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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넘치는 경찰 닉(라이언 레이놀즈)은 범행 증거인 금을 빼돌리려는 동료 바비(케빈 베이컨)의 배신으로 목숨을 잃고 만다.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죽었다는 슬픔에 잠길 겨를도 없이 닉은 저승의 R.I.P.D.(Rest In Peace Department) 부서에 배치된다. 인간으로 위장한 채 살아가는 악령들을 퇴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이곳에서 닉은 19세기의 보안관이었던 로이(제프 브리지스)와 함께 다시 기묘한 이승 생활을 시작한다. 닉은 필사적으로 금덩어리를 지키려 하는 의문의 악령을 퇴치한 뒤 직감적으로 이 사건과 바비의 음모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만 수사과정에서 인간사회를 어지럽혔다는 죄목으로 닉과 로이는 24시간 뒤 영혼이 소멸당할 위기에 처한다.
대략의 줄거리만 보아도 수많은 버디 형사물, 특히 <맨 인 블랙> 시리즈가 바로 떠오를 것이다. 현실이 아닌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투른 신참 형사와 괴팍한 베테랑 형사 콤비의 액션활극 말이다. 제작진과 감
기묘한 이승 생활 < R.I.P.D.: 알. 아이. 피. 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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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의 어느 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소녀 렉스(레이븐 애덤슨)는 자기보다 약간 사정이 나은 친구 매디(케이티 코시니)의 창문을 두드린다. 그 뒤로 두 소녀는 주변에서 아버지, 삼촌, 선생님, 또래 남자아이들로부터 온갖 몹쓸 짓을 당한 다른 친구들을 모아 비밀동맹 ‘폭스파이어’를 결성한다. 폭스파이어는 세상을 향한 복수를 꿈꾸며 자신들을 억압하는 남성, 권력, 자본에 맞선다. 렉스는 그 복수를 혁명의 수준으로 발전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들의 치기어린 이상은 다시 현실이라는 울타리에 갇히고 만다.
리얼리스트 로랑 캉테의 필모그래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준작이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에서 소재를 가져온 점, 비전문배우들을 기용한 다큐멘터리적 연출법, 매디라는 내레이터를 내세워 중요 사건들을 중계하는 방식, 시대와 체제에 문제제기를 하는 동시에 낙관주의를 거부하며 개인과 집단의 갈등을 오롯이 드러내는 주제 등은 낯익은 것이다. 다만 여기서는 원작에 나와 있
세상을 향한 복수 <폭스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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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성공(남연우)은 친구들과 함께 장미(양조아)를 집단 성폭행한다. 성공은 거부하지만 친구들의 폭력과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장미를 성폭행한 것. 10년 뒤 성공은 소규모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성공은 교회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장미를 만나게 된다. 장미 역시 그때의 충격으로 자물쇠를 몇겹이나 채우고 살며 교복 입은 남자들이 말만 걸어와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성공은 그녀를 지켜주리라 결심하고 그녀의 곁에 머문다.
영화의 시작 장면, 핸드헬드로 흔들리는 카메라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생생한 현장감을 잡아낸다. 그 밀도 속에서 성공은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이면서도 장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된다. 영화는 매일 우리를 스치는 기삿거리로 전락해버린 사건을 뒤로 돌려놓고 시작한다. 이후 영화의 밀도를 유지하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추동력은 캐릭터다. 영화는 초반, 성공의 캐릭터에 많은 투자를 한다. 성공은 5년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았으며 돈 있냐는 친구의
죄의식과 죄책감 <가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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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데이비드 코퍼필드는 마술을 ‘카메라 트릭’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환상’(illusion)으로 여겨주길 바랐다. 자연 법칙을 거스르는 흥미로운 환영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어떤 쾌감을 느끼거나 심지어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을 이루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가 마술 교육을 통해 재활치료를 시도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이처럼 마술이란 믿는 이들에게는 ‘위대한 환상’이지만 믿지 않는 이들에게는 ‘싸구려 눈속임’이 되곤 한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은 마술을 둘러싼 이같은 대립을 영리하게 활용한 영화다. 믿는 사람도 믿지 않는 사람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영화의 흐름에 집중하게 된다.
