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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즈 루어만의 영화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충실하다. 영화에서도 화자는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다. 그가 회고할 비극은 다음과 같다. 막 뉴욕 롱아일랜드에 도착한 그는 옆집에 사는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곧 그가 강 건너편에 사는 자신의 사촌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을 톰 뷰캐넌(조엘 에저턴)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그곳에 정착했음을 알게 된다. 닉을 가교 삼아 개츠비와 데이지는 행복한 재회에 성공하지만, 그 둘과 톰의 삼각관계는 끔찍한 결말로 치닫는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만의 전략은 단연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화려한 비주얼이다. <물랑루즈>로 잘 알려져 있는 감독 바즈 루어만은 할리우드 최고 스탭들을 이끌고 1920년대 뉴욕을 풍미했던 건축, 패션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세공해 영화 속 세계를 장식한다. 음악 면에서도 래퍼 제이-지를 필두로 내로라할 뮤지션들이 참여한 곡들이 만찬처럼 이어진다. 그 모든
1920년대의 뉴욕 <위대한 개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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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만 거처하는 백흥암은 일년에 두번 문을 연다. 감독이 백흥암을 촬영하고 싶다고 했을 때 스님은 여기서 무얼 보고 싶으냐고 묻는다. 감독은 잘은 모르지만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스님마다 출가의 계기는 다르지만 상욱 스님과 선우 스님은 정반대의 이유로 절에 들어왔다. 상욱 스님은 미국 유학을 마치고 교수임용 면접을 앞둔 시기에 홀연 출가했고, 선우 스님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다른 사람 손에 이끌려 절로 들어왔다. 유학 시절 젠(zen)센터에 가기 전까지 불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는 상욱 스님은 이 길이 자신의 갈 길이라는 것을 깨닫고 속세의 모든 인연을 버린 경우다. 이에 비하면 선우 스님은 자신이 왜 절에 살아야 하고 스님이 되어야 하는지 자발적으로 각성할 틈도 없이 운명적으로 스님의 길을 부여받았다. 출생신분, 학력, 성격 등 모두 다르지만 똑같은 승복을 입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을 하면서 이들에게 남아 있는 속세의 흔적은 휘발되고 구도자의 본성이 내재된다.
인간사의 번뇌 <길 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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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브라질에서의 대소동 이후 도미닉(빈 디젤)과 그 일당은 미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조용히 살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테러집단이 군사무기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자 홉스(드웨인 존슨)는 어쩔 수 없이 도미닉 일당을 찾아간다. 도미닉은 조용히 살고 싶다며 홉스의 제안을 거부하지만 죽은 줄 알았던 레티(미셸 로드리게스)가 테러집단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 그녀를 되찾기 위해 위험한 임무를 받아들인다.
2001년에 시작한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지금까지 6편의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수많은 악당을 죽이고 감옥에 보냈으며 그보다 많은 차들을 폐차장으로 보냈다. 변화가 있다면 뒷골목에서 소박한(?) 불법 레이싱을 벌이던 멤버들이 이제 군대와 손잡은 채 국경을 넘나들며 테러범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리즈 고유의 매력이 변했다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지만 12년간 이어진 시리즈가 이야기와 액션의 규모를 키우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2편 이후
화려한 액션의 정점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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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비포 선라이즈>가 개봉된 뒤, 유레일패스로 유럽을 여행하는 건 공식적인 ‘낭만적’ 이벤트가 되었다. 프랑스 억양으로 영어를 구사하는 셀린느(줄리 델피)와 미국인 여행객 제시(에단 호크)는 하룻밤 동안 비엔나를 여행하며 미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 감정의 실체를 확인하기에 하루는 너무 짧다. 그렇게 1편이 끝나고 9년 뒤인 2004년 <비포 선셋>이란 제목의 속편이 등장한다. 영화는 그들이 정말 사랑한다는 걸 파리를 배경으로 확인시켜주는데, 3편 <비포 미드나잇>은 당시의 플롯들을 고스란히 잇는 영화이다. 동일한 감독과 배우들이 뭉쳐, 이야기를 완성한 것이다.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는 2편에 이어 이번에도 각본에 이름을 올렸다. 일상적이면서도 생기발랄한 대사는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다.
