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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더 많은 괴물, 더 많은 액션이 나올 거다”
김도훈 사진 오계옥 2008-01-09

<괴물2> 시나리오 쓰는 만화가 강풀

입이 근질근질하다. 강풀 작가의 작업실에서 발견한 스케치북에는 영화로 만들어지면 입이 쩌억 벌어질 듯한 액션장면들이 가득했다. 육해공을 모조리 이용한 총력 액션집이다. 강풀 특유의 캐릭터들이 굳은 입술과 놀란 눈으로 스케치북 바깥을 노려보고 있다. “악. 이거 진짜 재밌겠다.”“재밌죠? 재밌죠?” “네. 재밌겠어요.” “맞아요. 재밌을 거예요.” 이쯤되면 진지하게 신작의 비밀을 캐내려고 온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아니라 새 장난감을 자랑하는 애와 부러워하는 사촌동생의 대화에 가깝다. 유치하지만 어쩔 도리 있나.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영화는 다름 아닌 <괴물2>다.

<괴물2>는 2003년 청계천 복원공사를 무대로 하는 일종의 프리퀄(Prequel)이며 맥팔랜드 독극물 사건으로부터 강두 일가의 투쟁 사이에 존재하는 잃어버린 시간 속에 숨은 이야기를 다룬다. 그러나 질문은 남아 있다. 그렇다면 왜 봉준호의 세계에서는 누구도 괴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강두 일가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청계천 철거 이야기가 얽혀 있다면 이것 또한 정치적인 이야기가 될 것인가. 물론 강풀이 모든 이야기를 속시원히 까발릴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그랬다가는 처음부터 모든 걸 갈아엎고 다시 써야 할 테니까. 그래서 많은 이야기는 “지금 이야기할 건 오프 더 레코든데요”로 시작되었고 “참. 지금 이야기한 건 오프 더 레코드예요”로 끝났다.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면 아직은 좀더 기다려야 한다. 아마도 2009년 어느 날의 개봉까지.

그러니까 마지막 질문을 해보자. 왜 강풀인가.

-시나리오 쓴다는 말 듣고 좀 놀랐다. =나도. (웃음)

-청어람과 <26년> 영화화 준비를 하다가 말려들게 된 건가. =<26년> 이전에도 <순정만화> 영화화 등으로 청어람 최용배 대표와 인연이 좀 있었고, <26년>을 본격 진행하면서는 일 관계를 떠나서 개인적으로 만나서 노는 관계가 됐다. 그렇게 노는 자리에서 최 대표가 <괴물2> 때문에 고민하는 걸 듣고 딱 한마디를 했다. 청계천으로 가세요! 아주 벙찐 표정이시더라. (웃음)

-갑자기 청계천을 떠올린 이유는 뭔가. =청계천 복원공사 때문이다. 사실 얼마나 졸속이었나. 지금은 전기세만 하루에 몇천만원씩 들어가고 비가 오면 물고기들은 다 죽고 쥐떼가 넘쳐나고. 게다가 청계천 공사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철거민이 됐나. 청계천 복원공사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큰 공사 중 하나였고, 거기에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얽혀 있었다. 전경, 시위대, 노점상, 서울시 공무원, 용역깡패들 등. 제일 먼저 떠올렸던 건 철거반대 시위 한복판에 나타난 괴물의 이미지다. 그것으로부터 시작하면 이야기도 술술 나오고 결말까지도 주욱 나가겠더라. 그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최용배 대표가 나보고 쓰라고 제안했다. 시나리오 작업 제의는 이전에도 많았지만 멜로나 호러 장르의 맞춤형 시나리오밖에 없어서 별로 흥미를 못 느꼈는데 이건 출발부터 내 머릿속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니까 괜찮을 것 같았다. 남한테 주기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웃음) 자신도 있고.

-2003년에 진행된 청계천 복원공사가 배경이라면 시간적으로는 2006년이 배경인 <괴물>의 프리퀄이 되는 거겠네. =<괴물>의 괴물들이 (2000년 맥팔랜드 사건으로) 독극물을 먹은 뒤 청계천으로 잠입해서 살고 있었던거다. 게다가 괴물들이 복원하기 전 지하의 청계천에 살고 있었다면 그들도 철거민이나 마찬가지의 신세였던 셈이고.

