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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과 볼까 홍상수 감독과 볼까
주성철 2010-01-19

두 달간 열리는 ‘2010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서 한국 시네마테크의 미래를 본다

2010년에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찾아온다. 2006년 시네마테크의 설립취지에 공감하고 활동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의 참여로 처음 열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영화인들이 직접 참여해 영화를 선택하고, 관객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매년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렸다. 시네마테크로서는 연일 매진을 기록할 만큼 ‘흥행’ 영화제이자 영화를 추천한 영화인들과 관객이 만나 함께 대화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하지만 최근 시네마테크의 안정적 운영을 위협하는 대내외적 요인이 불거지면서 과연 이 친구들을 내년에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든다. 그래서 이 영화제가 시작된 이래로 염원해온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시작된다. 그동안 시네마테크를 후원하기 위해 모였던 영화감독, 배우, 교수, 영화평론가 등 영화인들이 참여해 ‘전용관을 설립하기 위한 추진활동을 개시할 예정이다. 1월15일 개막식과 후원의 밤을 시작으로 막을 열어 2월28일까지 약 두달간 종로 낙원상가 4층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우리의 친구들을 내년에도 만날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메인 섹션 ‘시네마테크의 선택’ 상영작, <사냥꾼의 밤>

개막식을 빛낼 작품은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1915)다. 민완 신문기자 필립 게랑드가 전직 범죄자인 마자메트와 함께 범죄집단 ‘뱀파이어’ 일당을 추적하는 이야기며, 1915년부터 1916년까지 제작된 총 10편의 무성영화 시리즈로 당시에 대중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이후 프리츠 랑, 앨프리드 히치콕, 알랭 레네, 자크 리베트,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에 영감을 주었던 이 영화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된다. 개막식에는 10편의 에피소드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에피소드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과 <전우치>(2009) 등을 작업한 장영규 음악감독의 라이브 연주로 상영된다. 그리고 매년 시네마테크가 선택한 작품을 상영하는 메인 섹션 ‘시네마테크의 선택’으로는 시네마테크가 고전영화 라이브러리로 직접 구매한 찰스 로튼의 <사냥꾼의 밤>(1955)이 새로운 프린트로 처음 소개된다. 손가락에 ‘LOVE’를 새겨 넣은 로버트 미첨의 무표정한 스틸만으로도 인구에 회자돼온 <사냥꾼의 밤>은 히치콕의 <자메이카 인> 등에 출연하며 특이한 용모로 잘 알려진 배우 찰스 로튼의 유일한 연출작이자, 누아르영화 사상 가장 개성적인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친구들이 올해엔 더 늘었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이 직접 자신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 상영하고 작품에 대한 소개를 진행하며, 상영 뒤에는 관객과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섹션 ‘친구들의 선택’은 알 만한 사람들은 일찌감치 예매를 서두를 정도로 가장 인기 높은 파트다. 이처럼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홍상수, 류승완, 안성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참여해 그들이 선택한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의 선택’, 관객의 손으로 직접 뽑은 영화를 상영하는 ‘관객들의 선택’ 두 섹션은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개최된 이래 지속적으로 관객에게 선보인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더욱 많은 친구들이 참여했다.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예수의 사도들과 최후의 만찬, 유다의 배신을 담아낸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문제작 <마태복음>(1964, 김지운 감독의 추천), 68혁명 이후 프랑스의 절망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70년대 최고 걸작 중 한편으로 평가받는 장 외스타슈의 <엄마와 창녀>(1973, 김한민·윤종빈 감독의 추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마이크 리의 <네이키드>(1993, 박찬옥 감독의 추천), 존 워터스가 ‘영화역사상 가장 상스럽고 더러운 영화’라는 평가까지 받은 <핑크 플라밍고>(1972)의 성공 뒤 2년 만에 내놓은 그와 별다르지 않은 저예산 장편영화 <디바인 대소동>(1974, 이재용·전계수 감독의 추천), 2002년 감독 복원판으로 특별 상영되는 <아마데우스>(1984, 배우 안성기의 추천), 가족의 해체를 다루는 존 포드의 휴먼드라마 걸작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 김영진 평론가의 추천) 등도 눈길을 끈다.

영화평론가 마스터클래스와 시네클럽

시네마테크가 2008년부터 매년 구축하는 고전영화 라이브러리를 2010년에도 관객에게 처음 소개할 예정이며, ‘카르트 블랑슈-시네필의 선택’에서는 국내를 대표하는 영화평론가 정성일과 해외 게스트로 저널리스트, 편집자, 저술가로 활동하는 영화평론가 크리스 후지와라가 초청되어 그들이 선택한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비평에 대한 마스터클래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성일은 개막작 <뱀파이어> 외에 사샤 기트리의 <어느 사기꾼의 이야기>(1936), 카르멜로 베네의 <카프리치>(1969), 크리스 후지와라는 프리츠 랑의 <이유없는 의심>(1956), 존 포드의 <말 위의 두 사나이>(1961), 테렌스 피셔의 <프랑켄슈타인 죽이기>(1969)를 각각 선정했다.

한편, 시네마테크에서는 시대의 고전을 소개하기 위해 2007년부터 고전영화의 프린트를 직접 구매하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필름 라이브러리’를 운영해오고 있는데, 2009년에는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의 걸작 6편을 구매했으며 이번 영화제를 통해 ‘존 포드 걸작선’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프린트를 선보인다.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1941)와 <철마>(1924), <굽이 도는 증기선>(1935), <모호크족의 북소리>(1939), <분노의 포도>(1940) 등 총 8편이다. 또한 이번 영화제 기간에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과 봉준호, 류승완, 오승욱 감독이 참여해 영화 연출 및 시나리오 등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네클럽’ 행사가 처음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