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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도금봉을 아시나요?
박은영 2003-03-18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는 ‘낮은 목소리’가 오는 4월11일부터 18일까지 동숭동 일대에 울려퍼진다. 서울여성영화제는 올해 동숭홀과 하이퍼텍 나다, 동덕여대 공연장에서 19개국 120여편의 여성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박경희 감독의 <미소>. <세 친구>의 조연출을 지냈던 박경희 감독이 연출하고 임순례 감독이 프로듀싱한 작품으로, 이번 여성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여성감독들의 최근작을 모아 상영하는 ‘새로운 물결’ 부문엔 그 이름만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 감독들의 신작이 적지 않다. 지난 3회 특별전의 주인공이었던 아녜스 바르다는 <이삭 줍는 사람과 나>의 속편에 해당하는 를 선보인다. <파니 핑크>의 도리스 되리는 <벌거숭이 게임>으로, <안토니아스 라인>의 마린 고리스는 <캐롤라이나>로 ‘건재함’을 과시한다. <베를린의 여걸들> <애정성시> <비너스 보이즈> 등은 남인영 프로그래머가 “새로운 영화언어를 창조한 젊은 여성영화”로 주목한 작품들. 레즈비언스릴러 <가솔린>과 판타스틱 시대극 <결혼의 방식>도 눈길을 끈다.

아시아 여성영화를 지역별로 조명해보는 ‘아시아 특별전’은 올해 필리핀을 찾아간다. “필리핀의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특징들이 만들어내는 여성 이슈들을 다양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영화화내고 있으며 대중적 성공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임성민 프로그래머의 설명. 필리핀 여성영화의 대표 주자인 마릴로 디아즈 아바야의 <모랄>, 새로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는 조이스 버날의 <사랑은 트럭을 타고> 등 필리핀 여성 영화사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작품 9편과 만날 수 있다.

아녜스 바르다, 타흐미네 밀라니에 이은 감독 특별전의 주인공은 캐나다의 여성감독 레아 풀이다. 여성의 내면을 따라가며 “망명, 모호한 성적 경계, 자아 찾기” 등을 즐겨 다루는 레아 풀은 “음악과 같은 이미지”로 여성적 글쓰기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선 <호텔의 여인> <야만의 여인> <안느 트리스테> <자유를 향해> 등 대표작 6편을 소개한다.

장르와 주제 등에서 테마를 구하던 한국영화회고전은 올해 60년대 한국영화에서 다양하고도 전복적인 여성상을 선보였던 배우 도금봉에게 초점을 맞춘다. 이름 하여 <천의 얼굴의 요부, 도금봉 전>에서는 <또순이>의 억척스런 노동자, <백골령의 마검>의 유혹적인 흡혈귀, <산불>의 욕정에 찬 미망인, <월하의 공동묘지>의 사악한 여인 등 도금봉의 다양한 얼굴, 다양한 이미지와 만날 수 있다.

여성들의 실험영화와 비디오 작품을 소개하는 ‘딥 포커스’에서는 영화와 미술, 비디오 아트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여성주의 미학이 어떻게 실현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호주의 영상실험, 아방가르드적 실험, 사디 베닝의 작품들, 한국 실험영화 등이 준비돼 있다. 여성의 삶과 현실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여성영상공동체’ 부문은 ‘청소녀감독작품’, ‘투쟁에 관한 기록’, ‘다른 삶의 방식’, ‘경계를 넘어서’ 등 여성 영상 운동가들의 다양한 활동상을 소개한다. 유일한 경쟁부문인 ‘아시아단편경선’은 한국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지의 젊은 여성 작가들을 발굴, 소개하는 자리.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의 약진이 두드러졌고, 뮤지컬도 처음으로 등장했다.

이 밖에도 올해는 영화 속의 여성상을 그린 김소영 교수의 다큐멘터리 <황홀경>과 지난해 옥랑상(다큐멘터리 지원 프로그램) 선정작 <봄이 오면>과 <왠지 작은 찻잔과 밥그릇>의 특별상영이 예정돼 있다. 국제 포럼은 ‘아시아영상미디어교육: 젠더와 민주주의, 그리고 여성주의 미디어 컨텐츠 개발’이라는 주제로 라운드테이블과 워크숍으로 나눠 진행된다. 부대행사로는 아시아여성영화인의 밤, 필리핀 여성노동자 돕기 행사, ‘딥 포커스’와 ‘아시아 특별전’의 섹션 포럼, 쾌걸 여담, 오픈 스테이지 등이 마련된다.

일반상영 관람료는 5천원(개막식 8천원, 심야상영 1만원)이며, 3월28일부터 인터넷(www.wffis.or.kr)과 전화(1544-1555)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3만원으로 10편을 볼 수 있는 패키지 티켓 ‘우피스 매니아’도 발매된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박경희 감독의 <미소>, 감독 특별전의 주인공 레아 풀 감독의 <야만의 여인>.한국영화 회고전 `천의 얼굴의 요부, 도금봉전`의 <산불>(맨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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