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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안도감을 뒤엎고 시작되는 심리극 <에브리띵 윌 비 파인>
이화정 2015-12-30

<피나>(2011), <제네시스: 세상의 소금>(2014) 등 다큐멘터리 연출에 치중해왔던 빔 벤더스가 <팔레르모 슈팅>(2008) 이후 만든 7년 만의 장편 극영화다. 소설가 토마스(제임스 프랭코)는 글이 잘 풀리지 않아 예민해진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눈썰매를 타던 꼬마 니콜라스가 그 사고로 죽게 된다. 사고로 인한 죄책감에 토마스는 여자친구 사라(레이첼 맥애덤스)와 결별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는 작가로 성공하게 되고, 새로운 여자친구와도 가정을 꾸리는 등 죄책감을 점차 잊게 된다. 하지만 피해자쪽은 달랐다. 소년의 엄마(샬롯 갱스부르)와 소년의 동생 크리스토퍼는 그 아픔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피폐해져 간다.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힌 크리스토퍼는 토마스에게 만남을 요청한다.

사고 당시, 토마스는 차 아래 깔린 죽은 니콜라스를 보지 못하고 동생 크리스토퍼만 보고는 안도한다. 놀란 크리스토퍼를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그는 “다 괜찮을 거야”라고 거듭 안심시킨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거라는 일상의 안도감을 뒤엎으면서 시작되는 심리극이다. 토마스는 가해자로서 자신 역시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사고 후 2년,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이 죄책감은 옅어진다. 출판사 대표는 괴로워하는 그를 향해 “자네 같은 직업의 아이러니는 세상 모든 일이 언젠가 자양분이 된다는 거야”라며 사고 이후 그의 글이 확연히 좋아졌음을 알려준다. 누군가에게는 글감의 ‘자양분’으로 증식한 이 비극은 결국 당시 5살이었던 크리스토퍼가 16살이 되는 동안 커다란 간극으로 자리한다. 빔 벤더스 감독은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 11년의 긴 세월을 서서히 변해가는 이 ‘내면의 여행’을 하는 데 할애한다. 후반부에 급작스런 스릴러적 구성과 매끈하지 않은 연출이 보이지만, 숙고할 지점은 다분하다. 토마스는 자신의 글밖에는 보이는 게 없어 여자친구를 배신하기도 하고, 또 피해자에게서도 뒷걸음치는 비겁한 남자다. 영화의 잔잔한 흐름 때문에 이 이기적 속성이 한층 더 드러나는데, 그런 토마스에게 손가락질을 하다가 그 손가락의 방향이 누구에게도 예외가 아님을 점검해보게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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