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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룸>에서 카메라는 벽을 통과하며 어떤 등장인물보다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 영화의 카메라 움직임은 어떤 컨셉으로 이뤄졌나.이런 유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대개 두 가지 방식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내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찍는 것이다. 종군기자가 전쟁상황을 전하는 것처럼 감독의 주관적 시점으로 사건을 보여준다. 다른 하나의 방식은 <블레어 윗치>처럼 사건에 직접 얽혀 있는 공모자의 시점으로 찍는 것이다. 나는 극단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것은 카메라가 어디로도 움직일 수 있고 어떤 시점도 대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카메라의 이런 움직임과 상반되게 사람들은 벽과 문에 갇혀 있다. 사람은 문을 관통해서 빠져나갈 수 없기에 번번이 벽과 문에 가로막힌다. 나는 진정 카메라가 전지전능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혹했다. 그것은 유령의 관점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며 관객에게 어떤 긴장감을 준다. 당신이 보고 싶지 않은 것, 무시무시한 어떤 것을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게 된
데이비드 핀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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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챔피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다만 ‘감독 곽경택, 주연 유오성, 링 위에서 사망한 고 김득구 선수의 일대기’라는 너무나 명확한 가이드라인 때문인지 이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은 그간 건네지지 못했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만으로도 제작진의 의도와 관계없이 <챔피언>은 올해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강력한 대중성을 지닐 작품 가운데 하나로 점쳐져왔다. 6월28일 개봉을 앞두고,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챔피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편집자“<챔피언>만의 액션장면을 만든다”는 곽경택 감독의 약속은 지켜졌나.영화에서 유오성이 등장하는 장면이 80% 정도 되는데 그중 성한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아무래도 권투선수의 삶을 다룬 영화다보니 많은 양의 경기장면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곽경택 감독은 고민에 빠졌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빈번한 액션신을 어떻게 다르게 찍을 수 있을까? 결국 그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전을
곽경택-유오성의 <챔피언>에 묻고 싶은 여섯 가지 것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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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꼬마 유오성,찾았습니다<챔피언>의 배우는 과연 누구인가. 유오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명이다. 그들은 과연 <친구>의 조연들을 능가할 것인가.체육관 동료부터 아역까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되었다. 곽경택 감독은 오디션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인데, 전쟁 나가기 전에 병사들의 능력을 꼼꼼히 체크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업적으로 실패한 감독의 오디션엔 비중있는 조연들이 아예 참여를 안 하는 경우가 많고 오더라도 요구사항을 안 하려는 경우도 많다. <친구> 오디션할 때만 해도 <억수탕> <닥터K> 이후 작품이니까 오기로 했던 배우들이 많이 불참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이번에도 재미있는 조연들이 많다. 김득구가 체육관 들어가기 전에는 버스 돌면서 관상책과 가정의례준칙보감을 붙여서 100원에 파는 보따리장수를 했다. 그때 터미널에서 김득구를 괴롭히던 단발머리 양아치 삼총사가 있다. 나중엔 똥바가지를 뒤집어쓰기도
곽경택-유오성의 <챔피언>에 묻고 싶은 여섯 가지 것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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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축제인 2002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6월3일부터 8일까지 6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6회를 맞이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매년 초여름, 스위스와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프랑스 호반의 도시 안시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영화제. 