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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연극의 위대한 유산 덕에 부유해졌다는 사실은 전혀 비밀이 아니다. 신기한 발명품이자 구경거리에 불과했던 최초의 영화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전승된 극의 원리를 도입하며 재빨리 연극의 관객을 가로채기 시작했다. 멜리어스의 특수효과, 그리피스의 클로즈업와 미장센, 에이젠슈테인의 몽타주가 영화를 연극과 다른 어떤 세계로 이끌었지만 연극과 영화는 어차피 같은 피와 유전자를 타고난 운명이다. 그것은 연기, 세트, 조명, 미술, 음악, 안무 등 영화와 연극의 구성요소 대부분이 동일하다는 것 이상이다. 연극과 영화는 그들의 아버지를 부정할 수 없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셰익스피어 등 연극의 역사를 만들어온 이들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영화는 스튜디오 시스템을 발명하기 전까지 연극에서 자양분을 빨아들였고 거대한 산업이 된 이후에도 연극이 품고 있는 자원에 언제나 눈독을 들여왔다.최근의 모범사례는 영국의 영화감독들에게서 발견된다. <아메리칸 뷰티>와 &l
이윤택,박광정,이수인,영화감독 데뷔하는 연극 연출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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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택(50)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을 듣곤, "아니, 그가 연극을 버리고 영화계로?"라며 눈을 동그랗게 뜨거나 하며 오두방정을 떨지는 않을 것 같다. 연극 연출뿐 아니라, 기자,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에다가 희곡, 시나리오, TV드라마의 각본까지 써온 경력이 있는 그이기에, 벤처 캐피털리스트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면 몰라도 영화감독이라면 오히려 그다운 행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고 기형도 시인에 의해 '문화게릴라'라 명명되기까지 했던 이윤택이 아니던가.그런데 <잘 가세요>라고? 그의 영화 데뷔작 <잘 가세요>(제작 마오필름)는 <시민K> <바보각시>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 <문제적 인간- 연산> 등 자작 희곡으로 우리 연극계에서는 드물게 흥행보증수표로 군림해온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박'을 터뜨렸던 <오구- 죽음의 형식>의 영화버전이다. 공연 마지막에 배우들이 함
<잘 가세요> 촬영 중인 이윤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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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연출가 이 윤 택아무리 '멀티플레이어'라고 하지만, 이윤택의 전공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연극이다. 그동안 그가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평단뿐 아니라 관객의 커다란 호응을 받아왔다. <길떠나는 가족> <느낌, 극락같은> 등의 작품은 서울연극제의 대상, 작품상 등을 휩쓸었고, 올해의 연극상 같은 상도 여러 차례 그의 몫이었다.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틈새에서 자신만의 기기묘묘한 전략을 구사해온 이윤택의 연극은 지적 형식적 탐색 그 자체였지만 대중성을 놓치지 않았다. 우리의 현실을 투영하는 이야기들을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무대에 올리려는 그는 집착에 가까운 긴장을 뿜는 완벽주의자로 불리기도 한다. 스스로를 포스트모던 리얼리스트, 또는 반성적 모더니스트라 칭하는 그는 90년대 이후 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명으로 군림하고 있다. 또 그는 현재 경남 밀양에 조성한 연극촌을 중심으로 다양한 행사를 열어나가며, 한국 연극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잘 가세요> 촬영 중인 이윤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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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인간의 삶을 10년 단위로 쪼개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최소한 박광정(40)의 경우 '10년 주기설'을 주장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최소한 스무살 이후로는 10년마다 삶의 껍데기를 벗는 '변태'과정을 겪었고, 또 겪는 중이기 때문. 그가 대학에 들어가 연극이라는 '업'을 처음 접한 게 20살 때요, 연극 연출가로, 그리고 영화배우로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30살 때였다. 또 다른 10년을 시작하는 지금, 그는 영화연출이라는 경지에 다다르기 위해 슬슬 채비를 갖추고 있다.영화배우로, 또 TV탤런트로 얼굴을 알려온 그지만, 실제론 대학로에 무게 중심을 둔 연출가이자 배우라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아는 일일 터. 박광정에 따르면, 그가 연극을 접하게 된 것은 운명도, 필연도 아닌 일종의 우연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스무살 되던 1981년 성균관대 공대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그의 꿈은 라디오 DJ였다. 만약 그때 교내 방송국원 선발 면접시험에서 선배인 시험관이 "
