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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1980년 5월 18일의 금남로
이화정 2017-08-02

돌아보니 장선우 감독 <꽃잎>(1996)의 오프닝 신. 1980년 5월 광주, 계엄군이 시민을 결박하고, 시체들이 늘어선 거리와 병원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은 독일 공영방송 제공이었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가 당시 목숨을 걸고 광주로 가 참상을 취재한 결과물일 거다. <택시운전사>는 일본에 파견된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로 가 영상을 찍고 나오기까지, 급박했던 1박2일을 재구성한 극영화다. 영화는 힌츠페터를 광주로 데려다준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그는 아내를 여의고 11살 딸을 키우며 어렵게 살림을 꾸리는 가장이다. 택시 기본요금이 500원이던 시절, 그는 광주까지 통금 전에 다녀오면 10만원을 준다는 손님을 태운다. 피터는 독일 공영방송 소속 기자로, 일본에서 ‘광주가 심상치 않다’는 말을 듣고 광주로 향한다. 서로 말도 통하지 않아 시종 삐걱대던 두 사람은 1980년 5월 18일의 금남로, 군인들이 무고한 시민에게 총과 몽둥이를 휘두르던 살육의 현장에서 마음이 하나가 된다.

스크린에 재현된 광주의 ‘그날’은 당사자들의 아픔에 비중을 뒀다. <꽃잎>의 소녀는 비극의 기억으로 미쳐가야 했고, <화려한 휴가>(2007)의 시민들은 분노를 안고 거리로 나가야 했다. <26년>(2012)은 광주의 주범을 직접 처단하기 위해 뭉친 현재의 사람들을 그렸다. 그에 반해 <택시운전사>의 시선은 독일 기자와 서울에서 온 택시운전사라는 ‘외부’에 위치한다. 아무것도 몰랐던 만섭은 그 거리에 있지 않았던, 당시 독재정권으로부터 ‘기만당했던’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을 대변한다. 손님을 두고 광주를 빠져나온 만섭이 다시, ‘두고 온’ 손님을 태우러 광주로 향하는 결단의 순간, 그 결정을 위해 이 영화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광주민주화운동이 과거에 머물지 않고, 저 멀리 전라남도 광주에서 시작되어 36년 만에 지난겨울 서울의 광화문까지 이어져온 광장의 결기를 되새기게 한다. 그럼에도 영화는 메인 캐릭터간의 긴밀한 호흡에서 오는 드라마보다 사실의 무게에 더 크게 짓눌린다. 특히 금남로 총격전, 총탄에 쓰러져가는 시민들의 육체가 클로즈업되는 ‘불편한’ 장면들에서는 참상을 대하는 영화의 윤리적 태도를 묻게 된다. <고지전>(2011)을 연출한 장훈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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