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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핥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영화 <센티미엔토 : 사랑의 감각>
김도훈 2011-02-23

당신은 스페인에서 온 광고계 출신 여성감독이다. 알모도바르의 후원을 받아 만든 몇편의 영화가 그럭저럭 좋은 평도 받은 적이 있다. 어느 날 당신은 생전 처음으로 도쿄에 갔다. 모든 게 너무나도 이국적이다. 초보 관광객이라면 한번은 들르는 쓰키지 수산시장에 갔다가 생선을 파는 젊은 여자를 봤다. 당신은 예전에 본 적 있는 일본 망가를 떠올리며 상상한다. 낮에는 생선을 팔고 밤에는 킬러로 일하는 섹시한 일본 소녀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면 끝내줄 거야. 대부분의 감독이라면 거기서 망상을 그만두게 마련이다. 이자벨 코이셋은 그러지 않았다. 류(기쿠치 린코)는 어시장 잡부인 동시에 킬러다. 그녀는 청부를 받고 도쿄에서 와인숍을 운영하는 스페인 남자 데이빗(세르주 로페즈)을 제거하기로 한다. 그러나 데이빗에게 반한 류는 의도치 않게 잠자리를 갖게 되고, 이후 두 사람은 지하철처럼 꾸며놓은 윤락업소 등을 돌아다니며 계속해서 잠자리를 한다.

서구 감독이 도쿄의 팝문화에 경도되어 만든 영화들은 꽤 많다. 리들리 스콧의 <블랙 레인>과 소피아 코폴라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같은 영화들 말이다. 그 영화들은 겉핥기라도 근사하게 해냈다. <센티메인토: 사랑의 감각>은 유럽 촌놈이 20여년 전에 도쿄를 방문하고 만들었을 법한 영화로, 알몸 스시와 라멘 박물관 등 온갖 클리셰를 끝없이 보여주며 ‘근사하지? 이국적이지?’를 외치는 것 같다. 기쿠치 린코는 최선을 다한다. 훌륭한 스페인 배우 세르주 로페즈는 이례적으로 민망한 연기를 보여준다. 배우 탓이라기보다는 말도 안되는 역할을 시키면서 영어 연기까지 시킨 감독 탓이다. <센티미엔토: 사랑의 감각>은 제62회 칸영화제 경쟁작이다. 야유 소리 역시 가히 경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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