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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역의 모델인 리타 말리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나.
=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일주일간 기초적인 자료조사를 진행하다 리타를 직접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리타와 여러 번 마주앉아 그녀의 사랑과 기억에 대해 청해 들었다. 그러자 이번 영화 속 나의 역할은 연기자가 아닌 그저 리타를 온전히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촬영장에서도 그녀와 함께한 시간을 떠올리며 그녀가 전해준 에너지와 가치관에 접속하려 했다.
- 부모의 고향인 자메이카에서의 촬영이 더욱 뜻깊었을 것 같은데.
= 영국 출생의 자메이카 여성으로서 런던에서 시작한 촬영을 자메이카에서 끝맺을 수 있었다는 점이 뜻깊었다. 더불어 리타는 자메이카의 여왕 같은 존재 아닌가. 귀하고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 자메이카에 도착하자마자 영화의 정서와 정확히 공명하는 에너지를 느꼈다. 이 작업 전체가 밥에게 주는 하나의 선물 같았다. 그가 음악가로서의 삶을 시작했던 땅으로 돌아
[인터뷰] 다시, ‘평화, 사랑, 통합’, 배우 러샤나 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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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영어와는 단어, 문법, 억양 등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자메이카 고유 언어인 파트와를 훌륭하게 소화했는데.
= 주변의 자메이카인 친구들이 밥(말리)의 인터뷰 영상을 대본으로 적어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현장의 자메이카 언어 전문가에게도 코칭을 받았다. 함께 출연한 배역의 98%가 자메이카인이었던 덕분에 소통이 더 자연스러웠지 않았나 싶다. 언어도 문제였지만 밥 특유의 어투를 살리는 일도 중요했다. 밥의 인터뷰 영상을 반복해서 따라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 평화의 상징으로서 밥 말리의 강인한 이미지와 달리 영화는 그의 나약한 면모를 숨기지 않는다. 그의 고뇌에 감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했나.
= 1976년의 암살 시도로 인한 트라우마는 앨범 《Exodus》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밥이 겪었던 혼란한 시간에 대해 밥의 가족과 친구, 당일 함께 무대에 올랐던 밴드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반복해서 들려준 이야기들은 밥의 인터뷰에 남
[인터뷰] 밥 특유의 어투를 고스란히, 배우 킹즐리 벤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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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12월, 자메이카의 정치적 혼란 속 레게 스타 밥 말리(킹즐리 벤어디어)를 노린 암살 시도가 발생한다. <밥 말리: 원 러브>는 이후 런던으로 망명한 밥 말리와 아내 리타 말리(러샤나 린치)를 둘러싼 2년간의 격랑을 그린다. 충실한 고증을 위해 밥 말리의 가족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는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밥 말리의 삶과 음악 속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에 귀 기울인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과 배우 킹즐리 벤어디어, 러샤나 린치를 화상으로 만났다.
- 밥 말리의 생애 중 1976년부터 1978년까지 집중한 이유가 있나.
= 런던 망명 이후 2년간에는 밥의 삶 전체가 집약되어 있다. 20세기 최고의 음반 중 하나인 《Exodus》를 만든 음악적 성취의 시기이기도 하고 그를 둘러싼 자메이카의 정치적 혼란이 표면화되는 만큼 공사 양면에 있어 흥미로운 시기다.