오타와, 자그레브, 히로시마 등 4대 애니메이션페스티벌 중에서도 으뜸가는 전통을 지닌 축제로, 세계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이다. 특히 올해의 안시는,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가 장편 그랑프리를 수상함으로써 한국 애니메이션사에 한획을 그은 순간으로도 기억될 만하다. 67년 첫 장편애니메이션 <홍길동>이 나온 이래 3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학생·졸업작품 부문 매진행렬이번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스크린을 수놓은 작품은 33개국에서 출품된 500여편. 그중 <마리이야기>를 포함한 장편 경쟁부문 출품작이 5편, 단편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이 모두 52편이다. 지난
2002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참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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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이야기> 공식상영 때 관객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한국 관객과 또 달랐을 것 같은데.한국에서는 좀 진지하게, 지루하게 보는 것 같았는데, 안시의 관객은 생각보다 많이 웃어서 뜻밖이었다. 영화를 같이 볼 때보다 끝나고 난 뒤가 인상적이었다. 상영관을 나오는데 머리가 허연 60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감동적이었다고, 사인해달라고 그랬다. (웃음) 악수하면서 손을 꼭 잡기도 하고. <마리이야기>가 유럽의 60대가 좋아할 만한 작품인가? (웃음)<메트로폴리스> 같은 작품과 경쟁했는데, <마리이야기>의 어떤 점이 안시 혹은 유럽 관객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보나.음…. 풍경이 좋았다는 말도 듣고, 특히 서정적인 내용과 정서가 좋았다는 얘기를 꽤 들었다. 추억, 향수 같은 느낌에서 공감을 사지 않았나 싶다. <메트로폴리스> 같은 경우 아마 예산이나 제작규모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단편이나 독립애니메이션에 비중을 둬온 안시에
이성강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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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 최근 <씨네21>은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서류 봉투 하나를 건네받았다. 그 봉투 안에는 놀라운 서류가 담겨 있었다. ‘충무로 귀신박멸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 수사 회의록’이란 제목이 붙어 있는 이 서류에는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한국영화계의 귀신에 관련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 글에 따르면, 이 기록은 ‘세계 귀신박멸단(International Ghost Busters) 한국 지부’라는 정체불명의 조직 내 회의를 정리한 것이었다. 이 회의록의 앞부분에는 이 회의가 한국영화계 주변에 자주 출몰한 귀신을 퇴치하기 위해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열린 것이라는 정황도 적혀 있다.이 충격적인 기록을 접수한 뒤, <씨네21> 내부의 비밀조직인 ‘믿거나 말거나 연구위원회’는 기사화할 것인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상당한 논의가 진행된 뒤 우리는 이 기록에 인용된 관련 인물들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결론을 내리자고 합의하게 됐다. 확인 작업이 진행됐고, 놀랍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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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NO .4 ┃정체불명 청년의 출현┃“거참 이상하네.” 의 편집이 이뤄지던 1997년 말. 편집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허진호 감독과 조민환 프로듀서는 모니터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장면을 찾기 위해 편집기를 돌리던 중 베타테이프가 떡 하니 서더니 이상한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리더필름(카메라 매거진에 새로운 필름 릴을 끼우고 난 뒤 버리게 되는 필름의 시작부분)에서 이상한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경우 이 부분이 촬영분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버린 필름이라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사람의 손가락을 찍는데, 여기에는 모르는 청년 한명이 환하게 웃으며 슬레이트를 들고 있었던 것.그 괴청년 뒤에는 익히 잘 알고 있는 스탭 두명이 서 있었지만, 그 청년만큼은 누군지 알 길이 없었다. 는 모든 장면이 군산에서 찍힌 탓에 보조출연자로 동원했던 인근 주민들의 얼굴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에, 조민환 프로듀서는 처음엔 유영길 촬영감독의 영상원 제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유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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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 NO .8 ┃소름끼친 <소름> 현장, “돈도 필요없으니 당장 떠라라”┃저주받은 아파트를 배경으로 삼은 공포영화 <소름>의 촬영현장은 유독 어수선했다. 