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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성장의 의미를 찾아서
윤혜지 2012-08-22

제1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 8월23일부터 29일까지

<레비의 말>

“Stand by me.” 올해로 열네살이 된 영화제가 당신에게 꼭 전하고 싶은 한마디. <스탠 바이 미>(1986)에서 착안한 제1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SIYFF)의 공식 슬로건이다.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이 시대의 청소년에게 성장의 참의미를 일깨우고 영화를 통한 세대간의 진실한 소통을 시도하려 한다. 여전히 뜨거운 여름의 끝자락,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함께하는 영화 여행이 오는 8월23일부터 29일까지 7일간 진행된다. ‘전 세대가 영화로 하나되는 가장 대중적인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것이 올해의 가장 특기할 만한 점이다. 이에 비경쟁부문에서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뉜 영화들을 연령별 500명의 관객심사단이 감상한 뒤 세편을 선정해 올해의 SIYFF 관객상을 수여한다. 또 하나, 10여개국의 청소년 20명으로 구성된 국제청소년심사단은 영화제 기간 중 캠프에 참가해 공식경쟁부문인 ‘경쟁13+’ 섹션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영화인들과 함께 토론할 수 있으며, 올해의 SIYFF 시선상을 선정한다.

제1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는 총 60개국에서 1235편이 출품되었으며 상영작은 40개국의 141편이다. 관객이 좀더 편리하게 상영작을 관람하도록 섹션을 연령별로 구분하고 장편 및 단편을 한데 묶었다. 개막작인 보드윈 쿨레 감독의 <카우보이>(‘Kauw’는 네덜란드어로 갈까마귀라는 뜻)의 외로운 소년 요요가 바라보는 세상은 물속처럼 그저 먹먹하다. 수구를 하는 요요는 갈까마귀, 친구 옌데,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어머니의 부재에 맞닥뜨린 뒤의 혼란스러움을 잘 이겨낸다.

‘키즈 아이’ 섹션은 만 4살부터 12살까지의 어린이 관객에게 눈높이를 맞춘다. 이 섹션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만들어진 가족영화를 만날 수 있다. 방학의 말미, 어린이에게 올여름 마지막 휴가로 선물하기 좋은 묶음이다. 요람 뤼르센 감독의 <늑대소년 알피>는 자신이 늑대인간임을 인정할 수 없는 알피의 고민을 담았다. 티미 가족에게 입양된 알피는 점점 늑대의 본성을 감추기 힘들어진다. 괴로운 소년을 보는 안쓰러움은 점차 사랑스러움으로 승화된다. 요한 니젠허스 감독의 <베니>는 ‘못된 아이는 자루에 담겨 스페인으로 보내진다’는 성 니콜라스 축일의 전설에 따라 일부러 말썽쟁이가 되려 하는 베니의 이야기다. 베니의 심성이 착한 걸 안 성 니콜라스가 베니를 집으로 돌려보내려 하자 베니는 스페인에서 일하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진정한 악동으로 거듭나려 한다. 시종일관 어린이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져 더욱 유쾌하다. 낯선 곳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의 친구는 때로 사물일 수 있다. 아릴드 아스틴 아문센 감독이 연출한 <사고뭉치 트윅슨>의 주니어가 그런 아이다. 짓궂은 동네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든 주니어의 유일한 친구는 나무인형인 트윅슨이다. 그런데 트윅슨이 사라져버린다.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색감과 섬세한 애니메이션이 특징적이다.

<카우보이>

‘틴즈 아이’ 섹션은 13살부터 18살까지의 청소년 관객을 위한 섹션으로 전세계 성장영화의 경향을 읽을 수 있으며,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나 십대의 성장통을 깊이있게 다루는 장편영화들을 주로 선보인다. 알릭 브라운 감독의 <키니어완다>는 화해를 말하는 일종의 선언문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절대 만나서는 안될 투치족 여자와 후투족 남자가 사랑에 빠지고,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이 있은 뒤 이슬람교도를 보호하기 위한 칙령이 발표된다. 핍박받던 투치족은 이슬람 사원으로 도피하게 되고, 사원 안에서 모두 하나가 된다. 좀더 가볍게 볼만한 작품으로는 니콜 반 킬스독 감독의 <아빠 구출 대작전>이 있다. 군의관인 아빠와 키키와 엄마는 화상전화를 통해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는데 어느 날부터 아빠와 연락이 두절되고 가족들은 불안해진다. 죽음에 관한 키키의 고민은 의외로 대단히 실존적인 문제에까지 닿아 있다. 키키만큼 영화의 만듦새도 귀엽고 사랑스럽다.

