든 일인가. 짧은 답변들 속에 엇박자로 튀어나오는 양동근의 거침없는 생각들과 미묘한 차이로 흔들리는 목소리의 변화.
양동근과 친근해지는 것만큼이나 그를 정의내리는 일은 쉽지 않다. 그는 우물우물 읊조리는 랩으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가수이기도 하고, 카메라 앞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에너지를 분사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비로소 그를 이야기하고 정의내리기 시작했던 것은 <네멋대로 해라> 이후 부터였을 것이다. 마니아를 양산하며 그 독특한 팬덤을 형성했던 <네멋대로 해라>는
그 친근하고 낯선 페이소스, 양동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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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4월1일. 새벽 1시. 2년5개월 만에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이하 <정영음>)이 우리의 곁을 떠났다. 이후 그의 방송중단을 둘러싼 드라마틱한 추측이 난무했고, PC통신 붐을 타고 그의 복귀를 촉구하는 청취자들의 운동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 8년 반이 지난 2003년 10월 21일 <정영음>은 돌아왔다. 정은임의 방송재개 소식이 알려지자, 과거의 청취자들이 모여 있던 한 인터넷 카페는 완전히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로부터 5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새벽 3시라는 살인적인 방송시간대, 예전과는 너무나 많이 달라진 영화계, 그리고 10년에 가까운 세월의 어쩔 수 없는 간극 등은 <정영음>이 예전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는 없음을 의미했다. 이 모든 것들은 고스란히 정은임과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극복해야 할 몫으로 남겨졌다. 이제 프로그램은 초반의 혼란을 극복하고, 각 코너들은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으며, 내부적으로는 시
<정은임의 FM영화음악>의 정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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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아이라이너로 눈꼬리를 쑤욱 치켜올린 진한 화장, 메두사처럼 어지럽게 뒤엉킨 굵은 웨이브 머리의 최지우가 몸에 달라붙는 슈트를 입고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삐딱하게 선 채로 상반신을 이리저리 틀어 포즈를 취하는 최지우의 눈매가 서늘하다. 본격적인 촬영에 접어들었을 때 스튜디오에 렉시의 <애송이>가 흐른다. 그러자 최지우의 표정이 노래 가사를 따라 점점 더 도발적으로 바뀌어간다. “자신있음 이리 와봐. 애송이들아.” 팜므파탈 버전의 최지우가 낯설긴 하지만, 의외로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재밌어요. 나 아닌 다른 모습을 연출하고 보여준다는 게.” 카메라를 잡아먹을 듯했던 최지우의 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하게 풀어져 있다. 문득 의문이 생긴다. ‘나 아닌 나’로의 변신이 재밌다고 말하지만, 정작 최지우에게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다양하지 않다. <아름다운 날들>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으로 이어져온 ‘눈물의 여왕’ 캐릭터가 너무 강
그녀 안의 곡선과 직선, <누구나 비밀은 있다>의 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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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l 1966년생·연세대 문헌정보학과 85학번·현재 DTI 기획이사로 활동
실사를 따라가려는 CG의 몸부림은 무서울 정도다. 팔짱 끼며 들여다보던 어제와 달리 오늘의 CG는 실제인 양 착각을 일으키며 두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쥬만지>나 <쥬라기 공원>을 예로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대답은 ‘노’다. <고독이 몸부림 칠 때>의 오프닝신에 등장하는 3D 타조가 그렇다는 얘기다. 섬세한 깃털의 흔들림과 실룩이며 균형을 맞추는 엉덩이의 움직임까지 ‘우리나라 CG 실력이 언제 저렇게 발전했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살인의 추억>에서 논두렁을 뛰놀던 벌레와 <장화, 홍련>의 귀신, <…ing>의 거북이까지 두루 섭렵한 DTI의 실력이라고 하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계에서 특히 3D를 잘하는 CG업체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아 유 레디?>
<고독이 몸부림칠 때> CG 제작 DTI 기획이사 이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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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주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하나일 것이다. 그의 분장실 책상 위에는 촬영 중이거나 촬영에 들어갈 드라마 대본 세편과 검토 중인 시나리오 한편이 놓여 있다. 그는 또 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고, 또 다른 영화 <가족>을 찍고 있기도 하다. 빨갛게 충혈된 눈과 피곤한 얼굴로, “술기운으로 버티는 거지”라며 인터뷰를 시작한 주현. 그러나 그는 미처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연기와 배우와 영화에 대한 40년 공력의 장광설을 풀어놓았다.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독특한 코미디영화다. 어떻게 연기호흡을 가다듬었는지.
코미디는 마임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 내가 결혼식장에서 김무생 뒤통수 때리는 장면, 그때는 웃음이 나올 거라는 게 내 눈에 딱 보이는 거야. 한대 딱 치고 “씨발놈아” 그러면 웃기는 거지. 거기서 김무생은 내가 때릴 줄 몰랐거든. (웃음) 사실 TV는 어느 정도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어서 내
배우 같지 않아서 배우 같은 배우, <고독이 몸부림칠 때>의 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