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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로알드 달의 소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발표된 이래 지난 60년간 아이들의 가슴속에 천국은 초콜릿 폭포가 흐르는 달콤한 낙원의 형상이었다. 그 동산에는 진 와일더나 조니 뎁의 얼굴을 한 마법사 윌리 웡카가 살고 있었다. 이제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티모테 샬라메의 얼굴이 아이들의 상상 속에 추가되지 않을까. 지금의 <웡카>를 만든 전작들의 이모저모를 훑다보면 새로운 윌리 웡카의 등장을 반갑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진 와일더와 조니 뎁
소설 속 윌리 웡카는 검은 톱해트, 자주색 연미복, 금색 지팡이 차림에 염소 수염을 한 장난기 많은 괴짜다. 원작의 묘사와 유사한 쪽은 진 와일더다. 소설 속 웡카가 토끼 춤을 추며 등장한 것처럼, 진 와일더는 첫 등장부터 다리를 절다가 공중제비를 돌고 다시 멀쩡하게 걷는 장난을 친다. <할리우드 리포터>에 따르면 이 아이디어는 그가 배역을 수락하기 위해 내건 조건이었다고 한다. <윌리 웡카와
[기획] 원작에 대한 다양한 해석들, <웡카>에 관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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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영화화한 두 작품 중 <웡카>가 <윌리 웡카의 초콜릿 공장>(1971)과 좀더 닮은 이유는 윌리 웡카의 연미복이 자둣빛이어서만은 아니다. <웡카>는 1971년작과 마찬가지로 뮤지컬영화고 1960~70년대 등장한 수많은 뮤지컬영화의 자장 안에 있다. 직간접적으로 <웡카>의 레퍼런스로 보이는 네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웡카>의 세계는 단연 디킨스적이다. <올리버!>의 고아 소년들처럼 <웡카>에도 궁핍에 몸서리치는 어린이 누들과 어린이 같은 남자 윌리 웡카가 등장하고 둘의 부모는 행방이 묘연하다. 특히 누들은 올리버(마크 레스터)를 무척 닮았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누들은 올리버처럼 소매치기에 능하고 본명과 무관한 이름이 임의로 작명됐다. 윌리의 원맨쇼 뮤지컬 넘버 <You’ve Never Had Chocolate Like This>는 <올리버!>의
[기획] <웡카>를 닮은 뮤지컬영화 네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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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극장가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찾아온 영화가 있다. <웡카>는 2024년 1월 현재 글로벌 누적 수익 5억달러를 돌파하며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전세계 극장가에 달큼한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전세계 관객들의 사랑을 독점 중인 <웡카>가 마침내 1월31일 한국에서도 개봉한다. <웡카>는 제목에서 유추 가능하듯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윌리 웡카’라는 메가 IP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리퀄이지만, 모두가 <웡카>를 사랑하는 이유엔 원천 소스의 파워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가족영화이자 뮤지컬영화인 <웡카>는, 감독 겸 작가 폴 킹과 배우 티모테 샬라메를 만나며 특별해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배우를 중심으로 풀어본 <웡카>의 리뷰와 <웡카>에 영향을 준 뮤지컬영화의 목록을 전한다. 또한 <웡카> 속 초콜릿 폭포의 원류인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흥미로운 트리비아도 돌아보
[기획] 그 흥행 돌풍에는 이유가 있다, 감독 겸 작가 폴 킹과 배우 티모테 샬라메의 <웡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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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영화들이 속속 면모를 드러내면서 일찌감치 그해의 복병으로 평가받았던 <추락의 해부>가 마침내 2023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을 때, 즉각 <피아노>(제인 캠피언), <티탄>(쥘리아 뒤쿠르노), 그리고 <추락의 해부>를 연대순으로 짚어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2013년 <에이지 오브 패닉>으로 칸 ACID에 입성한 지 10년 만에 쥐스틴 트리에는 자국의 가장 칭송받는 레드카펫에서 역대 세 번째 여성감독의 황금종려상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학생 시위와 대통령선거 중에 찍은 단편영화들로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은근한 반골 기질임을 추측하게 한 쥐스틴 트리에는 <빅토리아>(2016)와 <시빌>(2019)에서 여성 인물의 이면을 도발적으로 제시하는 데 겁 없는 만큼 세련된 감각을 구사하는 연출자라는 인상을 풍겼다. <추락의 해부>는 그런 기량이 정점에 달해 능숙한 테크니션의 기질도
