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편집장이독자에게
[에디토리얼_주성철 편집장] 서울국제여성, 아랍, 무주산골 영화제
주성철 2017-06-09

6월 초부터 영화제로 바빴다.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제6회 아랍영화제가 6월 1일부터 7일까지 같은 시기에 나란히 열렸다.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도 6월 2일부터 6일까지 열렸다. 예전에는 영화제 일정이 겹치면 적당히 시기를 조정하기도 했는데, 올해는 여러 영화제들이 징검다리 휴일인 현충일(화요일)을 놓칠 수 없었을 테다. 놀랍고도 반가운 것은 영화제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는 사실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아랍영화제는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하고, 무주산골영화제 또한 지난해보다 관객이 2천명 늘어 2만8천여명을 동원했다는데, 그것은 무주군 전체 인구수를 훌쩍 뛰어넘는 것이라 한다. 서울에서 열린 앞선 두 영화제의 경우(아랍영화제는 부산 영화의전당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열린다) 메인 상영관이 각각 메가박스 신촌점과 아트하우스 모모여서, 시간표를 잘 짜서 두 상영관을 부지런히 오가는 관객도 꽤 많았다. 나 또한 그럴 계획이었으나, 올해는 무주산골영화제 한국장편경쟁 심사위원으로 난생처음 무주에 가보았다.

이번호 특집으로 다룬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개막작 <스푸어>를 연출한 폴란드의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 페미니즘영화의 고전이 된 <불꽃 속에 태어나서>를 만든 미국의 리지 보든 감독, ‘중동의 켄 로치’라 불리는 이집트의 거장 유스리 나스랄라 감독, 레바논의 국민배우 줄리아 카사르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산골’영화제가 주는 색다른 기분에 흠뻑 취했다. 달빛 머금은 아름다운 무주등나무운동장에서 상영된 김태용, 윤세영 공동감독의 개막작 <레게 이나 필름, 흥부>에 대한 얘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강태웅 감독의 한국 최초 스톱모션 인형애니메이션인 <흥부와 놀부>(1967)에 레게 음악과 판소리를 결합해 재해석한 음악극이다. 특히 이제야 접하게 된, 소문으로만 듣던 <흥부와 놀부>는 진정 꼭 보시길 권하는 작품이다. 보는 내내 운동장에서는 웃음과 탄성이 끊이질 않았다. 1960년대 한국영화계에 이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익숙한 이야기를 새로이 접하게 만드는 그 재미에 놀랐다.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에서 VOD와 DVD로 모두 감상 가능하다. 이와 함께 지난 6월 6일 향년 90살로 별세한, <홍길동>(1967), <호피와 차돌바위>(1968) 등을 만든 한국 극장용 애니메이션 선구자 신동헌 감독도 잊어선 안 될 것 같다. 다음 1110호에 긴 추모 기사를 실을 예정이다.

올해 무주산골영화제 경쟁부문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뉴 비전상’은 박석영 감독의 <재꽃>과 정윤석 감독의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가 공동수상했다. 먼저 <논픽션 다이어리>(2013)에 이은 정윤석 감독의 두 번째 다큐멘터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는 다큐멘터리로서 추구하는 도전적인 방식을 시종일관 기발하고 유쾌하게 그려내는 점이 압도적인 매력을 뿜어냈다. 그리고 <들꽃>(2014)과 <스틸 플라워>(2015)에 이은 박석영 감독의 ‘꽃 3부작’ 마지막인 <재꽃>에서, 전작들에서 언제나 홀로 버티는 것조차 버거웠던 소녀 하담(정하담)이 다른 이의 삶도 돌아보는 존재가 되어 감동을 준다. 지난해 11월 <씨네21> 1079호, #영화계_내_성폭력 첫 번째 대담에 나와주었던 안보영 PD가 <재꽃>에 참여한 것도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아무튼 반가웠다. 흥미로운 것은 두 감독 모두 전작으로부터 적극적으로 어떤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그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내게는 3개의 영화제, 2명의 감독이 모두 그런 것처럼 느껴졌다. 이들 영화제의 내년, 이들 감독의 차기작, 기쁜 마음으로 기다린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