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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마에스트로의 지휘, 비르투오소의 연기로 완성된 결혼 변주곡
김소미 2023-12-06

<다키스트 아워>와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으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가즈 히로가 길게는 5시간의 작업을 거쳐 브래들리 쿠퍼를 20세기의 전설적인 지휘자로 완벽히 바꾸어놓았으나,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거장의 예술적 고뇌와 그 이력을 파헤치는 직업적 전기가 아니다. 영화의 골격은 철저히 부부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요컨대 이 매혹적인 뉴욕의 음악 드라마는, 비상한 예술적 재능과 그만큼의 깊은 우울에 휘감겼던 어느 결혼 생활의 복잡한 생애를 위해 바쳐진다. 브루너 발터의 대타로 25살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오른 레너드 번스타인의 재능만큼이나 칠레 출신의 배우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의 천부적 매력과 우아한 지성, 내면적 강인함이 눈부시게 묘사되는 이유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워터 프론트> 등의 영화음악과 뮤지컬, 작곡과 지휘 등을 넘나들면서 당대 클래식계에 파격을 선사했던 번스타인의 직업적 외연은 양성애자인 그가 이성애 중심의 핵가족을 이뤄 일상과 예술을 병행한 궤적에 비하면 외려 순탄해 보인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계발해온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브래들리 쿠퍼에게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감독 데뷔작 <스타 이즈 본>의 연장선상에서 연출과 주연을 겸하는 필모그래피에 일관된 개성을 불어넣는다. 이들 작품에서 거대한 예술적 자아의 소유자들은 삶의 절정을 향해 기어오르고 심연으로 뛰어내리는 데 주저함이 없다. 황홀하나 줄곧 위태로운 삶을 지탱하는 것은 지독한 애착과 사랑이다. 온몸으로 지휘하는 번스타인 특유의 스타일을 열정적으로 모사하는 브래들리 쿠퍼의 카리스마, 미묘한 뉘앙스로 영화의 톤을 지배하는 캐리 멀리건의 우뚝 선 존재감이 이 사랑을 찬미하는 데 쓰인다. 1.33:1의 35mm 흑백 필름으로 할리우드 황금기의 풍요를 흡수한 뒤 1970년대 이후부터는 1.85:1의 컬러영화로 전환하는데, 역동적인 변주에도 불구하고 종반부의 리듬이 다소 흩어지는 인상을 주는 것이 일말의 아쉬움이다. 사운드트랙으로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야니크 네제새갱이 지휘하고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번스타인 음악 인생의 주요 곡들을 적소에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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