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러스이 영화에서 주는 아이디카드를 잃기 전부터 시스템에 의해 바이러스로 간주된다. 결국 주라는 바이러스는 시스템을 파괴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장 감독은 바이러스를 시스템을 부정하거나 긍정하는 한쪽으로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이 바이러스는 엔딩에서 보여지듯 시스템을 부정하면서 긍정한다. 부정이냐 긍정이냐의 구분을 넘어서고 싶었다.”부산부산이 아니었다면 <성소>는 만들어질 수 없었거나, 현재 제작비보다 두세배는 더 들었을 것이다. 장선우 감독은 이 영화를 구상할 때부터 촬영지로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초현대식 건물부터 판자촌까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공간을 소화하기에는 부산이 적절하다고 본 것. 사실, 그의 판단이 절묘했던 진짜 이유는 부산영상위원회라는 존재 때문이었다. 부산시의 영화촬영을 활성화하고, 촬영을 원하는 제작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설립된 부산영상위의 도움은 그야말로 절대적이었다. 서면 롯데백화점 앞의 교통을 사흘 동안이나 통제했던 것이나 삼성자동
장선우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_ 게임 메뉴얼 1.0 (8)
-
시나리오이 영화는 <거짓말>에 앞서 기획되기 시작했다. 장 감독은 김정구의 시에서 얻은 영감을 영화평론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이정하씨에게 전해 시나리오 초고를 작성하게 했다. 그것이 시나리오 버전 1.0이다. <거짓말>을 제작한 뒤 인진미 조감독을 비롯한 연출부, 김우형 촬영감독, 심지어 홍콩 무술감독인 리들리까지 참여한 가운데 좀더 정교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버전 3.0이며, 촬영시에는 이보다 약간 업그레이드한 3.5 버전을 바탕으로 삼았다. 이 시나리오는 보통의 경우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시나리오는 닫혀 있지는 않습니다. 완결된 구조가 아니죠. 첨부터… 늘 확장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구조입니다”라고 장 감독이 시나리오에 밝혔듯, 촬영 도중에도 시나리오는 바뀌어나갔다. 또 개요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다소 불친절한 지문과 대사가 적혀 있고, 같은 상황을 표현하는 두 가지의 상이한 내용이 함께 적혀 있기도 하다. 일부 장면의 경우 실제
장선우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_ 게임 메뉴얼 1.0 (9)
-
촬영촬영을 맡은 김우형 감독이 일차적으로 고민한 것은 액션장면을 찍음에 있어 어떤 카메라 ‘액션’을 취하느냐였다. 즉 대상을 박진감 넘치게 보이도록 카메라를 흔들면서 찍을 것인가, 짧은 장면들을 빠른 편집으로 이어붙이느냐, 아니면 액션 전체가 잘 보이도록 찍느냐의 문제. 그는 가장 나중의 방법을 원했다. 고난도의 액션을 안정감 있고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007 시리즈 같은 영상을 찍고팠던 것. 또 홍콩 액션팀의 고난도 액션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도 이 방법이 가장 나을 것 같았다. 결국 장 감독의 오케이를 받아 액션장면은 이같은 방식으로 찍어나갔다. 또 게임이라는 공간 설정을 잘 살리기 위해 게임 스타일의 앵글을 만들어내려 노력했다. 1인칭 슈팅게임을 보는 듯한 효과를 내기 위해 임은경의 등 뒤에 카메라를 매달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고, 크레인숏의 동선을 연구해 한 캐릭터에서 다른 캐릭터로 이동하는 숏을 찍기도 했다.캐릭터이 영화의 주인공 성소(임은경)는 현실에서는 오락실
장선우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_ 게임 메뉴얼 1.0 (10)
-
패러디애초 장 감독은 이 영화에 하이퍼텍스트라는 개념을 도입해 기존의 텍스트를 많이 인용, 또는 패러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영화를 만들기 전 그는 많은 영화의 액션장면을 참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억력이 나쁜 탓에 뭐가 좋은 장면인지 떠오르지 않아 모방도 안 되더라”는 장 감독의 말처럼 패러디는 많지 않았다. “한탕에 성공해서 잘사는 게 좋아보여” 엔딩장면에 패러디한 <트루 로맨스>의 라스트신이나, <매트릭스>와 연관성을 가진 시스템 안의 격투신 등은 애초 의도를 살린 장면들이다.표현양식<성소>는 매우 자유로운 문법의 영화다. 성소의 내러티브는 장난기 넘치고, 때때로 해체적이다. 성소가 위선적인 노인에게 끌려가는 순간, 라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그중 하나다. 라라는 오토바이를 탄 채 총을 쏘며 다가온다. 그러다 공중으로 붕 떠서 몇 바퀴를 돈 뒤 다시 오토바이에 앉는다. 이렇게 멋진 장면이 보여진 뒤 ‘원래 의도는 이러한데…’라는 자막이 뜬다. 그
