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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바람은 여전했지만 봄볕이 고개를 들이민 여의도 국회 도서관 앞에서는 <질투는 나의 힘>(감독 박찬옥, 제작 청년필름) 촬영이 한창이었다. 매력적인 유부남(문성근)에게 옛 애인을 뺏긴 것도 모자라 새 애인(배종옥)마저 뺏겨버릴 상황에 처한 이원상이라는 젊은 남자의 이야기인 <질투는 나의 힘>은 어쩌면 이 변화의 계절이 띠는 모호함과 어울리는 영화일는지 모르겠다. 사회와 학교의 중간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스물일곱 대학원생 원상의 계절도 가을인 듯 겨울이고, 겨울인 듯 봄이다. ‘연적’인 한윤식에 대한 감정이 질투인 듯 선망이듯. 이날 촬영에는 특별히 엄선된 예비 관객이 초대되었다. “어머, 박해일은 실물이 훨씬 잘생겼다”, “종옥이 언니 팬이에요”. 미리 조직된 영화팬클럽 ‘질투사랑’ 회원들은 호기심과 기대에 찬 눈으로 추위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촬영장을 떠나지 않았다.강남역 근처 사무실에서 진행된 몇주 뒤 촬영에는 문성근의 모습이 보인다. ‘이 시대
<질투는 나의 힘>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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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상쾌한 공기!” 촬영장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화장실 앞에 삼삼오오 모여 선 기자들의 얘기는 농담이 아니었다. 영화사 봄의 스릴러 <H> 팀이 처음으로 언론을 초대한 것은 3월4일 부산의 생곡 쓰레기 매립장에서의 밤샘촬영 현장이었다. 사흘 동안 모았다는 부산 시내 쓰레기 더미 위에 살수차가 비까지 뿌려대, 현장의 악취와 추위를 견뎌내기 위해선 마스크가 필수적이었다. 쓰레기가 내뿜는 유독가스의 발화위험 때문에 담뱃불 조심하라는 스탭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지반이 약해서 크레인이 조금씩 가라앉고 있다는 흉흉한 얘기까지 떠돌아, 현장에는 평균치 이상의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쓰레기 더미 위에 놓인 수상한 물건과는 눈을 맞추지 말았어야 했다. 그것은 여고생의 시체. 특수 소품이지만, 꿈자리 사나울까 걱정스러울 만큼 리얼하고 섬뜩했다. 게다가 그 옆엔 죽은 소녀의 것으로 보이는 태아의 시체까지… 그날 밤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H>는 고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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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전산망이 뭐예요?<씨네21>에 실리는 국내 박스오피스는 영화인회의 배급위원회라는 단체에서 일일이 확인해서 정리한 결과입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오차가 있을 수 있지요. 통합전산망은 아무개 관객이 표를 샀을 경우, 그 정보가 중계서버를 통해서 곧장 메인 서버에 기록될 수 있게끔 해놓은 일종의 영화산업정보시스템입니다. 아직 공인된 관객 통계가 없으니 한국의 영화흥행 통계는 그냥 추정치에 불과한 겁니다.그거 해서 뭐할건데요.영화제작사와 배급사는 검표비용(지역별로 1인당 하루에 3만6천원∼5만5천원)을 절감할 수 있지요. 입회원이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감시원을 극장에 파견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그리고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마케팅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지요. 극장이라고 혜택이 없는게 아니죠. 매표관리 업무를 효율화 할 수 있고, 예매 관객이 늘어나서 좋지요. 국세청은 탈세 걱정할 필요가 없죠. 한마디로 모든 거래가 투명해지고 활성화됩니다.관객에게도 ‘득’이 되나요?물
통합전산망 궁금증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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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이해 엇갈려 공정한 관객통계 실종 우려, 운영위원회 구성 시급해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이하 통합전산망) 사업의 활로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5월30일, 영화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이하 지구촌), 저스트커뮤니케이션(이하 저스트), CJ드림소프트 등 관련 업계가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공공기구가 맡는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할 때만 해도 ‘국면전환’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01년 12월, 지구촌이 데이터 공개를 거부하고, 또한 운영위원회 구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통합전산망 사업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각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는 것 중 하나는 학계, 영화단체, 극장쪽 인사 등 9인의 위원으로 꾸려질 운영위원회의 조속한 구성이다. 무엇보다 3월10일이면 지난 99년 문화관광부가 지구촌을 ‘현장매