[기획] 화제작 <추락의 해부>의 감정적 복잡성과 완성도에 대하여, 결백한 이야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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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기수(이희준)는 남산(마동석)과 함께 <황야>를 지탱하는 커다란 축이다. 영화의 초반부를 책임지는 인물이며 웅크려 있던 남산을 서사의 중심으로 끌고 나오기도 한다. 커다란 비밀을 지닌 채 모종의 실험을 진행 중인 그에겐 “인류를 지키겠다”라는 확고한 목적의식이 있다. 남산 무리와의 상호작용을 제외하고서라도 <황야>의 일부를 뚜렷하게 구성하는 독립적인 캐릭터로 생동하는 것이다. 그 생동의 원천은 늘 그랬듯 캐릭터가 “설 땅”을 다지는 이희준 배우의 연기 메커니즘이었다. 허명행 감독과의 적극적인 논의를 통해 캐릭터의 깊이와 넓이를 모두 챙겼다. 그 끝에 양기수는 단순히 미친 의사, 나쁜 사람이 아니라 인간의 아이러니를 듬뿍 지닌 복합적 인물이 됐다.
- 양기수 캐릭터는 비밀스러운 전사를 지닌 복합적인 인물이면서 딸을 살리려는 마음 하나로 돌진하는 직선적 캐릭터 같기도 하다. <남산의 부장들> 인터뷰 때 “지금까지의 캐릭터는 대사의 행간이나 서브 텍
[인터뷰] 좋은 타이밍, <황야> 이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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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의 남산에겐 긴 설명이 필요 없다. 그를 연기하는 배우가 마동석이고, 언제나 그랬듯 마동석은 힘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악당을 응징할 것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남산과 지완(이준영)이 아끼는 마을의 소녀 수나(노정의)를 구하기 위해 미치광이 과학자 양기수(이희준)가 군림하는 아파트로 떠나는 초반의 전개는 효율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 그렇게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액션 시퀀스로 곧장 진입하는 <황야>는 제작과 주연을 겸한 마동석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읽어낼 수 있는 작품이다.
- 변승민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대표가 먼저 제안하면서 시나리오 개발부터 함께했다고.
= 디스토피아물을 만든 변승민 대표가 또 다른 이야기를 구성하고 싶다며 제안해왔다. 내가 써둔 8페이지짜리 디스토피아물 트리트먼트가 있었다. 이를 토대로 작가와 함께 각색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허명행 감독과는 배우와 무술감독으로 20여년 동안 수십 작품을 함께했다. 그는 보기에만
[인터뷰] 세계관을 만드는 사람, <황야> 마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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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 액션 장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마동석 장르’란 수사도 함께 따라붙는단 사실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대표로 하여 통용되기 시작한 단어다. 이는 예비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마케팅적 편의일 수 있다. <범죄도시> 시리즈와 배우의 명성을 이용하는 상투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황야>는 넷플릭스에 공개되고 <범죄도시> 시리즈와 무관한 제작사와 배급사가 내놓은 작품이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터줏대감인 허명행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곤 하나 그것만으로 마동석이란 장르가 연속된다고 증명하기엔 부족하다. 마동석 배우가 마블 영화에 나올 만큼 커다란 존재감을 지녔단 것도 장르의 충족 조건은 아니다. <기생충>의 송강호가 <거미집>에 나왔다고 해서 <거미집>을 송강호 장르라고 부르진 않는다. <서울의 봄>이 대흥행했다고 해서 황정민의 차기
[기획] 우람한 육체성, 귀여움, 정의 구현, <황야>에 깃든 장르로서의 마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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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의 사태로 세상에 폐허와 황야만 남은 지 3년, 남산(마동석)은 동료 지완(이준영)과 함께 소박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러던 남산이 마체테를 들고 싸움에 나선다. 남산, 지완과 친하게 지내던 수나(노정의)네 가족이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을 ‘봉사단’이라 칭하는 집단이 은근슬쩍 수나를 노리고, 봉사단의 우두머리인 의사 양기수(이희준)는 무척 위험한 실험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남산 일당은 양기수의 동료였던 군인 은호(안지혜)와 합류해 양기수에게 맞선다. <황야>의 도입부엔 악어가 등장한다. 남산과 지완은 악어를 사냥한다. 한국 배경에 영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에피소드지만 <황야>의 특질은 이를 자연스럽게 만든다. <매드맥스> 시리즈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황무지의 전경, ‘사냥꾼’이란 직업에서 풍겨나오는 만화적 상상력이 <황야>의 세계를 지탱한다. 미치광의 의사 양기수를 연기한 이희준 배우, 양기수의 아지트를 용감
