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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는 한류(韓流), 소설은 일류(日流)’라는 말이 있다. 90년대부터 문화의 아이콘이 되어온 일본 소설은 이제 대형 서점의 주요 코너로 자리잡을 만큼 거대한 세력권을 형성하게 되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상문학상이나 동인문학상 수상작은 보지 않아도 일본의 양대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과 나오키상 수상작은 꿰고 있을 정도다. 2001년 처음 소개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은 지금껏 7권이 번역 출간되면서 각각 2만부 이상씩 팔리고 있다. 1999년 30만부 이상 팔려나간 <키친>으로 ‘바나나 돌풍’을 몰고 온 요시모토 바나나 역시 최근작 <불륜과 남미>까지 10여종이 평균 10만부 이상 팔리면서 대학가의 독서층을 꾸준히 장악해왔다. 심각한 한국 소설과 달리 10∼20대의 일상을 섬세하게 전달하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 이들 일본 소설의 강점. 최근에는 20대 초반의 작가들이 대거 등장, 2세대 일본 문학의 인기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이제 에쿠니 가오리,
제2의 요시모토 바나나를 찾아서, 일본의 차세대 여성작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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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찾아오는 빚쟁이를 퇴치하는 가장 훌륭한 대사는? “사장님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요.” 부푼 꿈을 안고 사내 견학을 하고 있는 신입사원들이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인사과장의 “나 로또 당첨됐거든. 뼈빠지게 일해봐요.” 일본에서 온 귀빈 야마도라 상을 접대하기 위해 추천하는 가장 한국적인 음식점은? “욕쟁이 할머니 집.” 몸매 8단, 성질 9단의 쭉빵 과격파 처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화제를 불러일으킨 웹 만화 <앙칼 처녀 도전기>가 엠파스에 <앙칼 처녀 시즌2>를 이어가며 우리 인생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교훈들을 더해가고 있다.
<앙칼 처녀 도전기>의 애초 주인공은 대재벌을 목표로 패션그룹 돈타에 지원하지만 지나치게 튀는 패션에 발끈하는 성질머리로 고난을 겪는 유니, 출중한 실력을 지니고 있지만 필살기를 넣기 전에 쓸데없는 세리머니를 하다 역전패당하기 일쑤인 프로레슬러 진경, 딱 보기에 ‘쾌활한 왕따’인 보모 희경 등 세명의 앙칼진 처녀.
웬만하면 발끈하는 성질파 처녀들, 스바르탄의 <앙칼 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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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하기 싫은 일을 순서대로 꼽자면, 첫째가 공부하는 일이요 둘째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옛 말씀에 공부는 때가 있다고들 하니, 아마도 회사에서 일하는 게 하기도 싫거니와 지겹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선 오히려 하기 싫은 일의 으뜸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재벌집 아들딸이 아니거나 뾰족한 노후 대책이 있지 않은 이상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앞만 보고 일만 하는데다가 그 종착점의 실상마저도 제대로 알기엔 참담하고 암담하기 짝이 없으니, 여염 직장인들에게 회사란 공간은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 마지못해 끌려온 생계의 장소이자 자아를 압살하는 공간인 게 현실이다(그나마 요즘은 이나마도 제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오는 지식경영이다, 구조조정이다, 생산성 향상과 업무효율 증대다 등등의 “현대적” 경영 기법은 그나마 평범해야 할 우리 직장인의 삶마저도 살떨리는 전쟁터로 바꾸고 있다.
애니메이션 <비비스와 버트헤드>로
[해외 타이틀] <뛰는 백수 나는 건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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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 줄리아>는 ‘극장이 현실이고 바깥 세상은 허상이다’라고 믿으며 살아온 여인의 이야기다. 오래전에 죽은 연기 선생은 유령이 되어 곁을 맴돌고, 주변인들은 그녀의 모습이 진심인지 연기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무대와 배우와 연기에 관한 작품으로 <빙 줄리아>를 관심있게 본 관객이라면 DVD 음성해설을 놓치면 안 되겠다. 이스트반 자보와 두 배우는 주제를 늘려 영화와 연극과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작정한 것 같다. 연극무대에서 경력을 시작한 아네트 베닝과 제레미 아이언스가 드라마틱한 목소리로 경쟁하듯 풀어내는 연기론은 관객에게도 유용하다.
