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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역사처럼 단성사의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다. 기록이나 구술에 의한 것만 하더라도 열번이 넘는다. 첫 번째 단성사를 세운 이는 지명근, 박태일, 주수영 세 사람. 1907년 동대문시장 상인 출신이던 이들은 근처 영도사 대원암에 사람들을 모아넣고 ‘조선 연예계 발전 방안’이라는 연설회를 가진 뒤 설립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그 다음은 이익우. 1909년부터 경영을 맡았다는 설이 있으나 정확지가 않다.단성사는 같은 해 호남의 갑부 한흥석에게 넘어가고, 이듬해 일본인 후지와라 구다마로에게 넘어갈 정도로 운영이 어려웠다. 그러다 1917년 황금관(이후 국도극장)의 소유주인 다무라가 단성사를 인수한다. 당시 토지는 일본인들에게 불하한 것이라, 해방 이전까지 단성사의 땅 주인은 다무라였다. 단성사가 흥행 극장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18년 당시 광무대의 소유주이자 창에 빠져 있던 박승필이 단성사를 인수한 뒤, 영화상설관을 표방하면서부터다. 그는 본관을 신축하고, 주임변사 서상호 외 6
거기에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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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겨울여자, 단성사를 찾다.1972.10.17 박정희, 국회 해산 및 정치활동 금지를 골자로 하는 유신조치 발표 1978.6 공화당 소속 국회의원, 여고생 농락 사건 발생1979, 정부, 영화사 등록제를 허가제로 변경. 이로 인해 제작사 수 대폭 감소“할리우드 제국의 신성일, 로버트 테일러 얼굴에/ 지지직 굵은 비가 내렸네 나는 어느새/ 70년대의 찌린내와 함께 종로 화신극장에 앉아 있었네/ 격투기 쑈도 보고 연극도 보았던 그 옛날 원형극장의 관객들처럼/ …/ 그래, 누구도 살아서 이 극장의 어둠을 벗어나진 못할 것이네”(‘로마 콜로세움 속의 화신극장’, 유하 <천일馬화> 중에서)1970년대 한국영화는 암흑기의 수렁을 피할 수 없었다. 유신조치와 함께 영화를 한편 만드는 것조차 쉽지 않아졌다. 영화사 설립여건이 강화돼 수많은 영화사들이 무너졌고, 제작사전신고부터 시작되는 겹겹의 검열에 한국영화는 숨이 막혔다. 제작 의무편수를 정해놓고 그걸 채워야 외화 수입권을 주는
아듀! 한국영화 100년의 벗이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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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성사 100년이 허물어진다. 자그마치 5천만명 이상이 드나들었던 놀이터가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들의 새카만 족적만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다. 여흥과 위락의 장소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 세기를 버텨오는 동안, 단성사 돌벽은 시대의 어둠을 피해 군중이 찾아들어간 안온한 카다콤이었고, 그들이 차곡차곡 쌓아올린 소망의 앙코르와트였다. 좁디좁은 의자에 잠시나마 등허리를 기대고 그들이 피워올린 꿈의 환영은 언제나 푸른색이었기에, 진동하는 화장실의 지린내와 도사린 구석의 퀴퀴함은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 단성사는 없다. 그리고 시대의 꿈은 영원히 지하에 매장된다. 꿈의 체취를 맡고자 하는 열망이 남았다면 무너지기 전, 단성사의 기억을 거슬러볼 일이다.제1장 셋이 모여(團) 뜻을 이루다(成)1907.5.22 이토 히로부미의 압력에 의해 박제순 내각 사퇴하고, 이완용 내각 성립, 서울 전역에 콜레라 창궐.“서울에서 사업을 하는 지명근, 박태일, 주수영 제씨가 발기하여 우리나라
아듀! 한국영화 100년의 벗이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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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와 바퀴벌레의 콜라주 - 이미지의 실험실 부문NFB의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독특한 기법과 실험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모았다. <신데렐라 펭귄 이야기>는 동화 <신데렐라>를 펭귄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으로 바꾼 작품. 내용은 알려진 대로지만, 신데렐라와 요정, 왕자까지 모두 귀여운 펭귄인데다 유리 구두가 유리 물갈퀴로 바뀌는 설정 등 코믹한 각색과 다양한 카메라워크가 돋보인다. <E>는 커다란 ‘E’ 모양의 상을 소재로 독재와 폭력을 비꼰 우화. 독재자와 군대까지 등장해 ‘E’에 대한 의견이 다른 사람은 머리를 열어 생각을 고쳐놓고 마는 풍자가 날카롭다. <바로크 앤 롤>은 소수 민족의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다룬 인형애니메이션. 터번을 쓰고 색다른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따돌림받던 아이는, 얼음이 깨진 강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친구를 얻는다.서울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이 세편. 부산에서는 모래에서 태어난 모래 인간이 생명체를
