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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에서 우정이란 인간 사이의 공적 상호작용이 도달할 수 있는 지고(至高)의 것으로 찬미되었다. 훌륭한 정치공동체란 곧 좋은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을 의미했다. 그렇기에 우정은 언제나 남자들의 것이었다. 몽테뉴는 여자들은 영적 교감을 나누기에는 너무 얄팍하고, 그렇게 견고하고 질긴 관계의 압박을 견딜 만큼 강하지 않다며 여자들 사이 우정의 깊이를 공개적으로 부정하기까지 한다. <여성의 우정에 관하여>라는 책을 쓴 메릴린 옐롬에 따르면 18세기 이후 점점 우정의 공적인 얼굴은 남성에서 여성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사적 영역에서 고립되었던 여성들은 공적 영역에 나오자마자 열렬하게 우정을 맺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러서는 여자들이 더 우정에 헌신하며,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 사이의 우정은 남성 사회를 위협한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래서일까. 여자들의 우정에 대한 영화는 보통 빛나는 학창 시절을 회고하거나 대도시의 화려한 삶을 공유하는 이야기였
여자들의 우정을 그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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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소동 / 출연 장국영, 왕조현 / 제작연도 1987년
1988 경상남도 거창_ 너무나도 작은 읍내였다. 그런 읍내에 차이밍량의 영화 <안녕, 용문객잔>에 나오는 딱 그런 극장이 있었다. 나는 야간자율학습을 땡땡이치고 자주 혼자 극장에 가곤 했다. 대학 입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그 극장에서 <천녀유혼>을 만났다. 난 이상하게도 귀신과 사람의 인연을 다루는 영화에 항상 끌린다. 그럴 때 귀신의 미련과 회한은 징하게 슬프다. <천녀유혼>을 보고 일주일을 야간자율학습 시간 내내 책상에 엎드려 끙끙 앓았다. 그러고는 친구 신미혜에게 이렇게 말했다. “장국영을 만나야겠어. 중국어과를 갈까 아니면 국어국문학과를 가서 <스크린> 기자를 할까? 장국영을 만나려면 어느 쪽이 더 쉽겠니?”
1991 경기도 안성_ 사진과는 안성에 있어 서울까지 스쿨버스를 타야만 했다. 어느 날 한 선배가 나에게 자기 차로 서울에 같이 올라가자고 했다. 차를 타고
니키 리의 <천녀유혼> 장국영이 죽어도 인생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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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당하는 아이를 유괴해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임시교사 이야기. 일본 <NTV>의 2010년작 <마더>에서 7살 소녀 레나(아시다 마나)는 천사처럼 환한 미소로 웃는 아이였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추는 레나의 미소가 애달픈 한편으론, 드라마가 고난 속에서도 웃음과 밝은 성품을 잃지 않는 아이를 그리는 점이 힘겹기도 했다. 레나는 미소 짓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일본 사회가 여자아이에게 주입하는 메시지를 빨리 깨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tvN <마더>의 혜나(허율)는 원작의 레나보다 그늘이 짙다. 빤하게 보는 눈치가 어른들이 귀엽게 여기는 아이의 모습과 거리가 있고, 수첩에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도 차이가 있다. 레나가 적어놓은 음료 ‘크림소다’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지만 혜나의 수첩 속에는 아이를 오래 방치했던 엄마가 아침에 마시다 남은 것을 건네주던 ‘카페라떼’가 적혀 있다.
이때 깨달았다.
[TVIEW] <마더> 다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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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좀비'라 하옵니다.
[정훈이 만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좀비'라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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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가을, <씨네21> 1079호에서는 ‘#영화계_내_성폭력’ 기사를 특집으로 다뤘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써 한국영화감독조합(이하 감독조합)은 “현재 공론화되고 있는 영화계 성폭력 사례들에 대해 진심으로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특히 저희는 영화감독이 많은 피해사례에서 가해자인 경우를 보며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으며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직접적인 가해, 방관, 외면으로 상처를 받았을, 그리고 그로 인해 영화현장을 떠나야만 했던 여성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요지의 입장문을 발표했고, 그와 함께 조합 내에 특별 기구를 만들 것과 성폭력 예방교육 및 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또한 ‘조합원 중 성폭력을 행한 사실이 확정적으로 밝혀질 경우 공개적으로 조합원 자격 박탈 및 제명할 것’을 약속했다. 그 약속 또한 지켰다. 그런데 그 첫번째 제명 감독이 예상과 달리 남성이 아닌 여성감독이다. 바로 <
[주성철 편집장] <씨네21>이 #미투(#MeToo) 운동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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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긴 역사를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공공 공간’이 확대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도시 지도를 그릴 때 건물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외부 공간은 흰색으로 남겨놓은 지도 표현방식을 ‘형상-배경 다이어그램’(figure-ground diagram)이라고 한다. 지도에서 건물들을 검은색으로 표시하면 길과 광장, 공원 같은 비어 있는 공간의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런 방식의 지도 중에서도 1748년 조반니 바티스타 놀리가 그린 로마의 지도는 특별한데, 교회나 관공서같이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건물들은 검은색 대신 내부 평면을 그려서, 공공 공간이 건물 내부로 확장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적인 도시계획으로 잘 알려진 오스만 남작의 파리 개조 계획은 1853년에서 1870년 사이에 파리 시내 2천채 정도의 건물을 철거하고 도심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었다. 오스만은 마차도 들어가기 어려운 좁은 길로 이루어진 파리를 관리가 가능한 근대도시로 바꿔놓았다. 오스만
[영화와 건축] <1987> 남영동 대공분실과 도시계획으로 만들어진 근대 공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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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 겨울밤, 경복궁역 근처를 걷다가 커다란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죽은 놈이었다. 어쩌다가 번잡한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길 가던 어떤 이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섰다. 부주의한 어떤 이는 녀석을 차거나 밟고서야 기겁했다. 만져보니 따뜻했다. 방금 죽은 걸까. 어쩌면 내 손이 찬 탓에 느낀 온기였을지 모른다. 녀석을 안고 잠시 걸었다. 어둑한 화단이 보이자 거기에 뉘였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튿날 나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았다. ‘고양이의 보은’을 떠올렸다. 물론 그럴 리 없고, 찾을 물건을 찾은 것뿐이었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여겼을까.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죽은 동물을 만나면 한참을 바라보곤 한다. 죽은 사람이었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단지 내가 사람인 탓에, 죽은 사람을 무심히 볼 수 없다. 그래선 안 된다는 강박이 머리를 누른다. 돌이켜보면 우리 모두 동물일 뿐인데.
