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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뭐 볼지 몰라도, 일단 전주행
이주현 2022-04-22

사진첩을 열어보니 2019년이 마지막 전주국제영화제 출장으로 기록되어 있다. 우습게도 영화제 기념사진은 죄다 음식 사진, 먹는 사진이다. (적어도 <씨네21> 기자들 사이에선) 잃어버렸던 입맛도 전주에 가면 되살아난다는 얘기가 그저 농담이 아니다. 올해는 김소미, 조현나 기자가 전주국제영화제 취재를 전담하게 되었다. 프로그래머들 인터뷰를 진행한 조현나 기자는 전주에서 꼭 봐야 할 프로그래머 ‘추천작’ 리스트뿐만 아니라 전주에서 꼭 맛봐야 할 ‘추천 맛집’ 리스트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그 리스트를 아직 내게 공유해주지 않고 있다.

아무튼, 전주국제영화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2년간은 축제로서의 영화제를 만끽할 수 없었지만, 올해는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가 얼마나 북적일지 사뭇 기대된다. 4월18일부터 마스크 착용 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된 데 이어 25일부터는 극장 관련 방역 조치가 풀린다. 이제는 극장에서 팝콘을 먹을 수 있고, 심야상영 영화를 볼 수 있다. 물론 띄어 앉기 규제도 풀린다. 전주국제영화제도 일부만 판매했던 좌석을 추가 오픈했다. 두 번째 기회를 잡게 된 관객에게도 희소식일 테지만, 개인적으로는 팬데믹 이후 관객이 빽빽하게 들어찬 ‘매진’된 극장 풍경을 올해 전주에서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풍경이 얼마나 생경할지 혹은 감격스러울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다만 그 풍경의 긍정적 여파를 기대해본다.

개막작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 신수원 감독이 연출하고 이정은 배우가 주연한 <오마주>, 이창동 감독의 단편 <심장소리>와 이창동 감독에 관한 다큐멘터리 <이창동: 아이러니의 예술>을 비롯해 영화에 대한 사유를 요구하는 ‘시네필전주’ 섹션의 영화들, 거장의 신작을 소개하는 ‘마스터즈’ 섹션의 영화들, 그외 <씨네21> 기자들의 믿음직스러운 추천작 등 언제나처럼 보고 싶은(혹은 봐야 할) 영화는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사이사이 전주 식도락도 포기할 수 없으니, 영화제 기간이면 분신술이 절실해진다.

영화를 둘러싼 이야기와 영화에 관한 물건들을 수집하는 데 애정을 쏟아온 <씨네21>의 김현수 기자와 굿바이 인사를 하게 되었다는 소식도 전해야 할 것 같다. <씨네21>의 수집왕이자 자기만의 확고한 취향을 가진 김현수 기자가 <씨네21>을 떠나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영화기자이기 이전에 시네필인 그는 아마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마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영화를 관람하지 않을까 싶은데, 영화의 자장 안에 계속 머물러 있을 그이기에 이번 작별 인사가 마침표의 인사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그의 다음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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