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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시상식④] 아카데미가 놓친 인물들
장영엽 2018-03-05

<원더우먼> 다음에 꼭 만나요

갤 가돗

패티 젠킨스(왼쪽)

어떤 시상식이든 모두가 웃을 수는 없는 법이다. 다음은 2018년 아카데미가 놓쳤으나 그들 각자의 영화를 통해 잊지 말아야 할 존재감을 선보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패티 젠킨스 & 갤 가돗

“난 오늘을 지킬게요. 당신은 세상을 구해요.” 영화 속 트레버(크리스 파인)의 말처럼, <원더우먼>은 지난해 할리우드를 바꿔놓았다. 전세계적으로 8억2100만달러의 수익을 기록한 이 영화는 여성감독이 연출한 여성 슈퍼히어로영화가 할리우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줬다. 미국영화협회(AFI)가 선정한 2017년의 영화 톱10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영미권 매체의 2017년 톱10 리스트에도 종종 등장했던 이 영화는 시상식 시즌의 다크호스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패티 젠킨스 감독과 배우 갤 가돗, 이 두명의 강인하고 매력적인 여성들이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된다면 그것이야말로 페미니즘의 물결이 전세계를 뒤덮었던 2017년의 시대 정신을 반영하는 결과일 거라는 전망도 상당했다. 하지만 슈퍼히어로영화에 유독 보수적인 할리우드의 장벽은 올해에도 여전했다.

톰 행크스

놀랍게도 톰 행크스는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아카데미와 인연이 없었다. <필라델피아>(1993)와 <포레스트 검프>(1994)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래 톰 행크스가 마지막으로 같은 부문 후보에 오른 건 2000년의 <캐스트 어웨이>다. 아카데미가 그러거나 말거나 톰 행크스는 매 작품 훌륭한 연기를 선보여왔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와의 작업은 배우로서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사례다. <더 포스트>에서 날카로운 지성과 끈기를 가진 다혈질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는 최근의 저널리즘에 결여된 무언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연기를 했다. 그런 그의 기여를 간과했다는 점이 아쉽다.

숀 베이커

<탠저린>(2015)과 <플로리다 프로젝트>(2017)의 감독 숀 베이커는 미국영화의 프레임 바깥에 위치했던 사람과 풍경을 중심부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동화 같은 색감의 풍경 속에서 펼쳐지는 부랑자와 창녀, 노숙자, 실업자 등의 이야기는 낯설고 때로는 불편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의 차에 침을 뱉는 아이들, 그들 앞에서 F 워드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어른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아카데미의 보수적인 회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리우드의 ‘매직캐슬’과도 같은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했더라도, 주인공 아닌 이들에 대한 숀 베이커의 관심과 애정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비키 크리엡스

<팬텀 스레드>가 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은퇴작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나고 나면 기억에 남는 건 룩셈부르크 출신 배우, 비키 크리엡스의 미소뿐이다.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뤄져야 비로소 안심하는 완벽주의적인 드레스 디자이너, 레이놀즈(대니얼 데이 루이스)의 일상에 균열을 일으키는 알마(비키 크리엡스)는 그야말로 ‘그의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와도 같은 존재다. 배우들의 배우,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상대로 느슨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비키 크리엡스의 얼굴은 한번 보고 나면 잊을 수 없는 강렬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올해의 아카데미는 여우주연상 부문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뉴페이스의 등장을 허할 기회를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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