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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18년 박스오피스 분석: 마블, 마블, 마블
이자연 2023-04-07

2018년은 ‘평화’, ‘종전’, ‘문화 번영’ 등의 단어가 비교적 많이 떠올랐다. 세 차례 이어진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 비핵화 여정의 물꼬를 텄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세계적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2018 러시아 FIFA 월드컵에서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2 대 0으로 승리하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다. 동시에 분노와 절망의 소식도 이어졌다. 여성들의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 운동’이 점화되며 젠더 감수성의 중요도를 높였고, ‘몰카’가 아닌 ‘불법촬영’에 대한 대대적인 시위가 혜화역에서 1년에 걸쳐 이뤄지기도 했다. 총 6회 진행된 ‘불법촬영 규탄시위’ 마지막 차례에는 11만명의 여성이 결집했다. 안정된 듯 여전히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영화관에선 1871편의 작품이 개봉했다. 이는 1943편으로 최고치를 달성한 2019년과 2020년(1897편)에 이은 3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할리우드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가 연이어 관객을 만났는데, 그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외화 중 유일하게 천만 영화에 자리했다. 뜨거운 기세로 관객을 그러모은 <신과 함께> 시리즈는 두편 모두 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원작만큼이나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다. 영화 티켓을 1천원 인상한 여파인지 지난해보다 총관객수는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영화를 향한 애정은 넘쳐난 해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박스오피스 톱10의 60%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2018년은 외화가 강세를 보였다. 먼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당해 기준으로 개봉 전 예매량 115만건을 달성했다. 예매 관객수 100만명 돌파라는 사상 최초의 기록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4월25일 개봉 첫날 98만 관객을 동원하며 전년도 97만명을 모은 <군함도>의 최고 오프닝 신기록을 갈아치웠고, 나흘째 113만명을 모아 일일 최다 관객수를 경신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홍보를 진행한 이채현, 이나리 호호호비치 공동대표는“<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나아가기 위한 서막을 알리고 모든 사건의 원흉이자 메인 빌런인 타노스(조시 브롤린)가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시리즈라 많은 관심이 잇따랐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새로 등장을 알리는 <블랙 팬서>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전, 관객을 이해시키고 미리 친밀도를 쌓기 위해 두달 앞선 2월14일 개봉했다. 이채현 대표는 “흑인 히어로였던 터라 인종의 낯섦을 뛰어넘어야 하고 신규 캐릭터에 대한 팬들의 저항감을 낮춰야 했다. 그래서 <블랙 팬서>에 등장하는 한국 촬영지를 스폿 포인트로 잡아 배우들을 직접 내한하게 하여 친근감을 높였다”며 마케팅 전략을 회상했다.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922만 누적 관객수를 기록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와 밴드 ‘퀸’이 구현한 영광의 시대를 재현했다. 당시 마케팅을 전담한 박주석 영화인 이사는 세대간 간극을 줄이는 사전 작업에 공들였다. “2030세대에 프레디 머큐리의 존재가 낯설 것 같아 ‘당신은 이미 퀸의 노래를 들어봤다’라는 뉘앙스로 광고나 응원가에 들어간 곡들을 노출하기 시작했더니 거기서부터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658만 누적 관객수로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한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과 6위를 차지한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누적 관객수 566만명) 또한 프랜차이즈 후속편으로서 고공행진을 펼쳤다.

한국형 IP 영화의 성장 그리고 질주

영화제작 확정 소식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신과 함께> 시리즈는 일명 ‘쌍천만’으로 불리는 성적을 거두었다. 먼저 2017년 12월20일에 개봉한 <신과 함께-죄와 벌>은 해가 지나기 전인 12월31일, 누적 관객수 800만명을 돌파했다. 개봉 12일차의 성적이다. 천만을 달성하기까지는 단 16일이 소요됐다. 김현철 롯데컬처웍스 배급팀장은 “<신과 함께>는 1편과 2편이 동시 제작되었다. 당시 그런 사례가 많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감행했던 것은 원작 IP에 대한 신뢰도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전까지는 관객이 ‘한국형 판타지’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있었는데 <신과 함께> 시리즈의 흥행을 통해 그 편견이 해소됐음을 알 수 있다. 조성철 롯데컬처웍스 투자팀장은 “국내 영화 시장에서 판타지 장르 제작이 적극적으로 시도되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신과 함께> 시리즈는 이미 대중적 선호도가 컸고 스토리의 완결성도 높았다. 모두가 이견 없이 제작 투자에 긍정적이었다”며 산업 전반에 남아 있던 우려를 깨고 도전할 수 있었던 배경을 짚었다. 2018년 8월에 개봉한 <신과 함께-인과 연>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흥행 가도에 올라섰고, 개봉 이후 14일차에 천만을 달성한다. 개봉 3일차인 8월4일에는 하루에만 145만명의 관객이 동원되면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일일 최다 관객수 기록을 경신했다. 두편의 영화엔 6개월간의 텀이 있다. 그럼에도 관객의 열기가 식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세형 롯데컬처웍스 콘텐츠전략 팀장은 “IPTV를 통한 부가 매출이 계속해 입소문을 내면서 작품에 대한 관심을 연장시켜줬다”며 공백기를 채울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그곳엔 여성들이 연결돼 있다

2018년 1월, 성폭력을 고발하는 #Metoo 운동이 정치·사회·예술·종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나가면서 영화산업 안에서도 기존의 남성 중심적 서사와 관점을 뒤집어보는 시도들이 늘어났다. 신인 김다미와 함께 세계관 최강자를 여성 캐릭터로 그린 <마녀>는 누적 관객수 318만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230만명)을 가뿐히 넘겼다. <오션스> 트릴로지의 스핀오프인 <오션스8>는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앤 해서웨이 등 여성배우만 기용하여 젠더 관점을 업그레이드한 새 버전의 <오션스> 시리즈를 확장했다. 게다가 <오션스8>는 여성 서사라는 주요 특징을 고려하여 번역 이후, 인지하지 못한 혐오적 표현은 없는지 여성 활동가의 검수를 거쳤다. 새로운 현상은 <미쓰백>에도 나타난다. 바로 ‘영혼 보내기’다. 극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영화 티켓을 예매해 작품에 힘을 보태는 응원 방식은 극장가에서 벌어진 여성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김종애 플래닛 대표는 “사실 <미쓰백> 개봉 초반엔 극장 배급 시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영혼 보내기로 이슈화되면서 입소문이 더 커지고 ‘우리가 지금 봐야 할 영화’, ‘불편해도 외면해선 안되는 영화’로 떠오르면서 많은 관객이 유입됐다. 그 덕에 상영 기간도 길어지고 좋은 시간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며 연대가 이끌어낸 긍정적 성과를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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