죽은 동물이 하필 내 눈에 잘 띄는지 궁금할 때가 있었다
[노순택의 사진의 털] 모르는 자들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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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 출연 조디 포스터, 매튜 매커너헤이, 제임스 우즈, 존 허트 / 제작연도 1997년
내 인생의 영화를 단 한편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콘택트>를 선택할 것이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1997년작 <콘택트>를 말하는 것이다. 만약 2017년에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Arrival>이 떠올랐다면 당신은 나와 같은 아재가 아니라는 뜻이리라. 당시 대학 2학년 공대생이었던 나는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특수시각효과(VFX)를 직업 삼아 살아가는 어엿한 40대 중년이 되었다.
1997년 여름 우연히 응모 끝에 당첨된 시사회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무슨 장르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서 이 이야기의 끝이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질문을 되뇌며 영화 속으로 빨려들어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내가 마치 주인공
최완호의 <콘택트> 그런 전율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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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는 말을 한다.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두 개의 사랑>의 첫 장면은 주인공인 클로에가 긴 머리를 싹둑싹둑 커트‘당하고’ 있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마침내 그녀는 카메라와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이어지는 장면에서는 클로에의 자궁이 클로즈업되고 뒤이어 외음순이 화면을 채우는데, 이것이 그녀의 눈매와 정확히 겹쳐진다. 이 첫 장면에서 등장한 머리카락과 성기는 이후에 외음순을 닮은 목젖의 떨림, 정신분석가의 대기실에 있는 (여성의 질과 닮은 꽃모양을 가진) 호접란, 그녀의 배에 남은 수술자국과 겹쳐진다. ‘클로에’(Chlo )라는 이름은 ‘생식력(fertility), 꽃의 만개(blooming)’를 뜻한다. 클로에가 일하는 미술관에는 ‘피와 살’이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리는데, 작품들은 인간의 살덩이가 프랜시스 베이컨식으로 뭉개져 있다. 그 뭉개진 살덩이는 클로에의 배 속에 있었던 혹(죽은 태아)과 닮아 있다. 이 육체의 이미지들은 모두 ‘여성적’이다. 클로에가 하지 못하는
사랑이 누군가를 구원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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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이 어제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2월, 설이 당도하였으니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한살을 더 먹습니다. 털썩. 나이 먹어 세뱃돈 주는 사람도 없으니, 선물이라도 받아야죠! <씨네21> 설 합본호에서는 어김없이 명절맞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독자 여러분을 위해 깨알같이 모은 덕후용 선물도 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1142호 엽서 뒷면에 퀴즈 정답과 설문을 적어서 2월 19일(월)까지 보내주시면 됩니다.(도착일 기준) 공정한 추첨과 포장 과정도 인스타그램(@cine21_town)을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저희 기자들도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 엽서 보내도 도무지 안 뽑혀서 ‘그 과정 좀 알자!’라고 벼르는 중. 엽서 담당자에게 물으니 글에 묻어나는 정성과 애정 중심으로 뽑는다고 합니다. 정답과 당첨자는 1144호에 발표합니다(문의 aim@cine21.com).
* 자세한 선물의 종류와 이미지는 1142호 지면에서 확인하 실 수 있습니다.
[정훈이 만화] 2018 설날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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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설 합본호를 만드는 기분은 묘하다. 뭔가 진짜 1년의 시작 같은 느낌이 들어 설레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준비한 영화 특집과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그만큼 우울하기도 하다. 이번호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2018년이 다 가려면 앞으로 45권의 <씨네21>을 더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일단 설 연휴 개봉영화들을 모아봤다.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배우와 감독의 교체 없이 3편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개봉 2월 8일)의 김석윤 감독을 인터뷰했고, <마이 제너레이션>(2003)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를 통해 <씨네21>이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노동석 감독이 거의 10년 만에 만든 <골든슬럼버>(개봉 2월 14일)의 강동원을 만나 표지 촬영을 했고, 고 김주혁의 출연작인 조근현 감독
[주성철 편집장] <씨네21>과 함께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