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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 촬영 현장을 가다
이화정 사진 백종헌 2019-08-26

지금 여기, 대한민국의 지옥도가 펼쳐진다

고시원 지옥도! 청년 종우(임시완)가 겪는 이상한 고시원 속 풍경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지 않을까. 네이버웹툰 누적 조회수 8억뷰를 기록한 김용키 작가의 <타인은 지옥이다>가 영화 같은 드라마를 표방한 ‘OCN 드라마틱 시네마’ 프로젝트로 제작된다.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 등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기대하게 만드는 캐스팅에 영화 <사라진 밤>(2017)의 이창희 감독이 연출하고 <구해줘>의 정이도 작가가 각색했다. 지난 8월 9일 가평 세트장,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에덴 고시원을 <씨네21>이 기록했다. 지하 공간은 무시무시했지만 임시완, 이동욱, 이정은 배우가 함께 모인 현장은 수다로 가득했다. “현장에 커피차와 밥차 제공이 밀려 있을 정도로, 배우들의 인기를 실감한다”라는 스탭의 귀띔만큼 관심이 가득한 작품이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오는 8월 3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으며, 총 10회 방송된다.

‘수상한 고시원’에 ‘이상한 사람들’이 모였다

지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 어두운 스튜디오 안에 들어서자, 임시완의 절규가 울린다. 분명 욕설까지 섞여 있다! “너도 저 미친놈들이랑 같은 편이야?!” 마주한 후배를 향해 따져 묻는 종우의 얼굴에 공포와 질문이 가득하다. 상대는 ‘같은 편’이라고 항변하지만, 에덴 고시원에 들어온 이후 온갖 기이한 일들을 겪은 종우의 마음엔 의심이 가득하다. 의심과 두려움, 생생한 감정이 폭발하는 사이, 서늘하고 나직한 목소리가 시선을 잡아 끈다. “환청입니다.” “어때요? 손에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죠.” 서울 변두리, 종우의 옆방에서 들려오는 문조(이동욱)의 목소리다. 열이 한껏 오른 임시완과 극과 극 대조를 이룬 냉기어린 이동욱의 연기톤이 세트장 안의 긴장을 배가한다. 이창희 감독의 오케이 소리에 그제야 한껏 참았던 숨을 내뱉는다.

지난 8월 9일, <타인은 지옥이다>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가평 세트장. 한여름 차고 넘치는 자외선도 한치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어둠 속, 이 건물 지하에 위치한 ‘지옥’ 세트장에는 한 줄기 빛도 새어들 틈이 없다. “이상한 기운이 있어 여기만 오면 갑갑하다”는 이동욱 배우의 말이 과장으로 들리지 않는다. 어둠 속 지하 세트장은 ‘습기 가득한’ 공간으로 묘사된, 바로 옆방에 사는 사람의 정체를 가늠할 수 없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언제든 제칠 수 있는 적의가 가득한 에덴 고시원이 위치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지 싶다. “여기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 완벽한 세트장 구현에 대한 임시완 배우의 말까지 더하고 보면 이곳 현장 풍경이 가늠될 것 같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누적 조회수 8억뷰를 기록한 김용키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군 제대 후 공백기를 가진 임시완의 복귀작, 이동욱의 연기 변신, 그리고 <기생충>의 이정은 등 캐스팅과 원작의 완벽한 싱크로율로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원작의 주요 플롯인 서울 변두리에 위치한 ‘수상한 고시원’과 ‘이상한 사람’의 결합이 주요 모티브. 살인과 악행이 이루어지는 고시원의 관찰자는, 대학 선배로부터 인턴 제안을 받고 서울로 상경한 종우다. 작가 지망생이지만 아직 변변하게 이룬 게 없는 만큼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그는, 화장실과 세면실, 주방을 공유한다는 이유로 ‘월세 19만원’ 에덴 고시원에 입주한다. 종우의 입에서 “아무리 재개발 지역이라고 해도 이렇게 쌀 수가 있어요?”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그렇게 쌀 수밖에 없는 더럽고 낙후된 시설, 게다가 고시원 사람들도 하나같이 ‘정상이 아닌’ 것 같다. 고시원 관리인인 복순(이정은)과 정체 불명의 기혁(이현욱), 득종(박종환), 남복(이중옥),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미스터리를 배가하는 인물 문조까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로 종우를 압박해온다. 마치 이곳에 갇힌 듯, 퀭한 눈빛으로 혼란에 빠져 있지만, 어디도 이해를 구할 곳은 없다. 종우의 여자친구 지은(김지은)마저 “오빠가 너무 예민한게 아닐까?”라고 할 뿐. <타인은 지옥이다>는 미쳐가는 듯한 혼돈 속에서도 선뜻 더 나은 환경으로 옮겨갈 수 없는, 지금의 청년 종우가 가진 공포를 장르적으로 풀어낸다.

