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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유괴범의 이야기 <엄지아빠>
김성훈 2010-09-01

‘이 이야기는 오영주 납치사건 일지 중 모월 모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벌어졌던 현장기록을 몰래카메라와 CCTV를 통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등장하는 복잡한 자막과 달리 <엄지아빠>는 단순한 유괴범 이야기다. 여고생 영주(진다은)가 악명 높은 유괴범 엄지아빠(방동원)에게 납치된다. 영주의 아버지(이설구)는 딸의 안전을 위해 경찰에 알리지 않고 사설 해결사인 충식(조형래)과 동구(장세훈)에게 엄지아빠와의 거래를 맡긴다. 충식과 동구는 엄지아빠를 잡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지만 계획이 참 허술하다. 범인의 얼굴을 확보하기 위해 돈가방에 비디오카메라를 넣는가 하면 건달 두명을 고용해 거래가 이루어질 현장에 잠복한다.

물론 비디오카메라의 목적은 다른 데 있다. 돈가방이 엄지아빠의 손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동시에 엄지아빠를 몰래 관찰한다. 엄지아빠가 10년 전 잃어버린 딸을 찾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도 그때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영주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을 납치한 엄지아빠에게 동정심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 마치 “피해자의 부모가 아닌 유괴범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야기”라는 감독의 의도에 억지로 끼워맞춘 것 같은 전개다.

이후 <엄지아빠>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감독의 의도인 엄지아빠의 아픔을 뒷받침해줄 만한 장면이 전혀 없고, 모든 상황을 대사로만 설명해 극의 리얼리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몰래카메라나 CCTV 촬영은 상황을 보여주는 데만 급급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몰래카메라 기법과 <블레어 윗치>의 시점숏이 이야기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 형식인지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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