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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리키> 이후 4년 만의 연출작이다. 어느덧 88살의 노장이 된 켄 로치 감독은 신작 <나의 올드 오크>에서 영국 북동부의 한 폐광촌으로 시선을 옮겨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술집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데이브 터너)는 갑작스레 이곳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들을 배척하지 않는 몇 안되는 주민 중 한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한다는 것”이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켄 로치 감독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자신의 신념을 이번에도 올곧게 지킨다. 거장의 마지막 연출작이라 알려진 <나의 올드 오크>를 기반으로 60여년간 구축된 켄 로치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았다.
“예전엔 이 동네에 탄광이 있었어”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TJ는 펍의 안쪽 문을 연다. 열쇠로 꽉 잠긴 그 방은 거의 20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그곳의 벽에는 “폐광은 죽음이다”라는 내용의 액자들이 잔뜩 걸려 있다. 야라(에블라 마리)에게 TJ는 이 흑백사진들은 모두 1
[기획] 비극의 순간 연대의 외침, <나의 올드 오크>를 중심으로 본 켄 로치 감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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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프로그램 진행자가 한 패널에게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누구인지 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이요.” 진행자가 말하길, “너무 무난한 답이라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없네요”. 격세지감이다. 김대중은 한국 정치인 가운데 크고 많은 중상모략을 당했다. 1959년 강원 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그는 공산당원이라는 허위 선동에 시달렸다. 처음 대선 후보로 나선 1971년에도 색깔론은 거셌다. “동네에 ‘빨갱이’라는 말이 자자했고 벽보는 훼손되었다.” 내 어머니의 회상이다. 경북 태생인 나는 어릴 적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박정희를 비판할 수는 있었으나, 김대중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것은 그보다도 훨씬 곤란한 일이었다. 대선에서 세 번째로 낙선한 그가 은퇴를 선언한 1992년 12월19일,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씻었다. 어린이라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죽을 고비를 넘겨온 사람이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30여년이 지났다. 2023년 11월에 실시한 한
[기획] 가장 미움받은 정치인,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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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 한척으로 시작한 해운회사로 목포의 유망한 청년 사업가가 된 김대중. 일찍이 자기 성취를 거둔 듯 보이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방향에 있었다. 바로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 광복과 한국전쟁, 분단의 역사와 독재정치를 가로지른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청춘 선거> <노회찬6411> 등 일상의 정치를 주요하게 다뤄온 민환기 감독은 <길위에 김대중>을 통해 개인이나 사업가, 투사나 사상가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김대중을 집중 조명한다. 납치, 살해 위협, 투옥과 사형선고 등 그가 감내해야 했던 삶의 굴곡은 민주주의가 일상화·보편화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시간을 거쳐야 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시각 자료와 음성 자료,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김대중이 그려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궤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 소임을 다한 김대중의 일
[인터뷰] 정치인도 전문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대다,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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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를 시작으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야심찬 속편의 여정을 마무리 짓고,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쓴 <전,란>이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2024년.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흉흉한 진단 속에서도 기대작들은 저마다 회심의 저격을 준비 중이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넷플릭스 등 주요 배급·제공사를 중심으로 파악한 한국영화 신작 라인업을 소개한다
영화명(가나다 순) 감독 출연 배급(또는 제공)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 임대희 / 마동석, 서현, 이다윗, 경수진, 정지소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녀가 죽었다> / 김세휘 / 변요한, 신혜선, 이엘 / 콘텐츠지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 김민수 / 정우, 김대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대가족> / 양우석 /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 /
[특집] 회심의 한방이 온다, 2024년에 보게 될 한국영화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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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부산행> <범죄도시> 연작 등의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허명행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그의 첫 연출작은 1월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황야>다. 폐허 속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냥꾼 남산(마동석)과 그의 파트너 지완(이준영)은 “세상의 추위를 피해 사람들이 모인 거처 공간”인 버스 차고지 ‘버스동’에 산다. 어느 날 버스동 주민 수나(노정의)가 양기수 박사(이희준)를 따라 사라지고, 남산과 지완은 수나를 구하는 여정에 오른다. 수많은 작품에서 배우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의 눈을 믿는다. 마동석은 <황야>의 크레딧에 각색가로도 이름을 올렸는데,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 배우는 자기만의 시각에서 시나리오를 재해석해 보내기도 한다. 스토리를 바라보는 눈이 워낙 좋은 배우라 연출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라며 오랜 동료를 향해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한국영화의 수많은 액션 시퀀스를 직접 직조한
[인터뷰] 사냥꾼 된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을, <황야> 허명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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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질주하는 이야기.” <리볼버>의 로그라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욕망과 목표를 위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의 얼굴은 이내 우리가 마음 한켠에 숨겨둔 은밀한 비밀처럼 나타난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섬세함을 각본으로 그려내고, 담담한 감정의 레이아웃을 <무뢰한>으로 층층이 겹쳐낸 오승욱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들었다. 밀도 높은 연기로 자신의 반경을 또다시 넓힌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배우가 <리볼버>의 이야기를 현실로 구현한다.
- <리볼버>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조금 더 공개해줄 수 있나.
