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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폭행당한 뒤 살해된 여자아이의 사체가 발견된다. 범인은 29살의 기요마루(후지와라 다쓰야)로 동종의 범죄로 복역하다 가석방된 인물이다. 이제 그를 찾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기이한 일이 발생한다. 모든 일간지에 기요마루를 잡으면 100억원을 후사하겠다는 광고가 실린 것이다. 광고를 낸 인물은 여자아이의 조부인 니나가와로 엄청난 자산을 소유한 재계의 거물이다. 신문광고만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기요마루 사이트’가 삽시간에 유포된다. 이 사이트에는 현상금을 주는 조건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올라 있다. 일본 경시청은 후쿠오카에서 자수한 기요마루를 이송해 오기 위해 특수팀을 편성한다. 경호 전담반에서는 메카리(오사와 다카오)와 시라이와(마쓰시마 나나코)가 차출된다. 엄청난 규모의 경찰 인력이 동원되었지만 기요마루 호송 작전은 거의 불가능한 임무처럼 보인다.
문제는 돈이다. 경찰관, 간호사, 비행기 정비사까지 기요마루에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은 모두 돈을 노리고 그를 죽이려
너무나 명백한 딜레마 <짚의 방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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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의 이누크(가바 피터슨)는 이누이트의 후예다. 그는 어린 시절 사고로 북극곰 사냥꾼인 아버지를 잃고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알코올 중독자가 된 어머니와의 불화로 집을 나와 방황하다 결국 사회복지시설로 옮겨가게 된 이누크는 그곳에서 시설 아이들과 함께 물개 사냥을 떠나는 지역 사냥꾼들의 여정에 참여하게 된다. 최고의 사냥꾼 이쿠마(올레 요르겐 하메켄)는 이누크의 몸속에 사냥꾼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한팀을 이루자고 제안한다. 그들은 선조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 북극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이 영화의 성취는 수천년 동안 얼음 위에서 살아온 이누이트족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데에 있다. 모든 것이 얼어붙는 극한의 땅에서 이누이트의 후예들은 자신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지만 빙하가 녹아내리는 만큼 그들의 삶의 터전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감독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의 사냥꾼과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복지시설인 ‘청소년의 집’ 아
이누이트로의 정체성 <북극의 후예 이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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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살 미혼모, 아줌마 몸매에 출산 뒤 요실금까지 있는 파리지엔 사진작가 마리옹(줄리 델피)은 뉴요커 언론인 밍구스(크리스 록)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그들은 각자의 아이를 데려와 뉴욕의 아파트에서 동거한다. 사진전시회를 앞두고 파리의 가족을 뉴욕의 아파트에 초대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의 아빠와 철없는 여동생 때문에 이틀간의 일상은 그야말로 뒤죽박죽. 자신의 영혼을 파는 퍼포먼스를 준비한 마리옹은 말썽쟁이 가족들을 이끌고 사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2데이즈 인 뉴욕>은 우디 앨런의 도시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코스모폴리탄 코미디다. 파리 로맨스인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2007)의 속편이지만 전작에 대한 이해 없이도 충분히 즐겁다. 전작과 같은 배우를 기용하면 <비포 선라이즈>(1995) 시리즈와 비슷해 보일까봐 이번 작품에서는 남주인공을 교체했다고 한다.
여주인공 마리옹은 어쩌면 <비포 선라이즈> 시
현실적 연애, 그리고 육아의 비전 <2데이즈 인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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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잡스>는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를 만든 시대의 괴짜 잡스의 인생을 훑어간다. 컴퓨터광 20대에서 2001년 아이팟 등장 직전까지 20여년간이 주된 배경이다. 스티브 잡스(애시튼 커처)는 노동자 출신 양부모가 평생 모은 돈을 등록금으로 쏟아붓게 되자 대학을 자퇴하고 청강으로 원하는 것들만 골라 배운다. 20살 때 친구들과 함께 부모의 차고에서 시작한 애플컴퓨터는 남다른 안목과 직관적 디자인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제품과 사업에 대한 강한 집중력은 냉혹하게 주변 친구와 연인과 아이를 홀대하게 한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혁신과 완벽주의에 대한 몰두로 인해 경영진과 불화를 일으켜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그가 떠난 뒤 하락세를 겪던 애플은 십여년 뒤 잡스를 다시 불러와 제2의 혁신을 준비한다.