칼라마타 공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면, 셀린느와 제시는 이미 결혼한 상태다. 이제 40대에 접어든 인물들은 그리스 남부의 도시 펠로폰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삶의 보석 <비포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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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세상의 왕이 될 것이다.” 예언과 함께 2500여년 전 샤카이국의 왕자 싯다르타가 태어났다. 애니메이션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이하 <붓다>)은 성인(聖人) 붓다의 탄생부터 출가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왕족으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자랄 일만 남은 어린 싯다르타는, 그러나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다. ‘어째서 노예나 육체노동자가 가장 낮은 신분인 수드라인지, 왜 전쟁으로 살아 있는 생명에 상처를 입히는지, 과연 기도로 나라가 번영할 수 있는지’를 물으며 성 밖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더욱더 알고 싶었던 그는 마침내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삶의 고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고 출가한다. 한편 샤카이국을 지배하려는 코살라국에는 수드라 신분을 숨기고 장군의 후계자가 된 체프라가 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신분이 발각돼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붓다>는 싯다르타뿐 아니라 체프라를 서사의 중심에
인간적인 붓다의 모습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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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업, 일망타진해 검거함. 뜻 그대로 <라운드 업>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 7월 프랑스에서 자행된 ‘벨디브 사건’의 전후를 담았다. 조(위고 르베르데즈)의 가족뿐 아니라 그들의 이웃은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쓰레기들’, ‘악질분자’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치욕과 대학살의 상징인 노란 다윗의 별 배지를 가슴에 달고도 이유를 물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시에 들이닥친 프랑스 경찰은 이들을 마실 물도 화장실도 부족한 경륜장에 집단 수용한다. 프랑스 거주 유대인 2만4천명을 체포해 독일로 보내겠다는 나치 독일과 프랑스 비시 정부간의 딜이 성사된 결과다. 한편 경륜장에 함께 수용된 유대인 의사 다비드 샤인바움(장 르노)과 개신교도인 간호사 아네트 모노드(멜라니 로랑)는 고통받는 환자들 앞에서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끝내 이들은 남성, 여성, 아이들로 격리돼 죽음의 수용소로 향한다.
<라운드 업>은 잔혹한 학살장면을 드러내놓고 들추지는 않는다
프랑스의 반성문 <라운드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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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끝났다. 좋은 날들은 이미 지나갔고 왕년의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오래인 닥(크리스토퍼 워컨)은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술병과 권총 대신 혈압약과 붓을 쥔 그는 남은 삶을 조용히 보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 한물간 갱스터의 여생은 단짝친구 발(알 파치노)이 28년 만에 출소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한다. 세수하는 발의 등 뒤에서 몰래 총을 겨눈 채로 그는 거듭 망설인다. 귓가에는 며칠 전 수화기 너머로 들었던 보스의 목소리가 쟁쟁하다. “그 자식을 죽여. 그놈은 내 아들을 죽였어. 너를 유일하게 살려둔 이유도 그놈을 죽이기 위해서였어.” 기력이 떨어진 닥에게 유일한 친구를 죽이라는 명령은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몇 곱절 더 버겁게 만든다. 남은 시간은 단 하루. 닥과 발은 요양원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친구 허쉬(앨런 아킨)를 구출해낸 뒤, 인생의 마지막 드라이브를 시작한다.
현명한 노인처럼, <멋진 녀석들>은
넉넉한 여유와 연륜 <멋진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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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천하영웅의 시대>(이하 <전국>)는 <손자병법>의 저자로 잘 알려진 병법가 손빈의 생애를 주축으로 멜로드라마적인 요소와 액션을 가미한 전형적인 대중용 팩션이다. 백가쟁명의 춘추전국시대, 한 스승 밑에서 수학한 손빈(쑨홍레이)과 방연(오진우)은 각기 제나라와 위나라의 군대를 이끌게 된다. 피할 수 없게 된 두 친구의 대결에 더불어 제나라의 아리따운 여장수 진석(경첨)과 위왕의 애첩이 된 방연의 누이 완(김희선)의 이야기가 겹쳐지면서 전투 신과 궁중암투가 번갈아가며 제법 빠르게 진행된다.
