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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좋은 두 배우의 버디무비 <의형제>
주성철 2010-02-03

synopsis 6년 전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와 남파 공작원 지원(강동원)은 우연히 만난다. 작전 실패를 이유로 한규는 국정원에서 파면당하고, 지원은 배신자로 낙인찍혀 북에서 버림받는다. 6년 뒤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속이는데, 지원은 도망간 동남아 신부들을 찾아주는 흥신소 일을 하고 있는 한규의 일을 거들게 된다. 서로 의심의 골은 깊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은 의형제처럼 가까워진다.

<의형제>는 설정부터 버디무비의 정석을 보여준다. 남과 북으로 갈린 두 남자의 성분도 그렇고, 서로 자신의 존재를 알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 그리고 결국 각자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운명에 이르기까지 줄곧 두 남자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그것은 장훈 감독이 이미 소지섭, 강지환 주연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2008)에서 보여준 장기의 재현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작과 달리 사회적 풍경이 더 치밀하게 겹쳐진다. 특히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남파 간첩(혹은 탈북자)의 감정을 이주노동자의 그것으로 치환해 쌓아올린 정서가 제법 큰 진폭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통일 이후 북한 사람들의 운명이 그런 동남아 불법취업 노동자의 그것처럼 흘러갈지도 모를 일이니까. 지원이 남한 동포들보다 그들에게 더 큰 감정이입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남파간첩이 임무 수행 중 맞닥뜨린 낭만적 갈등, 남북간의 혈연의 우정이라는 점에서 각각 <간첩 리철진>(1999)과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떠올리게도 한다. 혹은 간첩을 향한 인도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이중간첩>(2002) 역시 선배 영화 계보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좀더 코믹한 버전이라면 남북 정상들의 퀴어적 관계를 보여준 <재밌는 영화>(2002)나 <남남북녀>(2003), <동해물과 백두산이>(2003) 같은 영화도 함께 연상된다. 그들로부터 10여년 뒤 만들어진 <의형제>는 다소 낙관주의에 기대고 있다고 비판할 순 있겠지만 어쨌건 좀더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마치 불법이민 외계인을 찾아다니는 <맨 인 블랙>(1997)의 두 남자처럼 한규와 지원은 달아난 ‘베트남 신부’들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그것은 우리의 음지를 찾아다니는 여행이다. 그런 가운데 한규와 지원 각각의, 상대의 정체를 나만 알고 있을 거란 혼자만의 생각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그런 긴장감은 이내 두 배우의 우애로 수렴된다. 둘의 관계 변화를 지켜보면서 정체가 밝혀져도 딱히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 때문. 그렇게 배우 개인의 캐릭터를 유연하게 흡수하고 드러내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송강호의 영화를 슈트를 입은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나눌 수 있다면, 그가 종종 자기만의 코믹한 원맨쇼를 펼치는 <의형제>는 <우아한 세계>(2007)의 처량한 가장의 연장인 전자의 결정판이다. 늘 익숙하지만 계속 마주하고 싶은 반가운 얼굴이랄까. 고지식하면서도 인간적 매력이 풀풀 풍기는 강동원도 마찬가지다.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의형제>는 전작 <영화는 영화다>로 받았던 주목이 딱히 지나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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