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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시네아스트의 수작 <스파이 브릿지>
송경원 2015-11-04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1957년, 루돌프 아벨(마크 라일런스)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다. 미국은 형식적이나마 법의 공정함을 보여주기 위해 아벨의 변호인을 선임해주는데, 보험전문변호사 제임스 도노반(톰 행크스)이 모두 기피하는 이 역할을 맡는다. 스파이를 변호한다는 이유로 여론의 비난은 물론 가족들이 위협받지만 도노반은 ‘법 앞에 평등’이라는 명제를 끝까지 지켜나간다. 한편 같은 시기 CIA 첩보기 조종사가 소련에 붙잡히자 서로 정보가 누설될까 두려웠던 양쪽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포로교환을 제안하기에 이른다. 이에 도노반은 스파이 맞교환을 위한 비밀협상의 책임자가 되어 독일로 향한다.

몇 가지 코드가 있다. 실화, 드라마, 역사물,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의 만남, 야누스 카민스키의 촬영 등 구성요소를 들으면 대개 어떤 영화가 어떻게 그려질지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스파이 브릿지>는 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장담컨대 당신이 어떤 그림을 상상하더라도 이 영화는 그 이상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완벽. 흠잡을 곳이 없다. 수사적인 상찬이 아니다. 스필버그는 이제는 클래식이라고 지칭할 만한 만듦새를 명확하게 구현한다. 메시지는 간결하고, 리듬은 집중력 있으며, 장면은 우아한데, 편집까지 유려하다. 코언 형제의 재치가 살아 있는 시나리오도 좋다. 특히 아벨 역의 마크 라일런스는 올해의 발견이라 불러도 좋을 연기를 선보인다. ‘인간의 존엄’이란 기본가치를 추구한 도노반처럼 스필버그는 ‘영화의 기본’에 충실하다. 누구나 할 수 있고 알고 있는 문법으로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만큼 높게 쌓아올린 수작, 시네아스트의 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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