모래의 연금술, 디지털의 황홀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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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관한 긴 이야기 - 장편 2편<말괄량이 삐삐>는 잉거 닐슨의 연기로 기억되는 TV시리즈 및 영화로 이미 만들어진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명소설의 애니메이션 버전. 부모세대에 의존하지 않고 꿋꿋이 독립적으로 살아가면서도 늘 유쾌한 주근깨 소녀 삐삐의 모험담으로, 널바나의 공동창업자이자 캐나다 상업애니메이션의 대표적인 감독 클라이브 스미스가 공동연출했다. 판화와 스크래칭, 컷아웃 등 다양한 기법과 이미지를 시도해온 NFB 출신의 작가 피에르 에베르의 <인간 식물>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장편. 도서관 사서직을 은퇴한 뒤 개를 돌보고, 죽은 아내의 무덤을 찾는 것을 낙으로 살아가는 미셸의 외로운 일상 틈틈이 걸프전 등 갖가지 사회풍경을 겹쳐놓는다. 동화에서 추상화까지 - NFB 단편걸작선 부문‘Beyond NFB’를 제외한 섹션들은 사실상 다 NFB 단편걸작선이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11편을 따로 묶었다. 한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
모래의 연금술, 디지털의 황홀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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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같은 황무지에 수십년간 나무를 심는 사람의 이야기를, 혹 봤거나 읽었을지 모르겠다. 물과 생명이 말라붙고 마을의 폐허만 남은 땅에 매일 100개의 도토리를 심어 마침내 숲으로 가꿔낸 양치기 노인 엘제아르 부피에의 삶 말이다.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동명소설을 렘브란트의 회화마냥 섬세한 빛과 색채의 일렁임, 결이 풍부한 크레용화로 살려낸 프레데릭 벡의 87년작 <나무를 심는 사람>은 국내에는 다소 낯설고도 신기한 화풍의 캐나다 애니메이션이다. 히로시마, 자그레브 등 유명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은 물론, 클레르몽 페랑과 오스카의 애니메이션 트로피까지 각종 영화제를 휩쓴 이 작품은 국내 공중파 방송과 위성채널, 비디오로도 소개된 바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국내 토양에서 캐나다 애니메이션은 여전히 낯선 그림이다. 영화제가 아니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캐나다 애니메이션 축제가 오는 9월 말과 10월 중순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다.오는 9월25일부터 28일
이미지의 숲으로 소풍가자, 낯설고 고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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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세계로<프로젝트 A> <쾌찬차> <용형호제> 등 할리우드의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한 대작을 만들던 성룡의 최종목표는 세계 진출, 할리우드 진출이었다. <프로젝트 A> 이후 성룡의 영화는 확연하게 구분이 된다. 홍콩관객을 위한 영화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영화가 나뉘는 것이다. <미라클> <쌍룡회> 같은 영화는 영락없는 중국인의 구정용 영화다. 반면 <폴리스 스토리>는 세계 무대를 향한 시발점이다. 인종과 국가를 막론하고 경찰의 활약을 그린 영화는 가장 보편적이다.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점차 무대를 세계로 넓히고, 액션의 강도를 높이는 점도 그렇다.성룡은 지금도 동일한 전략을 고수한다. 할리우드에서 일급 스타 대우를 받으면서도, 홍콩에서 <성룡의 빅 타임> 같은 명절영화를 만든다. 아시아 관객만을 위한 액션영화 <나이스 가이> <엑시덴탈 스파이> 등을 만드는 것도 같