촬영지가 곧 재개발을 앞두고 있던 시영아파트였던 탓에 으스스함은 더했다. 복도에 늘 흥건하게 고여 있었던 물과 곳곳에 깊게 드리운 어둠은 스탭과 배우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당시 제작실장이었던 김경미씨는 촬영하는 동안 이상하게도 스탭들의 교통사고도 잦았다고 기억한다. 이 영화는 3월 말까지 촬영됐는데, 날씨는 유난히 추웠고 눈이 오기도 했다. 모두를 오싹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아파트가 불타오르는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기 얼마 전, 같은 아파트의 다른 편 동에서 불이 났다.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스탭들의 정신은 혼미해졌다. 이주하지 않고 남아 있던 일부 아파트 주민들도 영화 촬영 때문에 이런 괴기스런 일들이 일어난다며 소란을 피웠다. 일부 주민은 “돈도 필요없으니 빨리 나가라”고 고래고래
한국영화 제작현장 미스터리 X파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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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 영계(靈界)에 가장 통달한 이로는 이광훈 감독이 꼽힌다. 그가 이 세계를 접하게 된 것은 <패자부활전>을 만들던 1996년 무렵. 어느 날 사거리에서 신호대기하던 그는 술 취한 트럭이 옆 차를 받는 광경을 보게 된다. 옆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이 모두 사망한 사고를 본 그는 ‘저 일이 내게 일어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결국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된 그는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며 고민을 한다. 그뒤 그는 초현실적 세계나 기에 관한 공부를 했고 법사, 무당, 목사 등 갖가지 사람들을 만나 의견을 나눴다. “유령이든 귀신이든, 아니면 현대과학의 에너지든 용어만 다르지, 지칭하는 바는 같다”는 것이 그의 결론.어쩌면 그는 기질적으로 이런 세계가 가까운지도 모른다. 데뷔작 <닥터 봉>을 준비하던 94년, 한석규의 상대 여배우 캐스팅 문제로 그는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서 한석규와 김혜수가 재밌게 이야기
충무로 영계 연구가 이광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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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큐버스>는 1965년에 에스페란토어로 제작된 흑백의 공포영화다. 악몽을 부르는 악마의 이름에서 제목을 가져온 <인큐버스>는 인큐버스의 여성형인 서큐버스 키아가 한 고결한 남자를 유혹하려다 그와 사랑에 빠지면서 갈등하는 이야기다. 지금은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 영화가 특이한 것은 저주를 받았다는 소문 때문이다. 프로듀서 토니 테일러는 “저주가 있었는지 누가 알겠는가”라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이 일어난 것만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인큐버스를 연기한 유고 출신 배우 밀로스 밀로스는 그중 가장 드라마틱한 최후를 맞았다. 1966년 그는 연인이자 배우 미키 루니의 다섯 번째 아내였던 바바라 앤 톰슨을 권총으로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 그러나 최초의 비극은 그보다 약간 앞서서 일어났다. 주인공 마르크의 여동생으로 출연한 앤 애트마가 촬영이 끝난 직후 자살했던 것이다. ‘인큐버스의 저주’라고 불리는 일련의 사건은 몇년 뒤 서큐버스 자매 중 큰언니였던 엘로이즈
괴담의 해외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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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양수리라 칭하는, 서울종합촬영소(종촬소)는 원귀의 본산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40만240평 규모에 세워진 6개의 스튜디오뿐 아니라 심지어 입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음식점의 커브길, 올라서는 것만으로도 뒷목이 당긴다는 꼭대기 운단에 이르기까지 괴담이 끊이질 않는다. 심지어 <취화선>의 음악을 담당했던 국악가 김영동씨도 “이곳에 오기만 하면 맥이 풀린다”는 하소연을 늘어놓았을 정도다.1스튜디오의 귀신은 형체는 분명치 않지만, 주로 세트 작업을 위해 만들어놓은 아시바 위에 걸터앉아 내려다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2스튜디오와 3스튜디오를 갖춘 건물의 터줏대감은 다름 아닌 처녀귀신. 정재은 감독의 <도형일기> 촬영시에는 세트로 만들어놓은 다락 안에 숨어서 한 스탭을, 최근에는 조명 설치를 위한 바탱이라는 장치 위에 매달리는 기예를 선보여 종촬소 직원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5스튜디오와 6스튜디오는 화장실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여배우들은 몸을 사릴 필요가 있다
원귀의 본산, 서울종합촬영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