[기획] 황야의 사나이들, <황야> 리뷰와 배우 마동석, 이희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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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헤어스타일을 한 노재원 배우가 스튜디오를 찾았다. 차기작 때문에 머리를 길렀다는 그는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캐스팅되는 등 현재 주목받는 배우 중 하나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환자 서완으로, <D. P.> 시즌2의 수사관 최현도로 존재감을 드러낸 뒤 <세기말의 사랑>과 함께 2024년의 문을 열었다. 노재원이 연기한 도영은 회삿돈을 횡령하는 정직 테크의 사원이다. 그를 짝사랑하던 영미(이유영)가 몰래 횡령금을 메워주는데, 횡령 사유가 아내 유진(임선우)을 위해서였다는 게 뒤늦게 밝혀진다.
연출을 맡은 임선애 감독과의 인연은 서울독립영화제2021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에서 1위를 수상했을 무렵 시작됐다. “윤단비 감독님의 소개로 연락이 닿았다. 내가 출연한 단편들을 좋게 보셨고 작업 중인 시나리오를 나중에 보내주고 싶다고 하셨다. 그로부터 정확히 1년 후에 정말 시나리오를 보내주셨
[인터뷰] 색다른 설렘, <세기말의 사랑>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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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뜨거운 여자.” 임선우 배우는 유진을 이렇게 정의했다. 영화의 배경이 1999년에서 2000년으로 바뀌고 도영(노재원)의 공금횡령금을 대신 채운 영미(이유영)가 형을 살고 나왔을 때, 유진은 자신을 도영의 아내라 소개하며 영미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 사진에서 알 수 있듯 유진은 본래부터 얌전히 살던 사람은 아니다. (웃음) 20살 넘어 근육병으로 장애를 갖게 됐지만, 필요할 땐 자기주장을 확실히 한다. 남편의 내연녀라 여긴 영미를 숨어서 살피는 대신 자신을 당당히 내보이며 대면하는, 용감하고 멋진 여자다.” <세기말의 사랑> 촬영에 들어가기 전 임선우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달 남짓이었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유진은 모든 것을 말로 처리해야 했고 그만큼 대사량도 많았다. “연기해본 적 없는 유형의 인물이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났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딱딱한 겉껍질로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맨얼굴을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러한 감정 변
[인터뷰] 벽을 허물다, <세기말의 사랑> 임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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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에 눈이 멀어 횡령에 가담한 경리 김 과장. 세기말처럼 우울하고 칙칙한 여자. 영미를 가리키는 영화 속 말들은 채도 낮은 그림자처럼 쓸쓸하게 비친다. 하지만 영미의 진짜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착해빠진 영미가 교도소에 다녀온 뒤부터다. 흑백에서 풀컬러로 화면이 전환되는 순간, 선명한 분홍색 운동화와 난색 계열의 스웨터는 관객이 이제부터 영미를 종잡을 수 없을 거라는 일종의 신호탄 역할을 한다. 사실 배우 이유영이 시나리오에서 영미를 처음 만났을 때 삶에 애면글면하는 그의 모습을 단번에 공감했던 건 아니다. “짝사랑한 남자의 와이프를 만나는데 자존심 없어 보이는 바보 같은 모습이 한편으로 답답했다. 그런데 영미는 자신이 무엇을 돌파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는 인물이다.”
영미에게 삶은 가혹하다. 직계가족이 아닌 큰어머니를 그의 자식을 대신해 돌봄노동하기도 하고, 짝사랑하는 구도영 기사(노재원)의 미수금을 대리 수납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늘리기도 한다. 누구도 자신을 지켜주지
[인터뷰] 서로의 마음에 기대기, <세기말의 사랑> 이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