-괴물들? 한 마리가 아니라는 말인가. =여러 놈 나온다.

-몇놈 나오나. =숫자까지는 비밀이다. (웃음)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은 1편보다 재미없으면 쓰지 말자는 것. 다음으로 염두에 둔 것은, 관객이 <괴물>을 보러간 이유는 괴물을 보고 싶어서니까 괴물이 전편보다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러면 제작비가 엄청 뛰게 된다. =그게 재미있더라. 제작비야 청어람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나는 무조건 재미있게만 쓰면 되니까. 괴물이 몇 십분 나올지는 신경 하나도 안 쓰고 있다.(웃음)

-시나리오 첫고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반응. 좋았다. 근데 영화사 사람들로서는 조금 생경했던 것도 같다. 시나리오가 보통 70~80페이지 정돈데 내가 쓴 건 130페이지가 넘어가는데다가 지문도 너무 많았고. 하지만 기본적인 설정은 아주 좋아들 하는 것 같더라. 솔직히 처음 최용배 대표가 제안했을 때는 못 쓴다고 잠깐 빼기도 했다. 하지만 최용배 대표는 내가 <순정만화> 때부터 모든 이야기를 완벽하게 만들어놓은 다음에야 작업에 들어간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만 써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럼 배째라. 그렇게 시작한 거다. (웃음)

-대체로 강풀 만화는 관련없는 여러 캐릭터들의 다층적인 이야기들이 겹치면서 천천히 하나의 이야기로 모이는 방식이다. 하지만 <괴물>의 캐릭터들은 이미 가족이라는 틀로 묶여 있는 상태였다. <괴물2>는 어떤가. 전편의 주인공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면 청계천 상인과 전경, 용역깡패 등 아까 언급한 사람들이 주인공일 텐데. =다들 원래 다른 목적을 갖고 청계천 주변에 살던 사람들이다. 쫓아내는 사람도 있고 안 쫓겨나려는 사람도 있을 테고. 서로 얼굴 정도만 알고 지내던 중에 결국 괴물을 죽인다는 공동의 목적이 생겨나는 거다. 주요 주인공만 여섯명이다. 그들이 다른 장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괴물과 맞붙는 일대일의 상황을 긴박하게 보여주고 싶다. 관객의 눈이 얼마나 돌아갈까! 그리고 이번에는 이야기를 괴물쪽에서 많이 풀어간 것 같다.

-실질적으로 괴물이 주인공이라는 말인가. =전편보다는 좀더 괴물의 입장을 생각해서 만든 이야기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청계천 복원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적 발판을 마련한 행사였고, 그걸 소재로 속편을 제작한다는 건 ‘안티 이명박 영화’로 받아들여질 여지도 있다. =제발이지 그렇게 안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개인적인 호오를 떠나서 <괴물2>는 어떤 개인 하나를 몰아가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게다가 이건 대선이 시작되기도 전에 쓴 시나리오라니까. 내가 뭐하려고 한 개인을 공략하기 위해 이 같은 대작의 시나리오를 썼겠는가. 이건 안티 이명박 영화가 아니라 괴물과 사람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정치적인 정체성을 숨기지 않는 만화들로 유명해졌다. 강풀이 시나리오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는 정치적인 색깔이 분명할 거라는 예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봉준호 감독의 1편도 정치적인 입지는 분명하다. =이건 정말 오락영환데…. (웃음). 물론 1편이 성공한 이유 중에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의미가 일정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재미있었기 때문에 성공한 거다. 그래서 그냥 맘놓고 재미있게 쓰고 싶다. 1편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듣도록, 재미에 치중했다. (웃음)

-그렇다면 혹시, 1편에서 “조금 더 나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부분도 있던가. =아. 난감한 질문을. (웃음) 1편에서 제일 좋았던 장면은 괴물이 누에고치처럼 다리 난간에 매달려 있는 모습이다. 일상적인 공간에 이물질이 등장하는 장면이 아주 멋졌다. 그러나 1편에서는 괴물이 직접 사람들과 육체적으로 부딪히는 장면이 좀 적은 편이다. 그래서 2편에서는 괴물과 인간이 얽혀서 육탄전을 벌이는 장면을 더 해보고 싶다. 훈련된 군인이 아니라 몽둥이를 든 전경이나 삽을 든 공사장 인부들, 손도끼를 든 용역깡패들이 맨몸으로 괴물과 맞서 싸운다면 어떤 방식의 액션이 나올지 궁금하다. 근데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CG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색하지 않게 나왔으면 좋겠다.

