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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사기극 <블룸형제 사기단>
문석 2009-06-17

synopsis 스티븐(마크 러팔로)과 블룸(에이드리언 브로디)은 어릴 때부터 생존을 위해 사기를 쳐왔던 대단한 형제다. 어른이 된 뒤로 수법이 대담해지고 사기로 얻는 이익이 커진 것은 당연한 일. 베를린에서 한탕을 크게 벌인 형제와 제3의 멤버 뱅뱅(기구치 링코)은 뉴저지에 사는 대부호의 상속녀 페넬로페(레이첼 바이스)를 새로운 타깃으로 삼아 작전을 꾸민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블룸은 사기칠 대상인 페넬로페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고, 페넬로페는 사기극의 쾌감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블룸형제 사기단>은 사기꾼 형제의 사기극을 주된 내용으로 삼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사기 영화’(Con Movie)는 아니다. 이 영화는 치밀한 플롯과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들을 내세워 엎치락뒤치락 관객을 가지고 노는, 그래서 결국 관객까지 사기 행각의 대상으로 삼는 <스팅> 같은 영화라기보다 사기를 매개로 인물들의 관계를 보여주는 <페이퍼 문>과에 속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 기발하지도 않은데다 엇비슷한 사기 수법이 반복해서 보여지는 것도 그런 데서 연유한 듯 보인다. 그렇다고 불평할 필요는 없다.

<블룸형제 사기단>의 매력은 각각의 캐릭터에 집약돼 있다. 무언가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한번도 없지만 전기톱 저글링이나 수준급 피아노 연주를 모두 독학으로 익힌 페넬로페(그녀가 딱 하나 익히지 못한 게 있으니, 그건 운전이다)나 거의 입을 열지 않으면서도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뱅뱅도 재미있는 인물들이지만, 뭐니뭐니해도 블룸 형제야말로 이 영화의 알파요 오메가다. 스티븐이 13살, 블룸이 10살 때 벌인 첫 사기 행각 때부터 형제의 역할은 정해져 있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상황을 연출하는 쪽이 스티븐이라면, 대하 서사에 가까운 이 사기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주연배우는 항상 블룸이었던 것. 하지만 세월이 지나 어엿한 성인이 되면서 블룸은 이 거짓된 삶 또는 게임 같은 인생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스티븐 또한 블룸이 “(각본으로) 쓰여지지 않은 삶”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작품’에만 몰두하는 연출가마냥 블룸의 요구를 묵살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험난한 세상으로부터 동생을 보호하려는 형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데뷔작 <브릭>을 통해 틴에이저물과 필름누아르를 절묘하게 접합시켰던 라이언 존슨 감독은 <블룸형제 사기단>을 통해 흥겨운 사기 영화라는 외피 안에 성장영화와 멜로드라마를 매끈하게 녹여낸다. 배우들의 활력 넘치는 연기 또한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다.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게 완벽한 사기”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블룸형제 사기단>은 제작진과 배우, 그리고 관객이 원하는 바 모두를 웬만큼 충족시켜주는 유쾌한 사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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