영화 같은 드라마 만들기

<타인은 지옥이다>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원소스멀티유즈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의 다변화, 드라마와 영화 구분 없이 좋은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대에 맞춰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를 굳이 두지 않고 만들어지는 기획물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장르에 초점을 둔 OCN 드라마는 2017년 <구해줘>를 시작으로 <미스트리스> <프리스트> <구해줘2> 등의 장르물을 제작해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 그 흐름에서, 앞서 영화와 드라마의 포맷을 결합한 <트랩>이 ‘OCN 드라마틱 시네마’의 시작을 알렸다면 <타인은 지옥이다>는 그 두 번째 본격 프로젝트다. ‘10개의 클라이맥스를 가진 영화’를 만들자는 목표로 작업한다는 이창희 감독의 말처럼, 플랫폼은 다르지만 관객과 시청자 구분이 없는 영상을 만들자는 취지 아래 진행된다. “영화와 드라마의 장점을 섞어보자는 취지의 기획”인 만큼 “영화 같은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영화 스탭들도 적극적으로 유입한다”는 것이 OCN측의 설명이다. 영화 <사라진 밤>을 연출한 이창희 감독을 비롯해 <옥자> <인랑>의 김우상 프로듀서, <안시성>의 남동근 촬영감독, <인랑>의 박재현 미술감독 등 주요 크레딧에 영화 스탭들이 눈에 띄는 이유다. <구해줘>로 웹툰을 드라마 장르에 최적화된 긴장감 있는 시나리오로 완성시킨 정이도 작가의 각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 타인은 ‘미술’이다

“화장실 가보셨어요?” 이동욱 배우가 “정말 쓰기 싫을 정도예요”란다. “이런 곳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게 더 이상하다”는 임시완 배우의 말도 귀에 박힌다. 에덴 고시원은 <타인은 지옥이다>의 공간 중 70%를 차지하는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지옥 같은 에덴 고시원은 <신과 함께> 시리즈, <인랑> 등으로 그로테스크한 공간 연출에는 자타공인 정평이 난 박재현 미술감독이 맡았다. “살려고 들어온 종우가 한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을 정도로 지옥 같은 공간을 만들어야 했다”는 박재현 감독은 에덴 고시원의 컨셉을 ‘감옥’에 비유한다. 낯선 공간, 낯선 사람과 맞닥뜨린 종우의 공포, 의심, 불안을 배가하기 위해 그가 꺼내든 해결책은 “모든 걸 다 ‘비틀어서’ 배치한다”였다. “일자 복도가 아니라 일부러 꺾어서 복도의 끝이 안 보이는 구조다. 복도도, 문의 기둥도, 방도 대칭으로 다 틀어놨다. 앞방 사람이 누군지 모를 때 오는 심리적 불안감을, 화면의 미쟝센에도 반영하고자 했다.”

에덴 고시원은 박재현 미술감독이 실제 고시원에 대한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그곳의 생활감을 담되, 한편으로는 장르적으로 창조한 공간을 접목한 곳이기도 하다. “현실에 있을 법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고시원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공동생활 사용규칙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공용식당의 냉장고부터, ‘씻으면 병 날 것 같은’ 낡은 샤워실, 종우 방의 낡은 벽지와 장판, 엄복순이 쓰는 접수실 안 매니큐어, 손때 묻은 가방까지 1.5평의 방마다 캐릭터들의 성격이 오롯이 반영되어 있다. 한달 반동안 공들여 ‘현실의 지옥’을 제작했다는 박재현 감독은 “주인공의 메인 공간인 에덴 고시원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으면 드라마의 설득력이 무너진다”고 말한다. “넷플릭스, 미국 드라마 등으로 관객의 요구와 눈높이가 높아진만큼 앞으로 기존의 부족한 부분들에서 벗어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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