무명의 길거리 마술사들이었던 네명의 마술사 ‘포 호스맨’은 누군가의 부름을 받아 한자리에 모인다. 현란한 카드 마술로 여심을 사로잡던 아틀라스(제시 아이젠버그), 숟가락을 구부리는 재주보다 관객의 시계와 지갑을 손에 넣는 재주가 훨씬 뛰어난 잭(데이브 프랑코),
‘너무 가까이서 보면 보이지 않는다’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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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쿵후영화들이 무술(武術)의 속도와 힘을 얼마나 현란하게 담아낼 것인가에 집중한다면 <일대종사>는 삶 전체를 관통하는 무예(武藝)의 경지를 보여주기 위해 오히려 움직임을 절제하는 듯 보인다. 이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무예의 정수는 바로 ‘정중동’(靜中動)인데, 빠르게 움직이는 몸을 포착하기보다 소리도 속도도 없이 움직이는 마음을 담아내는 데 더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이 이 작품이 액션 장면을 소홀히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인공으로 하여금 더 강한 적을 만나면서 성장하게 하는, 혹은 점점 더 강한 자극을 원하는 관객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액션의 강도를 높여가는 일반적인 쿵후영화의 공식과는 전혀 다른 길을 선택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엽문(양조위)은 말한다. “쿵후는 두 단어로 말할 수 있다. 수평과 수직! 최후에 수직으로 서 있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다.” 이 문장은 두번 반복되며 영화를 열고 닫는 문(門) 역할을 한다
인생을 관통하다 <일대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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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작하면 두 여자가 한 화폭 안에 화목하게 앉아 있다. 한명은 대형 광고회사의 독일 지부장인 크리스틴(레이첼 맥애덤스)이고, 다른 한명은 그 회사의 가장 유능한 직원인 이사벨(노미 라파스)이다. 크리스틴의 친절에 이사벨은 그녀를 절친한 동료로 여기지만, 이사벨이 ‘대박’을 터뜨린 광고 하나가 그녀들의 관계를 악몽으로 만든다. 크리스틴은 꼭두각시로 삼으려 했던 이사벨을 철저히 무너뜨리고, 이사벨은 수면제에 의지해 크리스틴이 안긴 모욕감을 씻어내려 한다. 하지만 크리스틴이 살해당하면서 악몽은 계속 더 끔찍한 악몽으로 변해간다.
브라이언 드 팔마가 사랑해온 ‘팜므파탈’들의 부활로 봐도 좋다. 알랭 코르노 감독의 <러브 크라임>을 리메이크한 <패션: 위험한 열정>은 드 팔마의 필모그래피를 가르는 여러 지류 중 <드레스드 투 킬> <팜므파탈> 뒤에 놓인다. 그를 평생 따라다녔던 히치콕의 그림자도 짙다. 특히 금발머리 여인의 형상을 중심에
‘팜므파탈’들의 부활 <패션: 위험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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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로 영화를 찍는 것은 웃기는 짓이며 졸업영화는 사실 ‘취업영화’라며 필름으로 장편영화를 찍겠다고 공언한 영화과 졸업반 무영(권현상)은 사실 한번도 영화를 찍어본 적이 없다. 그렇게 그날도 거침없이 영화 지식을 뽐내던 무영은 학생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양익춘’ 감독에게 영화가 별로라고 독설을 날리는 사고를 치고 만다. 결국 지도교수와 감독에게 찍힌 무영은 얼떨결에 양익춘 감독이 학교에 기부한 500만원을 졸업영화 제작비로 받아버리고, 영화 제작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친구 아영(박희본)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영화를 찍기 시작하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그에게 현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과연 무영은 자신의 데뷔작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영화 현장을 묘사한 풍부한 디테일이다. 경험 많은 촬영감독이 어린 감독을 쥐고 흔드는 것이나 자기 식대로 연기를 하려는 선배 배우, 지나치게 예민한 음향감독의 짜증, 심지어 편의점 아줌마의 채근까지
영화 현장의 생생한 뒷모습 <렛미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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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낯선 러시아의 3D애니메이션 <슈퍼윙스 3D>는 고소공포증을 가진 비행기 나이스의 모험과 도전을 그린다. 최고의 에어쇼 ‘슈퍼윙스’의 챔피언을 꿈꾸는 나이스는 주제 파악을 못한다며 동료들의 비웃음을 산다. 급기야 동료들은 나이스를 골탕 먹이려고 비행단에서 선수를 모집한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몇 가지 우연이 겹쳐 나이스는 운좋게 정식 선수로 등록한다. 드디어 훈련을 시작한 나이스는 양로원에서 ‘비행기 에어로빅’을 가르치는 바이올렛과 활주로 관리원 겁쟁이 홀을 만나고, 과거의 상처를 간직한 전설의 트레이너 베테랑의 제자로 들어간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나이스는 챔피언 제트의 비열한 음모에 걸려들고, 고소공포증마저 발목을 잡는다.