- 전작 <킹 리차드>에서도 윌리엄스 가족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듯이, 전기영화가 다루는
[인터뷰] 레게 장르의 문법에 기반한 사실성,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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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에 IT업계 여성 여러 명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IT산업의 동향 및 미래 전망과 함께 업계 내 성차별 문제와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둘러싼 성평등 이슈 등에 대한 현장 종사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듣고 싶어서였다. 경력 10년을 기준으로 두 그룹으로 나누었는데 이 두 그룹 사이의 차이가 흥미로웠다. 경력 10년 이상의 여성 개발자들이 공학 전공자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기술 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일·가정 양립과 관련한 조직 내 성평등을 얘기했다면 경력 10년 미만의 개발자들은 공학에 한정되지 않는 전공에 업무 또한 기획부터 개발까지 다양했으며 무엇보다 자신들이 만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여성과 소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온 것일까? 경력 10년 미만의 개발자들이 주로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에 태어난 여성들이라는 사실에서 감이 온다.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항해 일어난 페미니즘 대
[임소연의 디스토피아로부터] ‘문송’하지 않은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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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행 비행기 안에서 2월13일
1월25일 첫 촬영을 시작으로 한국 분량 촬영이 끝났다. 어느덧 방콕 촬영 분량만 남아 있다. 유독 이번 촬영이 짧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타이트한 스케줄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 분량을 촬영한 2주 동안 카메라 안과 밖에서 감지되는 현상과 변화를 바라보고 소화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대도시의 사랑법>을 촬영하며 김세인이라는 개인의 삶과 직업인으로서의 감독의 삶, 양 측면에서 현재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지점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라는 것을 계속하여 자각했다. 지난 에세이에 언급했던 고민들에 대한 완벽한 해답은 아니지만 어떤 실마리 정도가 내 발밑으로 자꾸만 흘러들어오는 것 같았다.
두렵지 않다. 촉박한 시간으로 인해 촬영장에서 내내 뛰어다녀야만 했다. 심지어 조급한 마음에 컷을 하기 직전에는 모니터 룸 입구에 서서 모니터를 지켜봤다. 컷과 동시에 모니터 룸 문을 열며 밖으로 달음박질을 시작했다. 짧은 시간 내에 최선의 오케이컷을
[김세인의 데구루루] 방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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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의 학생 무당 ‘자혜’를 연기한 김지안 배우는 연기 경력 10년차의 베테랑이다. 참여한 작품만 해도 20편을 훌쩍 넘는다. 아버지의 권유로 7살 때부터 연기학원을 다녔고 얼마 후부터 바로 연기 현장에 뛰어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계속 연기를 하고 있었던” 만큼 배우 김지안과 인간 김지안은 이미 떼놓을 수 없는 관계로 묶여 있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굿을 하러 온” 터라 교복 위에 외투와 가방을 걸치고 있던 자혜의 상황은 김지안 배우의 최근 일상과도 비슷하다. 김지안 배우는 이제 막 새 학기를 맞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평일의 정규 수업을 마친 후에 <씨네21>과의 인터뷰 길에 나섰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학업과 연기 생활의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그에겐 10년차 배우의 여유로운 태와 함께 “이제 인강 보고 공부해야 한다”라는 학생의 풋풋함까지 동시에 느껴졌다.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파묘>의 장점은
[WHO ARE YOU] ‘파묘’ 김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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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로 동시대의 거장 반열에 오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국내 언론시사회를 마쳤다. 산골에 사는 한 부녀의 마을에 글램핑장 건설을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뒤 ‘하마구치의 새로운 정점’이라는 소문이 돌았던 만큼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이에 <씨네21> 기자·평론가들이 3월27일 개봉을 앞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첫 시사 반응을 전한다.
김소미 기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절과 불확실성을 감내하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대화 실험’을 인간 사회에서 생태의 범주까지 확장한 시도다. 코로나19와 환경파괴의 현실을 투영한 영화지만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등이 그랬듯 사회 논평이 아닌 인간성의 수수께끼로 잠입한다. 한층 정교해진 카메라워크와 사운드가 맴도는 자리는 자연과 도시, 순수와