통합전산망 해결, 끝이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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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권하는 사회에 맞서 카메라를 들다영화로 세상과 투쟁하는 여성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목숨을 건 투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란의 여성감독 타흐미네 밀라니는 어렵사리 완성한 최근작 <숨겨진 반쪽>(The Hidden Half)이 이슬람 혁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죄로 구속돼 사형선고를 받았다. 대통령의 중재로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이긴 하지만, 타흐미네 밀라니 사건은 여전히 계류중이다.최근 수년 동안 영화제를 통해 이란영화가 봇물처럼 터져들어왔지만, 타흐미네 밀라니의 작품은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다. 영화워크숍에서 시나리오 자료조사원으로 일하다, 스크립터와 조감독을 거쳐 <이혼의 자식들>(Children of Divorce)로 데뷔한 타흐미네 밀라니는 데뷔작부터 파지르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일찍부터 주목받아온 작가.밀라니의 영화적 관심은 주로 이슬람사회와 여성의 삶이다. 다양한 사회계층에 있는 여성들의 삶을 체험하는 한 여성 작가의 이
특별전 주인공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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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서울여성영화제,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여성의 경험’ 내걸고 4월4일부터 9일간 아트선재센터에서서울여성영화제가 네번째 출항을 알렸다.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5일 아트선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4월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열리는 제4회 행사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격년 행사에서 연례 행사로 바뀐 첫해, 서울여성영화제는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여성의 경험’을 껴안고자 7개 부문에 걸쳐 21개국 80여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옥랑문화재단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프로젝트 ‘옥랑상’도 올 여성영화제에서 처음 신설, 진행한다.연례 행사로의 첫전환점인 올해 영화제의 대원칙은 ‘내실을 기한다’는 것인데, 올 프로그램의 특징도 그런 노력과 잘 맞물려 있다. 우선 아시아 여성 영화인들에 주목했다. “서구 백인 중산층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서구 주변부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 남인영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아시아영화 특별전 부문에 인도의 독립
여성이여, 도전하라 뒤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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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외배급 대행 업체인 `씨네클릭아시아'의 서영주(33)이사는 국내 영화계에서 `해외 마당발'로 꼽힌다. 그녀의 수첩에는 미국 뿐아니라 홍콩, 일본 등 세계 각국 바이어들의 리스트가 빼곡히 차 있다. 일 년의 삼분의 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는 것 쯤은 예사다. 매년 상반기에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와 아메리칸필름마켓(AFM)을 시작으로 칸영화제, 밀라노 견본시, 홍콩필림마트까지 출장을 갔다오면 일 년이 어느새 지나간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해외 마켓에 나가면 다른 나라의 부스 한 켠에 자리를 잡고 한국 영화를 홍보했었어요. 그러다 지난 2000년 칸영화제에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과 <오!수정> <해피엔드> <박하사탕>등 우리 영화가 대거 진출하면서 인식이 바뀐 것 같아요. 작년 칸마켓에서 선보인 <친구>의 경우,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해외 바이어들이 이 영화를 보기위해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거든요" 서이사