난 당신이 좋다, 그 `순수한 육체`의 향연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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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 나오는 중·고등학교 단체관람. 그 시절 단체관람의 레퍼토리에 가장 빈번하게 들어갔던 영화는, 시리즈와 함께 성룡의 쿵후영화였다. <사형도수>나 <취권> <소권괴초> 같은. 낡은 극장 1, 2층을 가득 메운 까까머리의 학생들에게 시리즈는 대단한 이상향이었다. 마침 로저 무어가 수영복으로 몸매를 과시하는 대규모 본드걸을 이끌고 나오던, 에이즈의 위협이 전혀 없던 시기였다. 섹시한 본드걸이 등장하면 환호성을 지르고, 제임스 본드가 그녀를 안으면 침이 꼴깍 넘어가고, 그것도 수백명이 한꺼번에.하지만 성룡의 영화는 이상했다. 왕우의 <유성호접검>처럼 기상천외한 액션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성룡에게 이소룡 같은 카리스마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직 강호의 의리가 땅에 떨어지기 전이었으니, 공명정대한 ‘무협’에 싫증났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어딘가 유치해 보이는 성룡의 영화는 당대의 남학생들은 물론, 남녀노소 가릴 것 없
난 당신이 좋다, 그 `순수한 육체`의 향연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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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만난 지 얼마 안 돼 막 호감이 커질 때, 여자가 먼저 마음을 드러낸다. 급속하게 가까워지고 여자가 한없이 좋아져 가족에게 소개하고 싶다. 그때 여자가 주춤한다. 전과 달리 거리를 두려 하고, 급기야 한달 동안 보지 말자고 한다. 한달의 의미가 뭘까. 파악이 잘 안되고 보고 싶은 마음에 한달이 너무 길다. 일방적인 통고에 화도 난다. 무리를 해가며 여자를 찾아간다. 여자는 화를 낸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한달이 가기 전에 여자는 `헤어지자'고 말한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됐지만, 다른 여지가 봉쇄됐다. 자신도 헤어지자고 말하고 돌아온 뒤 일상에 두서가 안 잡히고 자기 방의 공기가 답답하다.정말 내가 싫은 건가, 다투면서도 애정을 보일 때가 있었는데. 머리에 앞서 몸이, 마음이 여자를 부른다. 1할의 희망과, 9할의 망가지는 심정으로 여자를 찾아가서는 다른 남자와 만나는 걸 본다. 객기를 부리다 창피를 당한다. 혼자서 오열한다. 사랑이 지나갔음을 받아들이고 그 사랑의 기억과
<봄날은 간다> 사랑은... 머물지않고 흘러가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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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320호는 지면개편호다.김지운 감독과 문화평론가 정윤수씨, 김봉석 기자가 각각 ‘고별사’를 발표했기 때문에 뭔가 바뀌는가보다, 짐작하신 분들도 계실 것이다. 칼럼 ‘숏컷’을 끝내고, 김봉석 기자는 소설가 김영하씨와 격주로 ‘이창’을 통해 독자 여러분을 만나게 된다. 민동현 감독과 제도교육의 틀을 스스로 깨고 나와 이제는 영화학도가 된 김현진씨의 발랄한 비디오체험기를 부활한 ‘오! 컬트’에서 들려준다. 영화의 뿌리를 비춰보는 자리를, 흔한 말로 급격한 매체환경의 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 조금 넓혔다. 촬영감독열전이 그것이다. 영화를 영화이게 만드는 첫번째 기본요소 영상을 포착하는 카메라의 역할을 우리는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하고 반성했다.세기의 카메라 그 첫번째로 코폴라와 베르톨루치, 사우라의 세계를 함께 축조해온 비토리오 스토라로로 이 순례의 문을 연다. 영화읽기의 새연재 ‘거장 예감 신세기 시네아스트’는 미래를 향해 낸 창이라고 생각해주시기 바란다. 시대정
숫자에서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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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신은경)은 여자지만 싸움을 무척 잘하는, 조직폭력배의 중간 보스다. 가위를 분해해 쌍칼로 사용한다. 성질이 불같지만 암에 걸린 언니 앞에서 만큼은 얌전한 체 한다.곧 죽을 언니가 은진이 시집가는 걸 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말하자 은진은 부하들을 시켜 결혼작전을 짠다. 조폭이라는 걸 속이고 순한 말단공무원 수일(박상면)과 결혼하지만, 사랑이나 섹스 같은 건 안전에 없다. 조금만 있다가 이혼하려 하는데, 언니가 이번에는 조카를 보고 싶다고 한다. 그 와중에 다른 조직폭력배가 구역을 침범해 들어온다.<조폭 마누라>(조진규 감독)는 `깡패영화'라는 장르를 코미디나 로맨스 쪽으로 변주해 낼 것 같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못하다. 잔인한 결투 장면과 `썰렁 개그'가 병렬돼 있을 뿐이어서 장르 변주라고 부르기가 쑥쓰럽다.이야기는 결투와 개그를 이어가는 수단에 불과하다. 말이 잘 안되고, 영화 만드는 쪽에서도 그리 중요하게 여긴 것 같지 않다. 여자를 조폭 보스로 내세운 대목에
이유없는 잔인함은 왜일까? <조폭마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