-사실 1편까지만 해도 특수효과의 질이 아직은 어색한 부분들이 꽤 있으니까, 기술적인 문제는 여전히 좀 걸릴지도 모르겠다만. =봉 감독님이야 직접 감독하는 입장에서 글을 쓴 거라 아쉽지만 그런 장면들을 덜 써야만 했을 거다. 하지만 나야 시나리오작가니, 아까 말한 대로 배째라는 입장이다. 시나리오 고쳐달래도 그냥 도망칠 거다. (웃음)

-작업실에 청계천 공사 현장의 사진들이 잔뜩 있는데, 당시 공사 현장의 지형지물을 이용할 아이디어가 꽤 있겠다. =복개한 부분을 뜯어내는 공사 현장의 자료사진이나 다큐멘타리 DVD들을 구해서 봤는데, 지하도 밑에는 과연 괴물이 나올 만하더라. 게다가 공사장 주변은 완전한 세기말의 폐허 같다. 한쪽에는 데모하고 전경들은 깔려 있고 노점상들이 가득하고. 그건 정말 21세기라고 말할 수가 없는 모습이다. 여러모로 다채롭게 괴물을 이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른 괴물 영화들은 좀 챙겨봤나. =워낙 영화를 많이 보는지라 웬만한 영화들은 이미 다 봤고, 봉 감독님의 <괴물>은 열번도 넘게 봤나보다. 시나리오 한마디를 다 기억할 정도다.

-봉 감독은 만나봤나. =만나봤다. 근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난다.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먹은데다 봉감독님도 그때 완전히 맛이 갔는지라. 아내가 말하길 아주 웃겼다더라. 나는 봉 감독님 보고 최고의 감독이라고 주정부리고, 봉 감독님은 내가 최고의 만화가라고… 나중에는 형 동생으로…. (웃음)

-잘 통했나보다. =그것도 모르겠다. 막 쫓아다닌 기억만 난다. (웃음) 내가 원래 봉 감독님 영화를 너무 좋아하거든. 이건 <씨네21>과도 얽힌 이야긴데 처음 <플란다스의 개>를 봤을 때 너무 좋았다. 근데 <씨네21>의 리뷰가 너무 안 좋은 거다(해당 리뷰는 허문영 평론가가 썼음). 이 잡지 왜 이러나 싶더라. 근데 연말에 “<씨네21>이 틀렸다”는 특집기사에 <플란다스의 개>를 재평가했더라고(해당 기사는 김봉석 평론가가 썼음). 그래서 또 <씨네21> 제대로 된 잡지구나 했지. (웃음) <살인의 추억>도 이효리보다 더 좋더라. (일동 폭소) 정말 뺄 장면이 없는 영화더라. 거의 모든 영화들은 쓸데없는 사족이 하나쯤은 들어 있는데 <살인의 추억>은 하나도 없다.

-돌이켜보면 안병기 감독의 <아파트>가 강풀 만화 원작의 첫 번째 영화화였다. 기대가 컸는데 좀 실망스러웠겠다. =솔직히 아쉬웠다. 안병기 감독님이 80% 다른 영화라고 이미 말하긴 했는데 정말로 그렇더라. 컨셉만 가져가서 완전히 새로 만든 영화였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원작자일 뿐이니까. 근데 솔직히 지금은 조금 마인드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영화사에서 트리트먼트 같은 거 나오면 내가 뭘 아나 싶어서 협조를 거의 안 하는 편이었다. 시나리오도 완고 나오면 보내달라 그랬다. <아파트>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이젠 영화사에서 요청하는 건 뭐든 열심히 협조하고 있다. (웃음)

