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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한 블랙코미디, <키핑 멈>
최하나 2006-07-11

50명 남짓한 주민이 살고 있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시골마을 리틀 월롭. 이곳의 목사인 월터(로완 앳킨슨)는 자나 깨나 교구 일에만 관심을 쏟을 뿐 가족에게는 철저히 무심하다. 욕구불만으로 골프 코치 랜스(패트릭 스웨이지)와 바람이 난 아내 글로리아(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남자친구를 수시로 갈아치우는 딸 홀리,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 피티까지, 월터 가족은 그야말로 콩가루 상태. 그러던 어느 날 가정부 그레이스(매기 스미스)가 가족을 찾아오고, 이때부터 이들에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가정부를 해결사로 등장시키는 설정은 일견 <내니 맥피: 우리 유모는 마법사>를 연상시키지만, <키핑 멈>은 그보다는 연쇄살인마 엄마가 등장하는 영화 <시리얼 맘>을 빼닮은 잔혹코미디다. 마법의 지팡이 대신 프라이팬과 전기다리미가 등장하고, 그레이스는 가족의 평화에 걸림이 되는 모든 것들을 말 그대로 ‘제거한다’. 엽기적인 해결 방식 이면에 자리한 것은 신랄한 유머감각이다. 주말이면 예배에 참석해 경건한 기도를 드리는 리틀 월롭의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뿐 이웃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명목상 커뮤니티를 책임지고 있으나, 꽃꽂이 모임의 갈등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월터 목사는 무능하고 무기력한 종교에 대한 풍자다. 해결사 그레이스, ‘신의 은총’이라는 뜻의 이름은 이처럼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조롱과 야유의 정서를 단적으로 대변한다.

<키핑 멈>은 기존의 블랙코미디물에서 익히 보아왔던 스토리 구조와 인물 유형을 능숙한 화법으로 변주하지만, 새롭거나 독창적인 시도를 보여주진 않는다. 의외로 차분하고 얌전한 결말 역시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섬뜩함이나 스릴러적 긴장감을 기대했던 이들에겐 다소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영화에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부여한다.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은 트레이드 마크인 바보스럽고 우스꽝스런 캐릭터를 완벽히 지워냈고,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남편과 애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중년 여성을 한없이 사랑스럽게 그려냈다. 발군의 연기를 보여주는 것은 그레이스 역의 매기 스미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맥고나걸 교수로 친숙한 그녀는 특유의 우아함을 무표정한 살인마의 모습과 절묘하게 섞어내며 아이러니한 매력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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