장선우와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_ 게임 메뉴얼 1.0 (11)
-
-
<죽어도 좋아>의 극장상영이 또다시 좌초됨에 따라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불붙고 있다. 영화계 및 문화단체들은 8월27일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재심 결정에서도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자 이해할 수 없다며, 회의록 공개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회의에 참여했던 임정희, 박상우, 조영각 등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들 또한 “등급위원들의 의사결정 근거들이 정당한가”라는 문제제기와 함께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씨네21>은 15인으로 구성된 등급위 위원의 <죽어도 좋아> 등급분류에 대한 각각의견해를 위원 이름 가나다 순으로 싣는다. 인터뷰는 전화통화로 이뤄졌으며, 일부 위원의 경우 등급위가 발표한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권장희(38·기독교윤리실천운동본부 총무)(각 위원들의) 성향을 분석하려는 것 같아서, 발언하고 싶지 않다. 회의과정에서 나왔던 제한상영 등급이 적절하다는 의
재심받은 <죽어도 좋아>,영상물등급위원회 15인의 견해 (1)
-
장은숙(41·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담실장)<거짓말> 등급분류할 때 18세 등급을 줘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었다. 직접적인 성행위에 따른 노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 그때는 감독이 문제가 된다면 처리를 하겠다고 해서 찬성을 했었던 것이다. <죽어도 좋아>의 경우, 정말 리얼한 연기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오럴섹스 장면만은 직접적인 섹스행위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적나라했다. 그렇다고 18세 등급을 줄 경우 앞으로 등급분류시 기준 적용이 어렵다거나 특정장면이 음란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음란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고, 또 노인층의 반발이 예상돼서 제한상영 등급 의견을 냈다. 젊은 사람들이 그러면 안 되고 노인들이 하면 괜찮다는 식의 논리가 오히려 노인들을 인간적으로 무시한다고 봤다.정상용(57·변호사)한마디로 말하자면 심의지침에 따른 것이다. 세칙에 성기노출은 안 된다, 체모노출은 안 된다는 게 있다. 이 영화는 저촉이 된다. 위원들의 생
재심받은 <죽어도 좋아>,영상물등급위원회 15인의 견해 (2)
-
“너 참 예쁘게 생겼구나.”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 소녀에게 묻습니다. “무서운 아저씨가 아니란다. 그냥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그러는 것뿐이야.” 소녀는 뒷걸음질칩니다. 오래된 단짝친구와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거나 부모님과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걸 제외하면 말이 없던 소녀에게 낯선 사람의 접근은 더럭 겁부터 불러일으킵니다. “잘 생각해 보렴. 친구들도 많이 생기고 돈도 벌 수 있단다.” 아저씨는 명함을 하나 내밀고 사라집니다. “돈을 벌 수 있다구?…” 소녀는 화려한 조명 아래 서는 것도, 인기를 얻는 것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듣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외동딸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수술을 시켜드릴 거야.” 99년, 소녀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습니다.