-다른 작품들은 어떤가. <바보>는 올해야 겨우 개봉예정이고, 나머지 작품들도 다 영화화될 예정이지 않나. =계획대로라면 올해 안에 3편의 영화가 나올 예정이다. <바보> <순정만화> 그리고 <26년>. 다른 작품들도 판권은 다 팔렸다. 만화를 한편 그리고나면 항상 판권 경쟁이 제법 있다. 근데 판권을 가져간 영화사들이 입을 모아서 “시나리오로 바꾸기 너무 어렵다”더라. 내 만화는 분량이 꽤 길고 나름대로는 짜임새를 확실히 맞춰서 쓴 것들이라 한 요소만 빼도 전체적인 구성이 무너진다. 그래서 어려워들 하나보다. 언젠가부터는 이런 생각도 들더라. 차라리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들 수 있게 맞춤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전에는 유치한 결벽증이 있어서 만화 말고 다른 일 하는 게 꺼려졌었는데, 슬슬 시나리오도 써볼까 싶던 참에 <괴물2>가 온 거다.

-시나리오를 쓰는 건 만화 시나리오를 짜는 것과는 그래도 좀 다르지 않나. =만화 그릴 때야 나 혼자 망하면 그만이지만 이건 거대자본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니까 책임감이 막중하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 <괴물> 같은 영화의 속편 시나리오라면, 아주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근데 전편보다 재미없는 속편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편보다 재미있을 자신은 분명히 있다.

-청어람이 제작하는 또 다른 영화 <26년>은 정치적으로 논쟁이 많았던 작품이다. 게다가 영화는 만화보다 더욱 논쟁적인 매체 아닌가. =논쟁이 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다. 내가 만화를 그리는 목적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거다. 하지만 <26년>은 또 다른 목적이 들어간 첫 번째 만화였다. 5·18을 잊지 말자는 거. 그러니 논쟁이 벌어지는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화려한 휴가>도 영화적인 이야기는 만족할 수 없지만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은 긍정적이지 않았나.

-<타이밍>은 박기형 감독이 하기로 되어 있지 않았나. =지금은 또 IHQ로 판권이 넘어갔는데 그 뒤로 어떻게 되어가는지는 모르겠다. 원작자로서 잘난 척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당신들과 하겠다”는 선택까지다. 그 뒤로는 간섭하지 않는다. 처음에야 특정한 감독을 보고 판권을 팔더라도 계약을 하고나면 다른 사정들이 생기게 마련이니까. 나야 원작 팔았다가 계약기간 안에 영화화가 안 되면 다른 곳에 넘겨도 될 일이고. 사실 나도 <타이밍>이 많이 아쉽다. 감독 교체설이 몇번이나 있었고, 영화사와 투자사의 알력도 있었고.

-드라마로도 만들어지지 않나 =김종학 프로덕션에 판권을 팔았다. 올해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만들어질 것 같다.

-한국형 <히어로즈>라니. 재미있겠다. =그게 좀 짜증났다. <히어로즈>보다 내 원작이 먼저 나왔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어도 표절이라고 욕 먹었을 거다.

-할리우드에서 각국에 프락치를 심어두고 아이디어를 훔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음모이론도 있다더라. 아. 그걸 소재로 만화를 하나 그려볼까. (웃음)

-만드는 만화마다 영화화가 되고, 이제 <괴물2> 시나리오작가로 데뷔하면 진짜 충무로 영화인이 되는 거다. =그렇다. 영화에 발가락 하나쯤 걸쳐두고 있던 만화인이었는데 <괴물2> 하면서는 진짜로 영화계에 발 담그게 된 거다. 좋다.

-이제 <괴물2>의 시나리오는 얼마나 더 다듬어야 하나. =1고가 나온 상태니까 그걸 완벽한 시나리오로 만드는 건 청어람이 따로 각색작가를 붙여서 작업했으면 좋겠고…. (동행한 청어람 직원을 보며) 근데 1고로 그냥 갔으면 좋겠는데. 최용배 대표는 늦어도 올 여름에는 촬영에 들어가고 싶다던데 그럴려면 지금 내가 완성한 게 최종고가 돼야 하잖아. (다시 동행한 직원을 보며) 1고로 가요 그냥.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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