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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바깥 스턴트맨들의 이야기 <우린 액션배우다>
주성철 2008-08-27

액션빈도 지수 ★☆ <챔피언 마빡이> <짝패> 촬영현장 엿보기 지수 ★★★☆ 배우들에 대한 호감 지수 ★★★★☆

2004년 서울액션스쿨 8기 오디션이 끝난 뒤, 강도 높은 훈련 속에 10명 안팎이 대열에서 이탈했고 마지막 시점에선 15명만이 버텨냈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권귀덕, 곽진석, 신성일, 전세진, 권문철 등 그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괴물>에서 한강으로 떨어지는 남자 대역을 했던 권귀덕, 전직 미용사 출신 권투선수인 곽진석, 잘생겨서 <쩐의 전쟁>에서 박신양 대역을 하기도 했던 신성일, 십자인대 파열로 스턴트 생활 불능으로 연예계 오디션을 보러 다니게 된 권문철, 그리고 제주도에서 풍운의 꿈을 안고 올라온 전세진 등 오로지 액션배우가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모인 친구들이다.

역시 8기생이었던 정병길 감독의 내레이션으로 각자 살아온 환경도 달랐고 꿈도 달랐던 그들의 현재를 들여다본다. 흥미로운 것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영화현장의 카메라 바깥 스턴트맨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모습들이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정말 몇초 동안 순간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그들에게 몇 십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와 동시에 영화적 재미도 잊지 않는다. 8기생들의 오디션 장면을 하나하나 회상하는 대목이나, “야, 너 죽는다”며 아들의 TV드라마 출연을 즐기는 한 어머니, 그리고 결정적으로 점쟁이 말만 믿고 호랑이 문신을 새기느라 빚만 잔뜩 진 전세진의 일화는 배꼽을 잡게 만든다. 요즘 그 흔한 ‘4차원’이라는 표현으로도 정리가 힘든 그는 <우린 액션배우다>의 감초 같은 존재다. 더불어 권귀덕과 신성일이 따로 인터뷰를 하다가 자동차 충돌로 만나는, 다큐와 허구가 결합된 장면은 눈여겨볼 순간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기간 중 사망했던 고 지중현 무술감독을 회상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잠시 숙연해진다. 고인에게는 정말 몹쓸 말이지만, 그의 죽음이 <우린 액션배우다>의 헐거운 기승전결을 꿰맞췄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큰 효과를 발휘한다. 그렇게 그들은 술자리에서 말 못할 친구의 고백을 듣고, 선배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떨구며, 24시간 항시대기의 삶을 이어가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물론 촬영이 마무리될 즈음 마지막으로 남은 이는 권귀덕 혼자뿐이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그들은 배우가 아닌 인간으로서 성장했다. 너무나 상투적이라 쓰기 껄끄럽지만 ‘진정성’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tip/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인기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았다. 출품작 중 관객의 설문조사에서 평점 1위를 기록한 작품에 수여하는 상으로 5점 만점 중 4.69점을 기록했는데, 이것은 영화제사상 역대 최고 점수다. 그뒤 올해 8월 열린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인 ‘땡그랑동전상’을 받았다. 관객이 동전 투표로 상영작 중 최고 인기작을 가리는 이색관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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