= 상관과 함께 비리를 저지른 경찰 하수영이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죄를 모두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약속받았지만 출소 이후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거의 투명인간이
[인터뷰] 단계를 거듭하며 강해지다, <리볼버> 오승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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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파일럿에서 한순간 실직자가 된 정우(조정석)가 뜻밖의 신분 세탁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현시점 공개된 한줄의 시놉시스만 읽더라도 <파일럿>은 주인공이 조정석일 때와 아닐 때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파일럿>은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영화다. 데뷔작 <가장 보통의 연애>로 개봉 당시 신인감독의 놀라운 흥행력을 보여주었던 김한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동시대 희극지왕 조정석을 만난다. 공개된 정보 외에는 작품의 많은 요소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파일럿>은 올해 가장 예측 불가능한 기대작이다.
- <D.P.>시리즈를 연출하고 <약한영웅> 시리즈를 제작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제안했다. 어떻게 인연을 맺고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 2021년 충무로영화제에서 한준희 감독을 처음 만났다. 이전에 <차이나타운>이 ‘코인락커 걸’이라는 원제
[인터뷰]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조정석을 위한, <파일럿> 김한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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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희 감독이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것은 “청춘 시절을 까먹기 전에 청춘의 혼란스러움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단 마음” 때문이었다. 첫 장편 <...ing>에선 고등학생 민아(임수정)의 사랑을, <어깨너머의 연인>에선 결혼 시기에 접어든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 후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를 연출하며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단 주위의 반응”을 느꼈던 이언희 감독에게 마침 “내가 정말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던 20대의 순간” <재희>가 찾아온 것이다.
<재희>는 20살에 만나 33살까지 우정을 이어가는 재희(김고은)와 흥수(노상현)의 이야기다. 남들 눈치 안 보고 자유로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재희, 본인의 태생적 비밀 탓에 세상을 다소 등진 흥수가 묘한 동거를 이어가고 진정한 친우의 관계를 쌓아가며 변화하는 과정을
[인터뷰] 어둡고 어지럽고 사랑스러운, <대도시의 사랑법> 이언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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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쭉쭉 치고 나가는 속도감, 매력을 넘어 마력을 보여주는 두 배우의 짐승 같은 연기, 결국 누구든 내 것이라고 느낄 만한 이야기.”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박하경 여행기>를 연출한 이종필 감독이 강조한 바에 따르면 <탈주>는 “심플하게 재밌는 영화”다. 남한으로 탈주를 시도하는 북한군 중사 규남(이제훈)과 그를 쫓는 북한군 장교 현상(구교환)의 하루간의 집요한 추격을 담았으며 <수리남> <리바운드> 등을 쓴 권성휘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이종필 감독은 “아프리카 청년 둘이 비행기 바퀴에 몸을 묶어 필사적으로 영국 밀입국을 시도했다는 해외 토픽을 읽고 그렇게까지 하는 젊은이들의 심정이 뭘지” 골몰하던 시기에 <탈주> 책을 받고 마음이 동했다. “친구가 미래 없는 회사를 이젠 그만둬야 할 것 같다며 우는 모습을 보던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연출 의사에 확신이 섰다. “북한에서 벗어나 보편적으로, 도저히 여기
[인터뷰]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될 것”, <탈주> 이종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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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수학여행> <MJ>에서 소외된 이들의 내면에 일렁이는 섬세한 감정들을 포착했던 김희진 감독이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영상화한 작품으로 장편 데뷔에 나선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재학 시절 신인 창작자를 찾던 임승용 용필름 대표와 인연을 맺은 김희진 감독은 여성 기자의 시점으로 탈북민 로기완의 행적을 좇는 소설을 벨기에 브뤼셀에 새로 정착한 로기완 중심의 이야기로 각색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말하는 원작 소설의 메시지는 충실히 살리면서 멜로드라마적 분위기를 가미했다. 소설에는 없던 마리라는 여성 캐릭터도 생겨났다.” 김희진 감독은 유럽에서 난민 지위를 받고자 애쓰는 실제 탈북민들을 취재하고, 케이트 에번스의 그래픽 노블 <그림으로 읽는 유럽의 난민: 구호 현장에서 쓴 생생한 기록>을 살피며 “낯선 언어, 추위,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놓인 사람들이 느낄 막막함과 쓸쓸함”을 피부에 새겨나갔다. 김희진 감독이 중시하는 것은
[인터뷰] 차갑게 만나 뜨겁게 끌어안는 관계, <로기완> 김희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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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와 <범죄도시3>로 2년 연속 천만 관객을 달성한 <범죄도시> 시리즈(이하 <범죄도시>)가 새로운 사령관과 함께 여름이 오기 전 극장가를 찾는다. <범죄도시4>의 메가폰은 <범죄도시>의 무술감독을 맡았던 허명행 감독이 잡는다. 오랫동안 <범죄도시>와 <범죄도시>의 본령인 배우 마동석과 안팎으로 함께했던 허명행 감독은 전작으로부터 마석도 형사(마동석)가 지닌 매력을 보존하고자 한다. “믿음직스럽고 강인한데 유머와 귀여움까지 갖춘” 마석도의 본질은 이번 작품에서도 변치 않는다. 제작자 겸 주연배우인 마동석은 “액션 시퀀스가 벌어지는 공간 배경 등의 설정을 포함해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액션에 관해 끝없이 고민하”며 허명행 감독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갔다. <범죄도시>는 늘 마석도의 심판을 받는 빌런 캐릭터가 화제를 모았다.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을 소재로 하는 <범죄도시
[인터뷰] 악당도 코미디도 다 잡는다,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