영화를 통해 모든 세대가 하나로

청소년을 위한 영화제지만 성인 관객을 위한 부문도 마련된다. ‘스트롱 아이’ 섹션의 작품들은 어른들이 알아야 할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다양한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일부다처의 전통이 있는 터키 출신의 한 남자에게 두명의 부인이 있다. 남편이 죽자 두 부인 파트마와 아시는 여성으로서의 연대를 시작한다. 우무트 다그 감독의 <쿠마>는 급변하는 사회 속 가족제도의 기본 가치에 대해 성찰하는 작품이다. 커스틴 셰리던 감독의 <돌하우스>는 통제 불가능한 십대들의 가택 침입 스릴러다. 무절제한 그들의 폭주는 어느 지점에서야 멈출 수 있을까. 파괴적인 한밤의 소동은 예민한 시선을 유지하는 카메라와 날카로운 편집으로 관객의 마음에 핏빛 인장을 새긴다. 토니 케이 감독의 <디태치먼트>는 건조한 삶의 토양에 순도 높은 흙을 덮는 영화다. 기간제교사로 일하는 헨리 바트는 관계망 안에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을 기피하며 배타적인 삶을 산다. 새 학교로 발령된 뒤 헨리의 삶은 좀더 인간적으로 변한다. 에이드리언 브로디를 비롯한 배우들의 호연이 인상적이다.

<키니어완다>

경쟁부문인 ‘경쟁13+’ 섹션은 예년과 같이 만 13살에서 18살까지의 청소년들이 만든 작품을, ‘경쟁+19’ 섹션에서는 ‘어린이, 청소년, 성장’에 관한 키워드를 영상화한 성인들의 작품을 상영한다. ‘경쟁13+’ 섹션의 작품엔 사회를 바라보는 십대의 시선이 오롯이 담겨 있다. 대체로 현대를 성찰하며 그 안에서 개인적인 의미를 찾는 작품들이 많다. 타미 플라빈, 케빈 오레이건 감독이 공동 연출한 <연결망>은 중요한 파일을 잃어버린 여자의 초현실적인 모험을 다룬 작품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손편지를 소재로 삼은 조셉 프로코피오 감독의 <편지>는 좋아하는 소녀에게 고백하기 위해 손편지를 쓰기 시작하는 소년의 이야기다. 미셸 믹세이 감독의 <내가 원하는 것>은 ‘코믹콘’ 행사에 가고 싶은 여학생이 가족들의 비난에 맞서는 내용을 그렸다. ‘경쟁+19’ 섹션의 작품들이 세심하게 건져올린 성장담에도 귀를 기울여보자. 마리오는 아들 사무엘에게 세탁기 사용법을 가르치며 세탁기가 빨랫감의 시간을 되돌리는 기계라는 비밀도 함께 알려준다. 대니 린치 감독의 <세탁기>는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직후의 어린아이를 온화한 시선으로 관찰해낸다. 세실리아 프루지율 감독의 <난독증 소녀>는 자신의 단점을 창조적으로 극복해나가는 아멜리아의 하루를 보여준다. 아멜리아의 상상은 차가운 교실을 벗어나 환상적인 세상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마리아 카스티예호 카르멘 감독의 <꼬마 철학자>는 불행의 원인을 성찰하는 영화다. 소녀가 던진 근원적인 질문에 관객은 각자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14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는 두 가지 특별전도 준비돼 있다.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특별전에서는 장애인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세편을 엄선했다. 새미 자누카넨, J-P 파시 감독이 공동 연출한 <펑크신드롬>은 네명의 발달장애인들이 결성한 펑크록 밴드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다. 리 그랜트 감독의 <로레타 클레이본 스토리>는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하는 로레타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다. 마지막 한편은 정윤철 감독의 <말아톤>이다. 자폐아 초원이로 분한 조승우의 연기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2012년 클레르몽 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상영된 단편들을 모은 클레르몽 페랑 키즈 특별전도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반짝반짝 빛나는 귀한 모음전이니 관람 리스트에 꼭 넣자. 상영작은 모두 아리랑시네&미디어센터, CGV성신여대입구, 성북천 분수마루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