<진술> 크랭크인 준비 중인 박광정(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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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연출가 박 광 정나이 30살 때인 92년, 대학원생이던 그는 자신의 첫 연출작 <마술가게>를 상연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저 별이 위험하다> <비언소> <모스키토> <매직타임> <날 보러 와요> 등을 연출하면서 그는 농짙은 풍자가 담긴 코미디의 달인으로 손꼽혀왔다. 그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날선 웃음으로 조롱했고, 사회의 환부를 송곳으로 찍어냈다. 이러한 연출가로서의 이미지는, 영화 출연작이나 드라마에서 보여준 코믹한 연기와 겹쳐지면서 '박광정=코미디'라는 당연한 듯 보이는 등식을 만들어냈다.하지만 박광정 자신은 "나는 진지한 쪽"이라고 설명한다. 그동안의 연극을 보며 관객이 웃긴 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하드한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거운 내용이라도 밝게 만들어 제대로 전달하려 했다는 점이 그런 인식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지난해 연출한 강신일의 모노드라마 <진술>은 박광정의 다
<진술> 크랭크인 준비 중인 박광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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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삶을 '의지'와 '우연' 가운데 한 변수로만 말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그 사람의 의지를 독립변수로 놓았을 때 설명하기 쉬운 이가 있고, 반대로 우연을 앞세울 때 더 잘 묘사되는 이가 있다. 이수인(41)은 후자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선택했다"는 능동태보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수동형의 서술이 더 어울린다. 삶의 선택사항들을 적극적으로 넓혀가는 스타일이라기보다, 그게 저절로 줄어 하나가 될 때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하는 쪽에 가까워 보인다. 그의 인상도 느긋하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사람이 세계관이나 작품관까지 느긋할 거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논리 연산이다. 이씨의 리얼리즘관은 지금 우리 문화에서 구체적이고 날이 서 있다. "모호하고 종잡을 수 없는, 모순과 역동 그 자체가 삶인데 그걸 잡아내는 게 리얼리즘이지, 없는 얘길 그럴듯하게 만드는 게 리얼리즘이 아니다."영화감독 이 수 인연극만 10여편 연출해온 이씨는 지난 3월부터 영화감독 데뷔작업에 나
<고독이 몸부림칠 때>(가제)의 이수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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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다라고 객체화하는 게 아니라, 일단 나하고 같다고 보는 거다. 나도 나이들었지만 옛날에 비해 변한 게 없는데, 내가 60살 되면 철들까. 나이들어도 유아이고, 아이들은 좀더 기다려야 하는 어른인 거고. 그런 점에서 다 똑같은 것 아닌가. TV드라마 보면 노인을 대상화하거나, 노인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로 접근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 것보다 '나이든 청년'들, 하지만 몸이 못 따라갈 때가 있을 거고, 그들의 유쾌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주인공들의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쓰고 나서, 그뒤에 내가 겪어보지 못한 육체적, 정신적 디테일들을 보충하려 한다. 아이러니를 어느 정도 넣을 수 있을지는 조심스럽다. 하지만 전혀 색다른 재미, 그게 내 목표다. 그 때문에 영화 전체에서 아이러니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곧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마치고, 이르면 9월 말 촬영에 들어갈 이번 영화에서 가장 신중을 기하는 건 촬영감독을 누구로 하느냐이다. 이씨가 카메라의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
