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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나리' 스티븐 연 X '버닝' 유아인의 만남
남선우 사진 최성열 2021-02-19

나 자신을 다시 정립하고 확장하는 연기라는 일에 대해

스티븐 연, 유아인(왼쪽부터).

딸에게 단 하나의 작품만을 남길 수 있다면 어떤 작품이어야 할까. 차기작을 고심하던 정이삭 감독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딸과 같은 나이였을 때의 기억을 건져내 <미나리>의 씨를 심었다면 배우 스티븐 연은 그 씨앗에 물을 길어다준 사람이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에 출연하면서 인연을 맺은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에 <미나리>를 추천한 것이 바로 그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에는 5살 때 가족과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오랫동안 찾고 있던 이야기를 만난 스티븐 연의 감탄과 확신이 있었다.

스티븐 연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내기 위해 <미나리> 밭으로 발을 들였듯, 그가 연기한 인물 제이콥도 가족에게 자신의 성취를 보여주겠다는 아빠의 심정으로 미국으로 날아왔다.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병아리 감별사에서 농사꾼으로. 가장은 몸집을 달리하면서 책임감의 무게와 씨름하지만 절박함만으로 아내와 아이들, 장모님까지 지탱하기란 어렵다. 제이콥의 외적인 표현 양식으로 한국어와 서툰 영어라는, 스티븐 연에게 익숙지만은 않은 언어적 상황이 부여된 점도 배우에게 쉽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이를 두고 스티븐 연이 “<옥자> 때 교포 캐릭터를 연기했고, 이창동 감독님의 <버닝>을 하면서 강력한 트레이닝을 받았고, 그다음 <미나리>에 도착했기 때문에, 한국말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다고 할까”라고 말하며 웃었지만 스티븐 연은 이 또한 “2세대 한국계 미국인 아이들이 그들의 부모에게 갖고 있는 어떤 공동의 이미지를 잘 구현해내야 한다는 압박”으로 다가와 두려웠다고.

스티븐 연은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미나리>를 만들면서 짊어진 기대와 부담, 그럼에도 사랑으로 가득 찬 이 영화를 향한 애정과 책임감에 대해 대화하고 싶은 상대로 <버닝>에서 공연한 배우 유아인을 지목했다. 전작에서 양극단의 계급에 속한 종수와 벤으로 분열했던 두 사람은 영화 밖 유아인과 스티븐 연으로서는 돈독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각자의 나라에 갈 수는 없지만 두 배우는 각각 오후 3시의 서울과 밤 10시의 LA에서 줌(zoom) 화면으로 연결되었다. 스티븐 연의 소통을 돕기 위해 통역가가 참여하긴 했지만 스티븐 연은 대화의 대부분을 한국어로 소화했고, 유아인 배우도 때때로 영어를 섞어가며 친구를 맞았다.

그렇게 같은 직업을 가진 두 친구가 영화와 연기를 향해 치열하게 그리고 은근하게 마음을 다하는 방식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미나리>와 <소리도 없이>, 더불어 <버닝>이 어떠한 믿음으로 이루어진 세계였는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미나리>가 관객에게 “또 하나의 백신”이 되어줄 것이라는 유아인의 ‘메타포’에 스티븐 연이 무슨 뜻이냐고 되묻는 상황조차 <버닝>의 한 구석을 떠올리게 만든 것처럼.

더 자세한 내용은 2월 20일 발행되는 <씨네21> 1294호에 소개했다. 스티븐 연과 유아인의 대화는 조만간 <씨네21>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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