영화는 스티브 잡스라는 걸출한 인물에만 밀착하여 그가 살아간 시대의 맥락을 놓친 채 20여년의 일대기를 주마간산 격으로 관통해간다. 영화 속 잡스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혁신의 아이콘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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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면 이번에도 하늘에 뭔가 떠 있고 지구는 그저 버려진 땅처럼 황량하다. 놀라운 장편 데뷔작 <디스트릭트9>(2009)을 들고 나타났던 닐 블롬캠프는 변함없이 ‘불법이민자’와 ‘도시빈민’, 더 나아가 ‘계급’이라는 테마로 다시 한번 SF장르를 다룬다. 그와 같은 이분법은 그의 2005년 단편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에서부터 다뤄졌다. 닐 블롬캠프의 영화는 여전히 같은 세계의 미세한 변주다.
2154년, 엘리시움에는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맥스(맷 데이먼)는 공장에서 일하던 중 방사능에 감염되고, 불과 5일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살기 위해서는 엘리시움에 있는 치료기계를 이용해야 한다. 결국 불법으로 엘리시움과 지구를 오가는 비밀 비행기에 올라타기 위해 범죄에 가담하기로 한다. 한편, 엘리시움의 정부 관료 델라코트(조디 포스터)는 그를 막기 위해 용병 크루거(샬토 코플리)로 하여금 공격하게 한다.
마치
현실과 상상의 경계 <엘리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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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당스>의 카메라는 개입할 의사가 없다. 350년간 단 한번도 외부인에게 내부의 과정과 사정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이 이 영화를 허락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영화의 내용은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의 발레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무용수들은 혼자서 혹은 다 같이 연습한다. 어떻게 해야 더 정확한 자세가 나오고 더 예술적인 표현이 될 것인가. 그들은 치열하게 창작한다. 아이디어 회의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지난 작품과 다른 점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무엇으로 더 나아져야 하는가 하며 사람들은 회의한다. 무대에 오르는 이들 외에도 무대를 꾸미는 데에 관여된 모든 이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하나의 무대가 끝나고 텅 빈 객석을 치우는 청소부원의 빗질까지도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잡는다. 말 그대로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의 창작 과정이 여기 세세하게 들어 있다.
<라 당스>는 다이렉트 시네마의 대표적인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먼의 작품이다. 다이렉
치열하게 창작하다 <라 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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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낙원 같은 해변의 어느 마을, 소꿉친구였던 릴(나오미 왓츠)과 로즈(로빈 라이트)는 어느덧 각자 어머니가 되어 옆집에 살고 있다. 릴의 아들 이안(자비에르 사무엘)과 로즈의 아들 톰(제임스 프레체빌)도 매일 함께 서핑을 다니며 죽마고우로 자란다. 그렇게 네 모자의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던 중 태양과 파도의 기운에 이끌려 이안과 로즈가 사고처럼 하룻밤을 보내고, 그 사실을 알게 된 톰과 릴도 관계를 맺는다. 열병의 유통기한을 알면서도 현재의 욕망에 솔직하고픈 네 남녀의 관계는 이후로도 평화로운 듯 위태로운 듯 지속된다.
두 어머니를 위한 에메랄드 빛의 판타지다. 영국 페미니즘 문학의 기수로 불리는 도리스 레싱의 소설을 옮긴 영화는, 네 모자의 금지된 욕망을 무인도에 가까운 배경 속에 놓아두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배양한다. 학교를 다닌다는 두 아들의 또래문화는 배제돼 있고, 두 어머니는 “신과 같은 아우라”를 지닌 그들의 육체에 못 이긴 척 빠져들며, 그 육체들의 얽힘에는 몸의
열병의 유통기한 <투 마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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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 교외에 사는 파우스타(마갈리 솔리에르)는 ‘슬픈 모유’병 때문에 내성적이고 겁이 많은 처녀다. ‘슬픈 모유’병은 내전 시기 강간을 당한 임신부의 젖을 먹고 자란 아이가 걸리는 병이다. 모유를 통해 엄마의 공포가 전염되어 영혼이 없는 아이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파우스타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질 속에 감자를 넣고 다니는데 이로 인한 감염으로 자주 코피를 쏟고 기절한다. 산부인과 의사는 빨리 수술해야 한다고 권유하나 파우스타는 완강히 거부한다. 회한의 노래를 부르며 엄마가 숨을 거두자 파우스타는 엄마 시신만이라도 고향으로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삼촌 집에 얹혀사는 처지인 그녀에게는 그럴 돈이 없다. 더욱이 삼촌도 딸의 결혼준비로 도와줄 여력이 없는 상태다. 고민하던 파우스타는 시내에 있는 저택에서 하녀를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어 찾아간다.