시대와 인물을 섬뜩하게 묘사하던 시절의 이스트반 자보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서머싯 몸의 <극장>을 영화화한 <빙 줄리아>를 어색한 문예영화로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영화의 힘은 배우의 표정에 달려 있다’고 믿게 됐다는 자보의 말처럼, <빙 줄리아>는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
아네트 베닝, 제레미 아이언스의 ‘나의 연기론’, <빙 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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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자라면 연애를 잘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 하나, 여자에게 기습 키스를 한다. 둘, 여자의 의사가 어떻든 여자에게 비싼 옷을 입히고 화려한 파티장에 데려간다든가 하면 된다. 그러면 여성들은 처음엔 불쾌하거나 당황할지 몰라도 혼자 있을 때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당신에 대한 감정을 깨달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조건이 있다. 당신은 최소한 외모는 정지훈이나 데니스 오쯤 돼야 하고, 당장의 신분은 보잘것없더라도 여느 액션스타 뺨치는 격투 실력에 여자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마음가짐은 가져야 한다. 아니면 수천만달러쯤은 손쉽게 버는 국제적인 스파이가 되든가. KBS2 <이 죽일놈의 사랑>과 MBC <달콤한 스파이>에서 캐릭터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왜’가 아닌 ‘얼마나’의 문제다. 상대방이 얼마나 멋진 순간을 만들어내는가, 그리고 그 남자는 또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남자의 강압적인 키스는 불쾌할 수 있지만 그게 정지훈이라면 멋지게 보일 수도 있다. 또
사랑의 과정만 있고 원인은 없는 <달콤한 스파이> <이 죽일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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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어떤 싱글들이 등장할까? ‘메트로섹슈얼’(패션과 외모에 관심이 많은 남성), ‘콘트라섹슈얼’(결혼보다 사회적 성공에 가치를 두는 여성) 등 시즌마다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 <싱글즈 인 서울>이 이번엔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름하여 <싱글즈 인 서울-인투 더 월드>. ‘서울’이 아닌 ‘해외’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가는 싱글 남녀의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삶, 사랑, 일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온스타일은 “각 도시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삶에 대한 목표와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시즌4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소개되는 싱글은 총 6명. 프랑스 파리에서 의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장민희(26)씨와 일본 도쿄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안우성(27)씨, 미국 뉴욕 의류브랜드 피알매니저 이나나(26)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교수인 피아니스트 정지원(36)씨 등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에서 학교 혹은
싱글생활백서: 해외편, <싱글즈 인 서울-인투 더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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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나 애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면? 물어본다고 말할 리 없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뒤를 캐는 것이다.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주로 탐정들에게 부탁한다. 탐정이 없는 한국에서는 흥신소나 심부름센터를 이용한다. 그런데 미국에는 <치터스>라는 아주 유용한 프로그램도 있다. 의심이 가면, 그저 전화해서 부탁을 하면 된다. 부정이 확실하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야 한다는 조건이 있지만, 얼마나 기특한 프로그램인가.
일단 상대를 미행하고 확실한 심증을 잡으면, 도청기나 몰래카메라를 설치하여 물증을 확보한다. 상대가 바람을 피우는 순간, 의뢰인이 전화를 하여 어떤 거짓말로 둘러대는가를 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모든 증거가 갖추어지면 의뢰인과 함께 현장을 급습한다. 진행자는 바람 피운 이유를 물어보고, 당사자들은 대부분 재빨리 자리를 뜬다. 시간이 흐른 뒤에,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인터뷰도 한다. 완전히 관계가 끝장나는 경우도 있고, 상대를 용서하고 행복한 삶
[B딱하게 보기] 벗겨진 일기장의 모호한 욕망, <치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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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옆집에 사는 김성일씨는 스타일리스트이다.
그리고 그는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박희진이 연기했던 ‘안성댁’의 실제 모델이다.
나는 안성댁의 대사를 쓸 때가 가장 쉬웠다.
그냥 ‘과연 김성일씨라면 이 상황에서 뭐라고 말했을까?’를 고민하면 되는 거였다.
나는 아직 그보다 더 재밌고 유쾌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면 김성일씨의 차를 얻어 타고 삼성동을 지나가고 있을 때였다.