디즈니픽사나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슈퍼윙스 3D>가 낯설지도 모른다. 색감이나 인물들의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고 배경의 사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영화를 보는 즉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애초에 영화의 연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낯선 느낌 <슈퍼윙스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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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독일. 권투시합에 출전한 소년 프리드리히(막스 리에멜트)는 나치의 엘리트 사관학교 ‘나폴라’의 권투교사 눈에 띄어 특기생으로 나폴라에 입학한다. 입학 면접 시험에서 면접관이 지원 이유를 묻자 프리드리히는 망설이지 않고 답한다. “총통과 내 고향, 내 조국에 충성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리드리히에게 나폴라는 가난과 작별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프리드리히의 기숙사 룸메이트인 알브레히트(톰 쉴링) 역시 나폴라에 특별 입학한 소년이다. 지역 당 지도자의 아들인 알브레히트는 연약한 체구에, 독서와 글쓰기를 즐긴다.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해 ‘강한 남자’가 되려 애쓰지만 여리고 착한 심성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다른 듯 닮은 두 소년은 서로에게 의지한 채 힘든 신체훈련과 정신 교육을 견디며 속깊은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전쟁의 참상을 눈앞에서 목격한 뒤 두 소년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나폴라 입학 첫날, 아무도 없는 기숙사 방에서 나치
가난과 작별할 수 있는 기회 <나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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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와도 끄떡없다. 블록버스터의 영웅이 있으니까. <세상의 끝까지 21일>은 이 오락 충만한 블록버스터의 신화를 일거에 깨버리는 솜씨 좋은 멜로다. 지구는 행성과의 충돌로 멸망 일보 직전이고, 남은 시간은 고작 21일이다. 전기와 전화 모두 끊긴 상황. 이쯤 되면 행성의 움직임을 제어할 영웅의 활약이 시작되고도 남을 텐데, 영화는 엉뚱하게 보험회사 세일즈맨 도지(스티브 카렐)에게 초점을 맞춘다. 집 나간 아내를 뒤로하고 그는 여전히 출퇴근을 하며 일상을 보낸다. 우연히 첫사랑이 보낸 편지가 같은 건물에 사는 여자 페니(키라 나이틀리)에게 잘못 도착했다는 걸 알게 된 도지. 일정 부분 책임을 느낀 페니는 도지의 첫사랑 찾기에 적극 동참한다. 페니는 수면과다증에 게으름을 피우면서도 남자친구에게 빌려줬던 레코드판을 악착같이 챙겨서 들고 다니는 낙천적인 여성이다.
전 지구가 말기암 선고를 받은 상황.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 같은 대서사적 묵시록
마지막 버킷리스트 <세상의 끝까지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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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할머니에 관한 그림책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다.” 불행한 경험을 극복하고 새 삶을 살게 된 여성의 희망찬 이야기를 기대한 일본 출판사에 그림책 작가 권윤덕은 단호하게 대꾸한다. 권윤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문제로 확장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얘기하려 한다.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은 권윤덕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여성이었던 심달연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꽃할머니>를 출간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담는다. 2007년 ‘한•중•일 평화 그림책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권윤덕은 위안부 문제를 그림책으로 펴내기로 한다. 이 용기있는 작가를 두고 일본의 작가들은 지지를 표하면서도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한편 일본의 출판사인 동심사는 자국의 정치적 상황을 들먹이며 그림책 수정을 요구하고, 출간 역시 차일피일 미룬다.
권윤덕은 왜 그토록 위안부 문제에 천착하는 걸까. 이런 의문이 들 때쯤 영화는 성폭력 피해자였던 권윤덕의 고백을 들려준다. 그리
위안부 문제를 그림책으로 펴내다 <그리고 싶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