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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조진웅·류준열 - 소통의 기술
이화정 사진 오계옥 2018-05-15

형사 원호(조진웅)의 목표는 하나다. 국내 최대 마약 조직, 일명 ‘이 선생’ 조직을 소탕하는 것. 마약 조직에서 내쳐진 락(류준열)은, 그런 원호의 수사를 돕는 이용도구에 불과해 보였다. 그런데 락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누군지 본 적도 없는 오야’ 하나 때문에 엄마도, 개도 잃게 된 가련하고 비밀이 가득한 존재. 단순해 보였던 둘의 공생관계가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울리는 조진웅의 연기와 류준열의 섬세한 눈빛이 일으키는 해석 불가의 화학작용. <독전>으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두 배우는 이번 작업으로 영화 속 원호와 락처럼 서로에 대한 깊은 면모를 발견했다고 말한다.

-원작 <마약전쟁>(감독 두기봉, 2013)을 먼저 접했나?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조진웅_ 원작이 있는 작품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어떤 기준점이 생겨버려서 가능하면 안 보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원작이 있는지 몰랐다. 결정하고 나서 제작사 관계자와 식사를 하는데 “원작은 보셨어요?” 묻는데, 철렁하더라. 몰랐다고는 말 못하고, “그거 봐야하나요?” 되물었다. (웃음) 나는 그냥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한 거다.

=류준열_ 나에게는 처음부터 제작사 대표님이 원작 이야기를 다 해주셨다. 대표님과 같이 <침묵>(2017)을 찍을 때였는데,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네가 하면 좋겠다’고 하시는 게 아니라 ‘네가 해야 해’ 하고 던지시더라. (웃음) <침묵>, <리틀 포레스트>(2018) 등 쭉 원작이 있는 작품을 하고 있는데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 보게 되는 것 같다.

-마약 조직을 소탕하려는 형사 원호와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락이 서로 이용하고 또 이해해나가는 이상한 관계를 형성한다.

류준열_ 락은 정체가 없는 인물이다. 과거도 없고, 부모가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자라면서 범죄 조직 안에서 자기도 모르게 정체성이 형성된 캐릭터다.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궁금해하고 있을 때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위해주는 사람(원호)이 나타난 거다. 원호 역시 과거에 대한 설명이 없고, 목표지점 하나를 위해 달릴 뿐인 사람이다. 둘은 서로 거울 같은 존재가 아닐까. 원호에게 믿음을 주는 동시에 의심을 받아야 하는 그 몫을 만들어가려고 최선을 다했다.

조진웅_ 원호는 처음에는 범죄 조직을 소탕하려는 목표로 락을 도구로 생각하다가, 나중에는 ‘락의 형 같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에게 애잔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둘이 변화하는 지점이 생긴다. 락에게 “여기 폭파물이 있으니 피해” 하고 알려주는 순간, ‘내가 이 아이를 불쌍하게 생각하나’ 싶지만 둘의 관계는 단순히 그런 것도 아니다. 애초 먹었던 마음도 락의 눈을 보면 깨져버린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면서도 ‘이건 정말 부딪혀봐야 알겠구나’ 싶더라. 이 과정에서 배우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더라. 결국 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숏의 무언가를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일이 배우의 역할이 아닌가 싶었다.

-외형적인 도전과제도 확실했다. 원호는 촬영 전부터 체중을 감량해 날렵함을 주었고, 락은 캐릭터 설정상 수화를 연습해야 했다.

조진웅_ 원호는 워낙 겉으로 보여줄 게 없다. 브라이언(차승원)은 악랄하고, (김)성령 선배가 맡은 연옥은 하도 강렬해서 스크린을 찢고 나온다. (웃음) 나도 뭔가 한 게 살을 뺀 건데 살을 뺀다기보다는 ‘강인해 보여야 한다’는 이해영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다. 난 근육하고는 진짜 안 친한데 어쩔 수가 없더라. 맞춰가는 수밖에. (웃음) 금주기간을 정하고 철저히 지키며 살을 뺐다. 촬영 끝나고 다시 예전 체중을 회복했다.

류준열_ 수화는 손으로 하는 건 줄 알았는데 소통을 하는 데 중요한 건 표정이더라. 청각과 언어장애를 가진 분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도 표정이 정말 중요하다. 락은 성격상 적극적인 표정 연기를 하는 게 잘 안 맞더라. 수화를 지도해주신 선생님도 락의 표현방법을 만드는 고민을 많이 하셨다. 리얼리티와 영화적인 것 사이에서 간극을 조절했다.

-<독전>이 가지는 의미를 짚어본다면.

조진웅_ ‘나도 이런 거 한번 해봤다’ 이런 느낌이다. 거칠게 밀어붙이는 이런 장르의 영화를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내 성격으로는 어느 정도 하다가 넘어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감독 잘못 만나서 정말 이번에는 끝까지 간 것 같다. (웃음)

류준열_ 아직 선배님에 비해 작품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매번 배우고 있는 것 같다. <택시운전사>(2017)를 하면서 송강호 선배에게, <침묵>에선 최민식 선배에게, 이번엔 조진웅 선배에게 배움을 얻었다. 선배님처럼 나도 좋은 사람끼리 좋은 영화 찍고 같이 밥 먹고 영화 이야기하다가 다음 영화도 결의를 이어가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느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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