화려한 조명에 하늘까지 솟은 으리뻔쩍한 고층 아파트를 지나며
아직도 월세를 벗어나지 못한 나는 부러움에 치를 떨고 있었다.
“아∼ 아이파크에 살고 싶다∼ 그치 형?”
그러자 김성일씨는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난 갤러리아 백화점.”
황당한 표정의 나를 바라보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 명품관… 그나저나 그렇게 되면 매월 둘째, 넷째 화요일은 집에 못 들어가겠구나….”
아∼ 그의 정신세계는 이런 것이다.
얼마 전 영화 <가문의 위기> 포스터 의상을 맡
[이창] 안녕하세요 김성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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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의 영웅 범려가 두 번째 부를 일궜을 때 둘째 아들이 체포됐다. 초나라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 범려는 막내인 셋째 아들에게 거금의 구명금을 맡겨 초나라로 보내려 했다. 그러자 사실상 집안일을 도맡아 해온 큰아들이 그런 중대사를 자기에게 맡기지 않는다며 반발한다. 절망한 끝에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까지 한다. 부인까지 나서 부추기자 범려는 어쩔 수 없이 장남을 보낸다. 그리고 이렇게 신신당부한다.
“가서 장생이라는 사람을 만나라. 그분에게 황금을 모두 맡기고 그분 말대로 해라. 일체 간섭하지도 말고 쓸데없는 일도 하지 말아라.”
큰아들은 처음에는 아버지 말대로 했다. 장생이 말했다.
“빨리 이곳을 떠나시오. 절대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동생이 풀려나더라도 그 경위는 묻지 말고….”
큰아들은 그러나 초나라 수도로 들어가 별도로 권세가들을 상대로 석방운동을 펴기 시작했다. 장생은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왕과 공자들로부터 스승으로 존경받으면서도 청빈하게 살고 있었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영원한 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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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는 매혹적이지 않다. 적어도 나에게는. 엘리베이터나 계단 없이 1층에서 10층으로 훌쩍 옮겨갈 수 있으리라 희망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안토니아스 라인>의 아름다운 결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허기지다 못해 허망해했던 기억도 그렇다. 끝내 이뤄낸 안토니아스의 공동체가 과연 나 같은 놈을 받아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별 부질없는 망상을 다 한다 싶었다. ‘능력에 따른 노동, 필요에 따른 분배’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더 불가능해 보였으니까.
‘콩나물’이라는 공동체가 있다. 콩나물 한명이 “나라고 만날 콩나물만 먹으란 법 있냐. 오늘은 스테이크 먹으러 간다”고 했던 데서 생겨난 이름이다. 풀어 말하면, 콩나물은 비슷한 계급의 술친구를 가리키고, 스테이크는 신분이 다른 동네를 지칭한다. 때맞고 뜻맞으면 되는 대로 모여 알코올을 나누는 만남이니 공동체라는 표현보다 준알코올중독자들의 그저 그런 친교라는 표현이 더 적확하긴 하다. 특별한 가입 절차나 탈퇴가 없음은 물론이다
[오픈칼럼] 콩나물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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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수능 레이스 폐막일에 맞춰 개봉된 <나의 결혼원정기>. 당 영화는, ① ‘순박무쌍한 농촌 노총각’과 ‘사회적 약점을 가지고 있는 여성’간의 연애라는 기본설정뿐만이 아니라, ② 노총각의 빤쓰 세척에 관한 문제, 그리고 심지어는 ③ 사과꽃 만개한 과수원에 누워 벅찬 가슴 안고 하늘을 바라보는 남자주인공 신 등의 디테일에서마저도 <너는 내 운명>과 본의 아닌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나의 결혼원정기>는 그 나름의 매력과 장점을 갖춘 영화였다. 특히 장정구 선수형 파마마저 감행해가며 최선의 경주를 한 유준상의 연기는, 지난해 감우성에 해당될 정도로 우리나라 영화판이 건진 굵직한 왕건이었다 사료되는데, 아니 이거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 거야, 이래서는 안 되지, 이쯤 해두고 필자는 이제 투덜인의 본분으로 돌아오고자 한다.
<나의 결혼원정기>가 가진 여러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갓 시험을 마친 따끈따끈한
[투덜군 투덜양] 사투리도 통역이 되나요, <나의 결혼원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