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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소동을 통한 예측 가능한 성찰, <역전의 명수>
박은영 2005-04-12

잘난 세상, 잘난 동생 때문에 벼랑으로 몰린 별볼일 없는 청춘 명수,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역전의 명수>는 기획 단계부터 제목으로 유명해진 영화다. 한때 제목을 사수하기 위해 타 영화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던 만큼 이 제목이 갖는 의미는 크다. ‘역전’ 국밥집 아들 ‘명수’가 인생 ‘역전’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함축해 보여주면서, 스스로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하는 많은 이들에게 ‘통쾌한 한방’의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게 하니까. 공감과 대리만족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켜줄 것이냐가 자칭 ‘휴먼코미디’ <역전의 명수>의 관건이었다.

영화의 인물과 공간은 상징적이다. 의리에 살고 죽는 실속없는 인생 명수(정준호)는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쌍둥이 동생 현수(정준호)를 위해 무조건 양보하고 희생한다. 복잡한 여자관계도 대신 정리해주고, 사법고시에 매진할 수 있도록 군대도 대신 가고, 출세에 지장없도록 감옥도 대신 간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다. 그런 명수에게 베일에 싸인 여인 순희(윤소이)가 접근해, 은행을 털자고 제안한다. 명수는 얼떨결에 합류한 이 작전이 정재계 유력인사는 물론 그들에게 영합한 동생 현수를 겨냥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역전 시장, 집창촌, 뒷골목 등 순박한 로맨스와 거친 액션이 어우러질 법한 휴먼드라마의 세팅은 이와 함께 도심의 대로와 밀실, 매스컴 등 사회풍자의 무대로 뻗어나간다.

예상과 달리 <역전의 명수>는 상징과 풍자로 채워넣은 우화가 아니라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와 주장을 품은, 복잡하고 직설적인 영화다. 1인2역 정준호의 능청스런 연기와 다양한 인간 군상을 체현한 중견 조·단역진의 어울림이 순간순간 빛나기도 하지만, 평면적이고 과장된 인물들은 얼마간 예측 가능한 소동을 통해서 예측 가능한 성찰을 얻는다. 결정적인 아쉬움은 사회 권력층의 부정부패에 맞서는 명수의 행각이 그리 통쾌하지 않다는 사실. “한번 주겠다”는 순희의 약속에 끌려다니는 명수의 욕망이 너무 노골적으로 자주 드러나기 때문일까. 명수가 ‘의적’으로 추어올려지는 아이러니에는 그래서 쾌감이 없다. 직설적인 사회풍자와 비판, 섹스와 폭력이 가미된 코미디를 함께 보여주려는 노력은, 선과 악으로 분열된 두 아들을 모두 끌어안으려는 엄마의 몸짓처럼 버거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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