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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모두의 안전을 위해 <워 호스>, 해외영화계의 동물 촬영 사례들
임수연 2024-02-22

<워 호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은 지금 시대에 나왔다면 꽤 시끄러운 영화가 됐을 것이다. 실제 물소를 도축하는 신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후 할리우드에서 동물 연기 촬영 여건도 여러 변화를 거쳤다. 영화 엔딩크레딧에 등장하는 “No Animals Were Harmed®”는 해당 작품이 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해 제작되었음을 인증하는 문구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미국 인도주의 협회’에서 84년간 동물 배우 보호를 의무화한 이 프로그램은 연간 1천여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동물 10만 마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작동하고 있다. 양서류, 조류, 야생생물, 파충류, 영장류 등 동물별로 세세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현장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워 호스>는 영화가 취한 고전영화적인 촬영 방식상 CG 작업이 최소한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 조이를 연기한 대역마는 무려 14마리. 말마다 각기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데다 그들의 노동환경(!)을 고려했을 때 한 마리가 모든 임무를 떠맡지 않게 배려하는 것이 필요했다. 분장팀과 말 전담 미용사의 손을 거쳐 탄생한 다이아몬드 모양의 흰 점은 이들이 동일한 조이로 보일 수 있게 하는 장치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조이가 목줄에 묶인 돼지를 데리고 등장하는 신은 돼지가 지시어를 들으면 걸어 나올 수 있도록 훈련한 결과물이다. 특정 소리나 행동에 따라 동물이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줄 수 있게끔 학습시키는 메커니즘은 돼지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개가 공중을 나는 장면은 그린스크린 배경으로 촬영됐다. 스텐드 스테이 위에 놓인 개가 카메라를 마주하고, 가볍게 선풍기 바람을 날려주며 털의 섬세한 움직임을 얻어냈다. 발이 공중으로 뜨는 장면은 초록색 쫄쫄이 옷을 입은 훈련사가 직접 팔로 안아 올려 촬영한 것이다.

<웡카>에서 세탁 노동을 위해 개가 달리던 러닝머신은 전기가 아닌 개가 달리는 동작에 의해 작동됐다. 트레이너가 러닝머신 앞에 웅크리고 필요에 따라 수동으로 러닝머신을 멈출 수 있는 다른 트레이너도 대동했다. 개는 러닝머신을 달리면 음식 보상을 받게끔 학습받은 후 촬영에 들어갔다.

물론 이같은 풍경이 할리우드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에서 시각장애인 다니엘의 안내견 스눕을 연기한 7살 보더콜리 메시는 칸영화제 상영작 중 가장 뛰어난 연기를 펼친 견공 배우에게 수여되는 ‘팜도그상’을 수상했다. 메시는 <추락의 해부>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눈동자가 너무 밝다는 이유로 캐스팅이 잘 되지 않던 개였다. 총 22일 동안 촬영장에 나간 메시는 다니엘 역의 밀로 마차도 그라네르와 가까워지기 위해 사전에 많은 시간을 함께했고, 아픈 연기를 해내기 위해 꼼꼼한 훈련을 거쳤다. 스눕이 축 늘어져 혀를 늘어뜨리고 있는 모습은 <추락의 해부>에서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중 하나다. 그리고 동물배우의 연기는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기본이고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존중받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메시의 훈련을 담당한 로라 마틴 콘티니는 “연기를 타고난 개는 없다. 개마다 다른 신체 능력과 성격을 갖고 있다. 그들의 구체적인 특성을 탐구하고 캐릭터를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면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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