`해외 마당발` 서영주 씨네클릭아시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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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충무로의 흥행판도가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46.1%의 시장 점유율과 총관객 8천800만명을 기록한 한국영화계는 `꿈의 숫자'인 점유율 50%와 관객 1억명을 돌파할지도 모른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새해를 맞았다.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반지의 제왕>에 초반 기세를 넘겨주기는 했지만 <나쁜 남자>가 의외로 선전한 데 이어 <공공의 적>과 의 `쌍끌이 장세'로 한국영화가 주도권을 탈환했다. 그러나 문제는 3월부터였다. <공공의 적>의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기대됐던 <피도 눈물도 없이>는 할리우드의 스타 파워에 밀려 박스 오피스 3위(영화인회의집계)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고 지난 주말 <버스, 정류장>은 개봉 첫주 6위라는 참담한 성적을 남겼다. 더 우려스런 점은 한국영화가 미국영화보다 더 많은 스크린에 간판을 내걸고도 관객 동원에서는 뒤졌다는 것이다. 영화전문
한국영화 `거품` 벌써 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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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영화 <타임 머신>(Time Machine)이 지난 주말 북미지역 흥행수입(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11일 미 영화 흥행집계사들에 따르면 1895년 H.G. 웰스의 동명 소설을 21세기 판으로 만든 <타임 머신>은 지난 8-10일 미.캐나다에서 2천250만달러 수입을 거둬개봉 첫주에 1위에 올랐다. 2002년도 <타임 머신>은 지하종족과 지상종족으로 양분된 80만년후의 지구를 무대로 액션과 로맨스를 결합한 스릴러로 절벽 가옥과 인간괴물 등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효과가 볼 만하다. 멜 깁슨 주연의 베트남전 영화 <우리는 군인이었다>는 1천450만달러로 정상을 1주일만에 <타임 머신>에 넘겨줬다. 3위는 강도액션 코미디 <벤자민 가족에 관한 모든 것>(All about the Benjamins) 1천130만달러, 4위는 청춘남녀 섹스코미디 (40 Days and 40 Nights) 710만달러, 5위는 덴
영화 <타임 머신> 박스 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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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정보국(CIA)의 베테랑 공작원 나단 뮈어(로버트 레드포드)는 정년퇴임을 맞아 마지막 출근을 하던 아침, 홍콩 미 대사관의 친구로부터 전화를 한통 받는다. 뮈어가 키운 중앙정보국 공작원 톰 비숍(브래드 피트)이 중국에서 공작 도중 무단이탈했다가 간첩 혐의로 체포당했다는 내용이다. 뮈어는 중앙정보국 최고위층과 정부 요원으로 구성된 대책회의에 불려간다. 대책회의는 비숍의 임무를 감춘 채 뮈어로부터 비숍의 무단이탈 동기를 캐려 한다. 이때부터 양편의 팽팽한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토니 스콧 감독의 <스파이 게임>은 모처럼 만나는, 잘 짜여진 퍼즐 같은 오락영화다. 뮈어는 비숍의 극비공작에 대해 전혀 모르고, 대책회의는 비숍이란 공작원이 어떤 인물인지 잘 모른다. 서로 이가 하나씩 빠진 퍼즐 조각을 들고 사태의 진상을 캐들어가는 게 이 게임의 묘미다. 뮈어는 비숍과의 인연과 그의 성장과정 등 ‘비숍의 모든 것’에 대한 설명으로 시간을 끌며 오감을 다 동원해 비숍이 연루된 공
첩보공작은 자신을 위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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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소개된 몇 안되는 이란 영화들은 대부분 천진난만한 아이들 동심의 세계나 삶과 죽음을 관념적으로 다룬 내용이었다. 이에 비해 <써클>은 어른들의 실제생활, 그것도 이란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캄캄한 화면에 아이를 막 출산하려는 산모의 신음 소리만이 한참 들려온다. 아이의 탄생을 알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면, 간호사가 병실 문 위쪽에 나 있는 조그만 창을 열고 딸의 출산을 알린다. 그러나 친정 어머니는 이 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두 번, 세 번 같은 얘기를 듣고 나서야 “딸을 낳았으니 집에서 쫓겨날거야”라고 중얼거리며 비척비척 병원 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어느 샌가 친정어머니는 카메라를 스치듯 지나간다. 그러나 카메라는 그 뒤를 따라가지 않는다. 대신 그가 스쳐지나간 병원밖 공중전화 박스 옆의 세 여인에게 머문다. 감옥에서 갓 출감한 머에데, 아레주, 나르게스 등 세 여인이다. 이들은 나르게
이란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