중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권의 여러 국가들이 참여한 프로젝트 <전국>은 2011년 중국 개봉 당시 단 6일 만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미국 전역에서도 제법 큰 규모로 상영됐지만 영미권 비평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리뷰에는 하나같이 “중국 역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
전란의 시대 <전국: 천하영웅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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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영(김규리)은 자신의 이름 한번 제대로 불러주지 않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지쳐간다. 무료한 생활을 견디지 못한 희영은 안락한 삶을 위해 떠나보내야 했던 첫사랑을 떠올리며 무작정 부산으로 떠난다. 한편 돈 때문에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한 택시기사 준호(유건)는 꿈도 희망도 없이 팍팍한 일상을 그저 버텨낸다. 우연히 부산에 내려온 희영을 태우게 된 준호는 어딘지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가 신경 쓰이고 급기야 첫사랑을 찾기 위한 그녀의 여정에 동참한다. 뜻하지 않는 동행 속에서 상대방의 상처를 감지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서로 위안이 되어준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도 잠시, 짧은 여행의 끝은 다가온다.
낯선 곳에서 만난 두 사람이 상대에게서 자신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고 또 다른 의미를 배워간다. <어디로 갈까요?>는 유사한 소재의 영화들에서 보여준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영화다. 돈을 위해 사랑을 버린 희영과 돈 때문에 꿈을 버린 준호는 절로 끌릴 수밖에 없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행 <어디로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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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패밀리는 동굴인(Caveman)이다. 아빠 그루그(니콜라스 케이지)는 자연의 온갖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동굴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항상 두려워하라고 가르치고 호기심 많은 큰딸 이프(에마 스톤)는 그런 아빠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느 날 동굴 근처에서 불을 다루는 신석기 원시인 가이(라이언 레이놀즈)를 만나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 이프.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지각변동으로 보금자리 동굴이 무너지고 크루즈 패밀리는 가이를 길잡이 삼아 새로운 쉼터를 찾아 미지의 세상으로 모험을 떠난다.
익숙하지만 신선하다. <크루즈 패밀리>는 이 모순된 수사를 완성시키며 애니메이션 명가 드림웍스의 이름값을 다시 한번 증명한 수작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빠져 살던 원시인 가족이 삶의 터전을 잃고 강제적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 자체는 별달리 새로울 것도 없지만 그 과정은 눈이 돌아갈 만큼 새롭고 짜릿하다. 곰과 올빼미가 섞인 곰빼미, 앵무새의 무늬를
완벽한 테마파크 <크루즈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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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유괴범에게 납치당해 잃은 하경(엄정화)은 범인을 잡기 위해 15년 동안 고군분투해왔다. 담당형사인 청호(김상경)는 하경을 찾아가 공소시효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하경은 오열한다. 마지막으로 사건 현장을 다시 찾은 청호는 꽃 한 송이가 현장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CCTV와 타이어 자국, 블랙박스를 단 차량 조회 등을 총동원해 공소시효 마감일에 결국 범인의 차량을 발견한다. 하지만 청호는 추격전 끝에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다. 그 뒤 한철(송영창)은 손녀를 집 앞에서 유괴범에게 납치당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범행수법이 15년 전 그 사건과 거의 똑같음을 발견하고 청호를 찾아간다. 청호는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다시 뛰어든다.
<몽타주>는 시나리오가 탄탄한 영화다. 영화는 범죄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 달리 공소시효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공소시효라는 정해진 시간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좀더 흥미진진하게 보게 만들고
정의라는 탈을 쓴 또 다른 폭력 <몽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