<고독이 몸부림칠 때>(가제)의 이수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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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감독이 시를 썼다. 지난 3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마지막 장면을 찍으려고 타이의 푸켓섬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을 때다. "오랜만에 비행기를 타서 벗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뭉쳤던 응어리들이 새어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 고공에 올라가서 오는 정신착란 같기도 하고. 뭔가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충동이 치밀었다. 답답함, 그리움, 더러움 이런 걸 쏟아내고 싶어진 것인지…." 비행기를 내려 낙원 같은 푸켓섬에서, 한국에 돌아온 뒤에도 한두달가량 계속 썼다. 그렇게 모인 게 70편 정도.다음 영화의 제목을 <이별에 대하여>라고 정해놓았던 때문인지, 이별에 관한 시가 많다고 장 감독은 전했다. 70편 중 영화와 관련된 시 11편을 장 감독이 직접 추렸다. "이런 게 시가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중엔 낯간지러운 것도 있고. 시집? 반응이 멀뚱멀뚱하면 포기하고. 같이 놀자고 하는 거니까."맨앞의 <경마장 가는 길>은 이 영화 마지막에 정신없이 소
영화가 낳은 장선우 감독의 시편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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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꽃 달린 배타고 나는 가요뱃전에 부서지는 파도소리만데리고 나는 가요포다 섬 가는 길. 금강경 한줄이 하늘가에 걸렸어요.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모래꽃그이는 모래꽃나쁜 아저씨에게 총 맞고 죽어버렸어요열빵쯤 배에 총알 맞고산호사 모래밭에 얼굴파묻고 쓰러졌어요저는 나쁜 아저씨들에게 끌려갔어요모래꽃 밟으며…끌려가던 모래 위엔 바람을 이기려고 낮게 낮게모래꽃이 피었어요피안개 눈앞을 가로막는데노란 모래꽃이 멀어져 갔어요.---해인(海印)데이터의 바다삼라만상을 비추는 모니터그 속에서 당신이란 데이터는왜 지워도 지워도 다시 뜨는지요휴지통을 비워도 왜 당신은 뜨는지요해인삼매모든 상은 공하다던데 당신도 어차피 데이터일 뿐인데….---금강경소(金剛經疏)나는 너를 사랑했다 라고 하자 이 말은 사실인가?이 말은 사실이 아니다너라는 건 있지 않고 사랑했다는 건 더더욱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그래서 나는 너를 사랑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나는 너를 미워했다 라고 하자
영화가 낳은 장선우 감독의 시편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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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한 여자애들이 도시를 파괴하다!" 카툰 네트워크의 간판 프로그램 <파워퍼프 걸>이 스크린을 습격했다. 타운스빌을 수호하는 꼬마 영웅들, 가끔은 우주까지 뛰쳐올라가 지구를 지키는 여섯살배기 귀여운 소녀들이 수십배나 커버린 모습으로 "용서할 수 없어!"를 외치는 것이다. TV에선 볼 수 없던 속도와 스케일로 공중을 날아다니고 건물을 때려부수는 파워퍼프 걸. 이번엔 평면적인 배경을 벗어나 3차원의 깊이를 가진 우주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여자아이들 양말 그림에서나 볼 수 있는 색깔"로 채색된 <파워퍼프 걸>은 스크린으로 자리를 옮겼다 해서 결코 오만하거나 복잡해지지 않았으니까. 98년 방영을 시작한 이래 전세계 아이들과 그 부모마저 사로잡은 신기한 애니메이션 <파워퍼프 걸>. TV시리즈를 보지 않아도 괜찮고, TV시리즈를 봤다면 더욱 재미있을 극장판 <파워퍼프 걸>이 힘찬 걸음으로 한국에 상륙했다.편집자아니, 이
어른들까지 사로잡아버린 아동용 애니메이션,<파워퍼프 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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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에피소드가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TV시리즈와 달리, 극장용 <파워퍼프 걸>은 이처럼 단순한 스토리에 기대어 87분을 끌어간다. 사고뭉치 조연들이 빠진 빈자리를 메우는 요소는 스크린에 걸맞게 파워있는 액션. <파워퍼프 걸>은 캐릭터 소개가 끝나고 나면 미련없이 번개처럼 번쩍이는 액션 시퀀스로 돌진한다. 파워퍼프 걸이 난생처음 술래잡기를 하던 날, 파스텔톤의 아담한 도시 타운스빌은 이 괴력의 소녀들에게 고스란히 희생제물이 된다. 빌딩이 꺾이고 천지가 진동하는, TV시리즈에서 볼 수 없던 파괴적인 광경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나 <파워퍼프 걸>은 줄줄이 뚫린 빌딩 구멍 사이로 뛰어노는 세 꼬마를 보여주는 독특한 시점을 취하면서, 타운스빌을 강타한 비극과 어이없는 아이들 장난을 균열없이 이어나간다. <파워퍼프 걸>의 감독 크레이그 매크라켄이 "열정이 있다면 프로그램을 만들고 책임을 져라"라는 카툰 네트워크의 자유로운 풍토를 경험하지 못했다면 이
어른들까지 사로잡아버린 아동용 애니메이션,<파워퍼프 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