‘펑’ 참으로 이상한 불빛이었습니다. 스튜디오의 불빛 아래 선 소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합니다. “그냥 아무 표정 짓지 말아요.” 수조 속에 얼굴을 담그기도 하고 허공을 향해 고기를 잡는 시늉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임은경 인터뷰 (1)
-
오늘도 소녀는 하루종일 걸으면서 라이터를 팔았습니다. 그러나 라이터를 사주는 사람이 없어서, 하나도 팔지 못했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인심이 야박한가 봅니다. “라이터 사세요… 라이터 사세요.” 분홍빛 넝마를 입고 추운 거리를 하루종일 걷습니다. 그만 걸으라고 말하는 이가 없습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여전히 ‘아무 생각하지 말라’고만 합니다. 왜 라이터가 안 팔리는지는 모르겠지만, 라이터를 팔기란 쉽지 않구나, 소녀는 생각합니다. ‘머리곱슬붕떠’ 아저씨가 저리로 가서 이야기 좀 하지 않으련, 하고 다가옵니다. 소녀, 사랑이 뭔 줄 알아? 분노는? 싸움은 뭘까? 왜 소녀는 라이터를 팔고 있는 걸까? 참 이상한 아저씨입니다. 소녀가 먼저 라이터를 팔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와 한참을 걸은 뒤부터 ‘내가 뭘하고 있는 거지?’ 소녀는 생각합니다. 머리 위를 헤엄치던 단어들이 하나하나씩 가슴에 박혀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어디서 태어났고, 어떤 행동과 어떤 모습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임은경 인터뷰 (2)
-
<프릭스>에서 거대한 거미가 습격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언제나 정부의 음모설만 늘어놓던 사설 라디오 방송의 DJ가 하는 말 따위는 누구도 믿지 않는다. 그래도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그 방송을 듣는다. 왜? 재미있으니까. 황당무계하지만, 아니 황당무계할수록 마을 사람들은 그 방송을 들으며 즐거워한다. 변종생물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이유도 비슷하다. 아직도 일본에서는 새로운 <울트라맨> 시리즈를 계속 만들며 방영하고 있다. 형식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3분 한도의 울트라맨으로 변신해서 망측스런 괴물들과 ‘싸움’을 벌인다. 가끔 광선을 내뿜기도 하지만 주된 기술은 여전히 수도와 던지기, 꺾기 등이다. 고난도의 레슬링 기술도 가끔 나온다. 고무옷을 뒤집어쓴 괴물들과 싸우는 울트라맨의 전장은 미니어처라는 것이 명백하게 보이는 도시 한복판이다. 이런 유치한 액션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인기도 높다는 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하긴 <고질라>
<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1)
-
늑대, 개, 상어, 곰 - 인간을 습격한 생물들론 채니 주니어가 주연한 <늑대인간> 이후 동물의 습격을 그린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새>는 60년대 이후 동물 공포영화의 전형을 만들어낸 걸작이다. <새>는 왜 새들이 갑자기 인간을 습격하게 되었는가, 에 대해서 별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새들의 공격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미 인간은 자연에 대해 수많은 범죄와 악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새들의 공격은 당연한 일이며 언젠가 벌어질 일이라 믿는 것 같다. 그러니 이런 동물 공포영화에서 자연은 인간에게 적의를 가진 존재로서 흔히 묘사된다. <죠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상어가 등장하여 평화롭게 수영을 즐기던 여인을 습격한다. 거대한 상어는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 결코 대적할 수 없는 막강한 존재다. 그러나 <죠스>의 원작자인 피터 벤츨리는 상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뒤에, “지금
<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2)
-
변종들의 역습, 특수효과가 도왔다요즘 변종괴물영화들이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유 하나는 특수효과의 발달 덕분이다. 과거에는 거대한 괴물 하나가 도시를 활보하는 장면 하나를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어떤 장면도 만들어낼 수 있다. 50년대에 괴물 공포영화가 유행한 것도 전성기를 달리던 특수효과 덕이다. 오리지널 <킹콩>은 지금 봐도 재미있다. 사람의 그림자가 보이는 건물을 기어올라가는 킹콩이나 공룡과 싸우는 킹콩의 모습은 자연스러울 뿐 아니라 자연의 광포함까지 함께 드러낼 정도다. 킹콩의 움직임을 만들어냈던 윌리스 오브라이언의 스톱모션 기술은 당대 최고였고 30, 40년대 특수효과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다. 50년대 들어 오브라이언의 기술은 전설적인 레이 해리하우젠에게 넘어간다. 오브라이언에게 특수효과 기술을 배운 특수효과 감독 해리하우젠은 <마이티 조 영>(1949), (1953), <땅 밑 2천마일>(1957), <비밀의 섬>(1961)
<고질라>에서 <프릭스>까지, 인간을 습격한 변종괴물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