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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향한 짝사랑
김현수 사진 백종헌 2015-09-03

<베테랑> 장소연

영화 <곡성>(2015) <베테랑>(2015) <약장수>(2014) <나의 독재자>(2014) <가족시네마>(2012) <화이팅 패밀리>(2012) <도가니>(2011) <헤드>(2011) <체포왕>(2011) <황해>(2010) <19>(2010) <김씨표류기>(2009) <지구에서 사는 법>(2008) <멋진 하루>(2008) <크로싱>(2008) <궤도>(2007) <바르게 살자>(2007) <못말리는 결혼>(2007) <Mr. 로빈 꼬시기>(2006) <국경의 남쪽>(2006) <달려라 장미>(2006) <내부순환선>(2005) <사랑니>(2005) <박수칠 때 떠나라>(2005) <레드 아이>(2004) <슈퍼스타 감사용>(2004) <욕망>(2002) <고양이를 부탁해>(2001)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2015) <밀회>(2014) <아내의 자격>(2012) <별순검> 시즌1(2007) <하얀 거탑>(2007)

최근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이 널리 알려진 배우 장소연은 연기 비전공자다. 대학교에서 영어와 중국어를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그녀를 사로잡은 건 오직 영화뿐이었다. 수많은 영화에서 오랫동안 단역으로 짧게 등장하면서도 오직 영화를 향해 열렬히 구애하던 그녀에게 이제 영화가 대답할 차례다.

-MBC <라디오스타> 출연이 화제가 됐다. 최근 출연작인 <베테랑>도 흥행 중인데 인기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나.

=예능 프로그램 섭외 전화가 많아졌다. (웃음) 20년 동안 연락 안 하던 지인에게도 연락이 와서 신기했다. 어제는 휴대폰을 사러 갔는데 사람들이 영화 잘 봤다면서 단박에 알아보더라. 기분 좋은 변화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쉬이 볼 수 없었던 장소연의 미소를 예능에서 보여줬다. 물론 노래 실력도 화제가 됐다.

=연극 무대에서는 다양한 역할을 많이 선보였지만 영화에서는 불운한 가장의 아내 혹은 엄마 역할이 대부분이라 웃는 표정을 보일 일이 거의 없었다. 판소리는 평소 발성 연습 삼아 차에서 즐겨 부른다. 외국어처럼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 배웠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나 <밀회>에서 보여줬던 서늘한 캐릭터는 그간 종종 연기했던 영화 속 ‘엄마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다.

=캐릭터를 알 수 있게 드러내는 것과 드러내지 않으면서 마음속을 내보이는 연기는 확연히 다르다. 특히 <풍문으로 들었소>의 민주영은 내면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라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비서의 업무란 결국 남을 챙기는 일인데 극단 생활할 때 워낙 잔심부름을 많이 해서인지 뭐든 챙기는 역할은 잘하더라. (웃음)

-안판석 감독과는 <국경의 남쪽> 이후 여러 작품을 같이 했다. 작업 스타일이 잘 맞았나.

=그는 배우를 틀에 가둬두지 않는다. 연기 잘하는 배우는 선한 역이든 악역이든 모두 소화할 수 있다고 믿어준다. <하얀 거탑>이 첫 드라마 현장이었는데 알아서 마음껏 연기하라고 하시더라. 그가 얼마나 꼼꼼한 감독인지는 얘길 들어 알고 있을 거다. 카메라에 잘 잡히지도 않는 사무실 구석에 놓인 음악 서적 제목 위치나 문고리의 흠집, 로커 칠까지 지적하는 분이니까. 배우에겐 고마운 존재다.

-후반작업 중인 <곡성>의 나홍진 감독과의 작업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13살 딸을 둔 엄마 역할인데 일상에서는 겪기 힘든 상황을 공감하며 표현해야 했다. 게다가 원래 연기해왔던 나만의 스타일이나 연기 방법, 연기 개념 모두 이 영화에서는 정반대로 임했다. 나는 인물에 몰입하는 편인데 나홍진 감독은 전체를 보고 계산을 하며 연기하라고 하셨다. 관객이 대신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주라는 뜻이었다.

-작품에 임할 때마다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실제 해당 직업을 가진 분을 섭외해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며 관찰한다. <풍문으로 들었소> 때는 실제 대형 로펌의 비서와 접촉했다. 워낙 보안이 철저하고 시간도 없어 일반인 접견은 불가능했고 전화로 의상이나 동작을 꼬치꼬치 물어 디테일을 찾아갔다. 탈북자나 시골 사람의 억양이나 어휘는 그들의 말을 직접 녹음해놓고 들으면서 연습한다.

-고등학생 때부터 홀로 영화나 연극 오디션 현장을 찾아다니며 연기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그냥 영화가 하고 싶었다. 공부는 1순위가 아니었다. 영어와 중국어를 전공하고 싶었던 이유도 언제나 내 목적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맨 처음 작업했던 영화 현장이 기억나나.

=잊을 수 없다. 고3 때 실제 사건을 영화화한 노종림 감독의 <눈물웅덩이>(1999) 현장이었다. 준비 없이 임신을 하게 된 10대 소녀가 주인공인데 하혈을 하면서 화양리 사거리를 걸어가는 장면을 도둑촬영했다. 잠옷 바람으로 길바닥을 오가는 나를 보며 사람들이 진짜인 줄 오해하고는 손가락질하는데 연기가 뭔지도 모르던 내가 너무 몰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장소연에게 연기란 무엇인가.

=십몇년 동안 연기해오면서 ‘삶의 원천’이란 표현은 식상하지만 내게는 확실히 힘이 됐다. 늘 연기와 짝사랑하는 기분이다. 내가 하고 싶다고 항상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너무 좋고 늘 다가가고 싶고 함께 있고 싶다. 서두르지 않고 대사를 외울 수 있는 그날까지 계속 연기하고 싶다.

<궤도>

내가 꼽은 나의 매직아워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받았던 재중동포 김광호 감독의 <궤도>를 꼽고 싶다. 영화에서 청각장애인 향숙을 연기했고 상대역은 두팔을 잃은 철수(최금호)였다. 인적도 없는 시골에서 별다른 대사도 없었다. 그저 둘이서 눈빛과 표정으로 연기해야 했다. (웃음) 게다가 영화가 대부분 시점숏으로 이루어져 있어 마치 카메라가 인물인 것처럼 똑바로 응시하며 4~8분가량의 롱테이크 장면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때부터 시간을 계속 끌고 가는 연기의 힘이 좀 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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