커다란 대문 너머 딴 세상을 마련한 저택에서 파우스타는 피아니스트인 안주인의 시중을 든다. 우연히 파우스타의 즉흥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깜짝 놀랄 선물이 숨어 있다” <밀크 오브 소로우: 슬픈 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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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호주, 앤디(마일리스 폴라드)와 지미(자비에르 사무엘)는 어머니와 함께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나온다. 목적지로 이동 중 앤디와 지미는 파도가 좋은 해변에 끌려 그 마을에 정착한다. 대자연 속에서 형제는 서핑을 즐긴다. 성년이 된 지미는 아마추어 서핑대회에서 1등을 할 정도로 성장했고 형 앤디는 목재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러던 형제는 서핑 사진을 찍으면서 세계 각국을 여행하는 제이비(샘 워싱턴)와 래니(레슬리 앤 브랜트)를 만난다. 형제는 제이비에게서 서핑에 관한 정보들을 얻고 그들의 문화를 접한다. 앤디는 목재공장을 그만두고 ‘드리프트’라는 서핑용품 가게를 연다.
영화는 꿈을 향한 젊은이들의 도전과 좌절, 방황과 성공을 그린다. 그들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꿈을 펼치고 싶어 하고 큰돈을 벌 꿈도 가지고 있고 사랑도 꿈꾼다. 하지만 사회의 구조와 편견에 부딪히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힘들어하기도 한다. 낯선 것에 대한 동
꿈을 향한 그들의 열정 <드리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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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보인다. 나에게만 보인다. 스페인영화 <고스트>는 귀신 보는 남자 모디스토(라울 아레발로)의 모험담이다. 초능력 때문에 불편하기만 한 모디스토의 ‘남다른 능력’이 발휘되는 장소는 학교다. 미모의 젊은 교장 티나(알렉산드라 히메네즈)는 연일 출몰하는 귀신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986년 졸업을 앞두고 교내 도서관 화재로 죽은 다섯 학생들은 학교에 상주하며 인간계를 교란시킨다. 도무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이때, 신임교사로 부임한 모디스토는 티나의 부탁으로 귀신 학생들과의 화해를 모색한다.
<사랑과 영혼> <오싹한 연애> <헬로우 고스트> 같은 여러 영화와 친족 관계에 있는 영화. 신선함을 앞세우기보다 익숙한 방식의 전개를 택했다. <고스트>의 학교를 제대로 보자면 1980년대 복고에 대한 향수를 불러내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학생 귀신들은 죽음을 맞이한 해, 바로 1986년에 머물러 있다. 모디스토와 일면식을 튼 귀신
오싹함보다는 코믹함 <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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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곡, 김선 감독의 2010년 작품 <방독피>는 의문의 연쇄살인사건과 관련한 네명의 이야기를 그린다. 방독면을 쓴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이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는 가운데 자신이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믿는 ‘늑대소녀’ (장리우)는 연쇄살인의 다음 희생자가 되기 위해 지원자들을 모은다. 또한 자체 제작 코스튬을 입고 다니며 슈퍼히어로를 꿈꾸는 보식(박지환)은 마침내 범인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만난다. 한편 서울시장 후보 주상근(조영진)은 의문의 살해 협박을 받고 불안에 떨며 선거 결과를 기다린다. 마지막 인물인 주한미군 패트릭은 세상을 떠난 애인 순이가 연쇄살인의 피해자라 믿고 그녀의 생전 흔적을 쫓는다.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을 쫓는 이야기이지만 감독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방독피>는 매끈한 장르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인물들의 행동, 비현실적인 사건의 갑작스런 개입, 과감한 시각적 은유, 내러티브를 위해 봉사하지 않는 난해한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범 <방독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