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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멘: 저주의 시작’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 인터뷰, "아끼는 사람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공포"
남지우 2024-04-04

<오멘: 저주의 시작> 예고편이 공개되었을 때 영민한 평자들의 직감은 이미 데이비드 린치를 향하고 있었다. 전설적인 영미 합작 호러영화 <오멘>(1976)과 설정상 연결점을 찾으려는 오리지널 팬들의 설왕설래도 이어졌다. 6월6일 6시, 세상을 멸망시킬 적그리스도의 탄생을 목격하는 미국인 수녀 마거릿을 연기한 배우 넬 타이거 프리는 이번 프리퀄이 기존 관객의 예측을 모두 벗어나는 영화가 될 것이라 당차게 선언했다. 오컬트, 보디 호러, 넌스플로이테이션 장르의 세대교체를 이끌 젊은 여성 듀오, 감독 아르카샤 스티븐슨과 배우 넬 타이거 프리와 나눈 대화를 옮긴다.

<오멘: 저주의 시작> 아르카샤 스티븐슨 감독(오른쪽).

- <오멘: 저주의 시작>으로 장편 데뷔하기 전, 졸업 작품 <Vessels>로 주목받은 뒤 TV시리즈에서 활동해왔다. 한국 관객에게 단 한편의 작품을 소개한다면.

= <Vessels>는 내겐 무척 특별하다. 지하 세계에서 불법 유방 확대 수술을 받으려는 트랜스젠더 여성의 이야기다. 졸업 작품에서 탐구했던 주제가 이후 모든 작품에 반영되어 있는데, <오멘: 저주의 시작>에서는 보디 호러, 특히 여성의 보디 호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탐구 하고 싶은 주제에 대한 미학을 단단하게 견지하고 표현하려 했다.

- <채널 제로> <브랜드 뉴 체리 플레이버> 등 필모그래피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장르는 호러다. 당신이 장르와 맺는 개인적인 관계를 설명한다면.

=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는 사진기자였다. 호러는 이상하게도 내가 공부한 포토저널리즘에 가장 가까운 장르처럼 느껴졌다. 사회적 사실주의와 초현실주의가 만나는 곳이 호러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전에 접해 보지 못했거나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주변인들 이다. 이들은 성, 도덕, 인간의 조건을 둘러싼 문화적 불안을 날것 그대로 느낀다. 호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간을 탐구하는 도구다. 기자와 감독으로서 내 작업의 중심은 항상 여기에 있었다.

- 무엇이 당신을 저널리즘에서 시네마로 이끌었나.

= 데이비드 린치. <LA타임스>에서 일하던 27살 때 <광란의 사랑>(1990)을 보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 영화감독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이런 걸 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린치가 다녔던 영화학교(미국영화연구소, American Film Institute)를 찾아봤더니 내가 사는 곳 바로 근처였다. 사실이라기엔 너무 좋았다. 린치라는 이름 하나만 품고 무작정 학교를 찾아갔다.

- 오리지널 <오멘>과 직접 각색한 프리퀄의 관계가 궁금하다. 집필 과정에서 염두에 둔 요소가 있다면.

= <오멘>은 권력과 믿음에 대한 흥미로운 탐험을 하는 작품이지만 동시에 대단히 남성 중심적인 프랜차이즈다. <오멘: 저주의 집>의 원안은 <오멘>을 탄생시킨 데이비드 셀처의 기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작가 벤 자코비가 썼다. 친구의 제안으로 각본을 읽어보니 음모의 한가운데에 있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를 각색하기로 하면서 앨런 J. 파큘라가 연출하고 제인 폰다가 출연한 <콜걸>(1971)에 큰 도움을 받았다. 관객이 주인공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한 뒤 유대감 형성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면 주인공을 고통스러운 상황으로 몰아넣는 방식의 공포다.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 공포. 특히 여성 캐릭터에게 상처 입히는 장면을 보여줄 때는 그 캐릭터를 먼저 인간화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했다.

- 출연진 중 한국 관객에게 근작 <리빙>의 빌 나이가 가장 익숙할 것이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보이 프롬 헤븐>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배우 타우픽 바롬의 할리우드 진출이 반갑기도 한데.

= 빌 나이는 지혜로운 추기경으로서 넬 타이거 프리가 연기한 마거릿과 유사 부녀 관계를 이룬다. 어둠으로 가득한 불확실한 세상에 선 등대 같은 존재다. 빌 나이는 어린 배우들이 많은 이번 촬영장에서 관대하고 따뜻한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캐스팅 디렉터 카멜 코크레인의 지휘하에 국제적인 출연진을 염두에 둘 수 있었다. 타우픽 바롬은 모든 감정이 교차하는 입체적인 얼굴을 지녔다. 70년대 유럽 교회가 배경이라고 해서 아랍계 배우가 사제 역을 맡지 말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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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