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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식 <웰컴 투 동막골>, <사일런트 웨딩>

synopsis 소련 점령 시기, 루마니아의 어느 시골 마을. 마을에 사는 총각 이안쿠(알렉산드루 포토신)와 아리따운 처녀 마라(메다 안드레아 빅토르)는 사랑하는 사이다. 마라의 아버지는 결혼 의사가 없어 보이는 이안쿠에 화가 나 있고 이안쿠와 마라의 아버지는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린다. 그러던 중 이안쿠가 마라와 결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두 집안은 화해를 청하고 경사 분위기가 된다. 그것도 잠시. 스탈린의 죽음으로 마을에는 일체의 ‘집회’가 금지된다. 이제부터 침묵의 결혼식이 시작된다.

크리스티안 문주의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 칸에서 수상하며 관심을 끌게 된 루마니아영화는 확실히 지나치게 과대평가를 받은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 평가의 거품을 걷어내더라도 혹은 대단한 미학적 완성도를 보이지는 않더라도 작품마다 나름의 미덕은 갖추고 있다. 그 미덕은 주로 냉정함과 풍자에서 온다. 그 두 가지 성향이 어우러지는 걸 보는 건 재미있다. 한쪽은 크리스티안 문주의 영화처럼 냉철한 메스를 지닌 사회파 영화들이지만 또 한쪽은 <그때 거기 있었습니까?>와 같은 풍자의 모험으로 가득 찬 영화들이다. <사일런트 웨딩>은 그 제목답게 후자쪽이다.

침묵의 결혼식에서 풍자는 무엇인가. 시골 마을에서 혼사라는 큰 경사가 있던 날 갑작스럽게 군인들이 쳐들어오고 그들을 데려온 건 소련 점령기 치하 마을에서 따돌림당하는 공산당원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동안 스탈린식 공산주의를 농담과 야유로 비켜왔지만 이날만큼은 그럴 수가 없다. 스탈린의 죽음으로 7일간의 애도기간에는 집회를 불허하며 어길 시에는 반역죄로 처벌하겠다는 경고를 들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밤늦게 모여 결혼식을 열고 그들의 방식대로 말없이 축하한다. 그들은 침묵으로 스탈린주의를 멸시하고 쫓아내려 한다. 그 끝은 비극이다. 이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어두운 시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에는 재미있는 장면들이 몇 있다. 가령 이 영화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사 중 하나는 결혼식 날짜를 잡은 양가의 아버지가 “그래도 일요일에는 서커스단이 오는 날이니 목요일로 결혼식을 미루자”는 대목이다. 아직 수염난 여자가 등장하고 난쟁이가 뛰노는 서커스가 마을의 결혼식을 미룰 만큼 환상적인 축제였던 때다. 이 장면은 무서운 스탈린주의를 유쾌한 축제로 넘어서겠다고 비유하는 은밀한 농담이기도 하다. 그와 연관하여 한편으로는 갑자기 영화의 내용을 멈춘 다음 얼치기 스탈린주의자들에게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을 연출시키는 것도 유사한 감정을 일으킨다.

소란스럽고 순진하면서 동시에 명랑하고 풍자적인 <사일런트 웨딩>은 동시대 루마니아의 어떤 경향을 대변하듯 적정선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할 줄 안다. 사려깊은 역사극이 되기에는 다소 도식적이지만, 대책없이 명랑한 순간에는 귀여운 구석도 있다. 루마니아식 <웰컴 투 동막골>이라고 소개한다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의 끝은 꽤 비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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