하마구치 류스케의 새로운 정점,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사 첫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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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벨루는 또래 친구들보다 성장이 느리다. 하얗고 윤기나는 몸을 뽐내는 친구들과 달리 벨루의 조그만 몸에는 군데군데 회색 점이 가득하다. 성장을 마친 수컷들이 먼바다로 떠나기 위해 수영 연습을 할 때도 벨루는 할머니 곁에 혼자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벨루를 항상 꼬맹이라고 무시하던 알피가 임신한 돌고래를 구하고 주위로부터 용감하다는 찬사를 받는다. 벨루는 알피처럼 자신의 용기를 증명하기 위해 오래전 거대 빙하 지대로 떠난 할아버지를 찾아 멀고 먼 모험을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기나긴 여정에 잔소리 많은 철갑상어 시라노와 애교 만점 범고래 잭클린이 합류한다. 죽을 고비를 몇번이고 넘기며 간신히 거대 빙하 지대에 도착한 벨루는 잭클린의 비밀을 알게 된다. <용감한 돌고래 벨루와 바닷속 친구들>은 외모가 보잘것없는 주인공의 모험을 다룬 성장영화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애니메이션답게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이 돋보인다. 전반적으로 서사를 빠르게 풀어나가 연결이 부자연스
[리뷰] ‘용감한 돌고래 벨루와 바닷속 친구들’, 먹이사슬 너머의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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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필리핀 여성 조이(맥신 아이겐만)는 혼수상태의 자산가 개럿(데이비드 헤이먼)의 대저택에 입주 도우미 제안을 받는다. 자신을 조카라 소개하는 캐서린(리앤 베스트)은 조이에게 안정적인 주급과 개인 방을 제안한다. 조이가 딸 그레이스(제이든 페이지 보아디야)를 집 안에 몰래 데려와 키우면서 브로커를 통해 불법 체류 신분을 해결하려는 어느 날, 켜켜이 묵은 가문의 끔찍한 비밀이 모녀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필리핀계 영국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레이징 그레이스>는 대저택에 우연히 발을 들인 외부인의 시선으로 집 안 깊숙이 자리한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앞선 할리우드영화들을 연상시킨다. <겟 아웃>보다는 호러 요소가 무르고 <나이브스 아웃>보다는 추리 요소가 부족하다. 동시대 ‘가정부 스릴러’ 범주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기생충>과도 원치 않게 비교될 것이다. 필리핀 음악과 의상 등 동남아시아 전통문화의 이미지를 장르에 적절하게
[리뷰] ‘레이징 그레이스’, 대저택 미스터리 속 불완전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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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파일럿 리퍼(러셀 크로)는 필리핀 술루해에서 피랍된 CIA 요원을 구출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델타포스팀을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팀의 구성원은 베테랑 요원 아벨(루크 헴스워스), 비숍(리키 휘틀), 슈가(마일로 벤티밀리아) 그리고 항공기공격통제관 키니(리암 헴스워스)다. 이들은 작전 수행 중에 예기치 못하게 적에게 습격당해 뿔뿔이 흩어진다. 혼자 살아남은 키니는 드론의 도움으로 탈출하던 중에 폭포에 떨어져 기절한다. 그를 구한 것은 죽은 줄 알았던 아벨이다. 아벨은 키니에게 납치된 비숍을 구하러 가자고 설득한다.
<랜드 오브 배드>는 <언더워터>(2020)의 감독 윌리엄 유뱅크의 신작이다. 독창적 비주얼을 그려내려고 애쓴 감독의 전작과 달리 영화는 낡고 전형적인 전쟁 블록버스터에 불과하다. 초반에는 그나마 전장과 본부를 넘나드는 리퍼와 키니의 전우애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전장을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생각하는 군인과 영화를 보는 관객에
[리뷰] ‘랜드 오브 배드’, 이 영화의 올드함은 악지 중의 악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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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산드라 웹(다코타 존슨)을 임신한 콘스턴스는 초능력을 지닌 독거미를 채집하러 아마존으로 떠난다. 그녀는 동행인 이지키엘 심스(타하르 라힘)에게 살해당하고, 채집한 독거미까지 빼앗긴다. 다행히 카산드라 웹은 거미와 공생하는 원주민 아라냐에게 구출된다. 30년 뒤인 2003년 뉴욕. 독거미의 힘으로 초능력자가 된 이지키엘은 10대 소녀 줄리아 콘월(시드니 스위니), 안야 코라존(이사벨라 메르세드), 매티 프랭클린(셀레스트 오코너)이 자신을 죽이리라는 미래를 본 뒤 그녀들을 죽이려 한다. 마찬가지로 미래를 보는 카산드라는 세 소녀를 지키려 한다. <마담 웹>은 ‘소니 <스파이더맨> 유니버스’의 신작이다. 원래 조연이었던 노인 캐릭터 마담 웹을 주체적인 X세대 젊은 여성 캐릭터로 재해석했다. 마담 웹이 지킨 세 소녀가 스파이더우먼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고편식 결말로 끝나지만 이 영화만 볼 때 시리즈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일단 모든 캐릭터가 일차원적인 데다 전개마저
[리뷰] ‘마담 웹’, 히어로 영화라기보단 CPR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