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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김민경 PD의 외할머니인 강상희씨의 개인사로 출발한다. 강상희의 남편 김봉수는 제주시 애월읍 납읍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 4.3 사건의 희생양이 되어 총살당했다. 강상희는 딸과 함께 10년 만에 남편과 시어머니의 무덤을 찾고 이후 카메라는 제주를 돌며 4.3 당시 학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며 그 공간을 화면에 담는다. 돌과 나무, 물, 바람, 곤충 등 자연의 모습과 더불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 자동차, 라틴댄스를 추는 사람들의 모습들도 카메라는 함께 보여준다. 영화는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4.3 사건 전후 제주도에서 이주해 정착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1949년 이덕구 부대가 토벌대와 맞서 최후의 항전을 벌인 이덕구 산전을 비롯해 주민들의 희생이 있었던 곳을 찾아가던 영화는 강정 마을까지 이른다. 학살이 일어났던 그곳에서 영화는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강상
우리의 아픔이자 슬픔이었던 것 <비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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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니콜 감독의 전작 <인 타임>(2011)은 시간을 화폐로 설정한 아이디어만 인상적인 SF영화였다. 산으로 올라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가타카>(1997)에서 보여준, SF 장르를 능숙하게 다루는 재능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그가 이번에 내놓은 <호스트> 또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로맨스영화다. 폭력도, 굶주림도 사라진 평화로운 지구. 그러나 지구는 더이상 인간의 터전이 아니다. 인간의 뇌에 침투해 몸을 조종하며 살아가는 ‘소울’이라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정복했기 때문이다. 멜라니(시얼샤 로넌) 역시 거세게 저항하다가 결국 소울에 당한다. 소울은 멜라니의 몸에 ‘완다’를 집어넣는다. 사라졌어야 할 멜라니의 영혼이 되살아나면서 멜라니(혹은 완다)의 몸속에는 멜라니와 완다 두 인격체가 공존하게 된다. 멜라니는 자신의 육체를 지배한 완다에 맞서며 가족이 숨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그곳에서 헤어졌던 연인 제라드(맥스 아이언스)와 동생
하나의 신체에 두 개의 인격체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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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재인(황정민)과 나루(김효진)가 서로의 몸을 채찍질하는 가학적인 정사장면으로 시작한다. 자동차 안에서 위험한 정사를 즐기던 그들은 결국 교통사고가 나고 재인이 죽게 된다. 충격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아내 정하(엄정화)에게 나루가 곁에만 있게 해달라며 찾아오고 둘은 결국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영화는 우리가 익숙해져 있는 이야기 구조와 영화 속 시간과 공간을 비튼다. 영화의 서사는 크게 두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동창회에서 만난 재인과 정하는 정하의 집에서 술을 더 마시게 되고 재인은 정하에게 자신이 쓰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재인과 정하, 나루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흔히 봐왔던 이야기 속의 이야기 구조를 취하는 것 같지만 영화 속 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5년 뒤 바로 자신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인물이 공간을 점유하는 방식 또한 다르게 나타난다. 재인이 죽고 나루가 찾아오면서 끝인 줄 알았던 세 사람의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죽
끊임없이 파생되는 인간의 욕망 <끝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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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차 부부인 케이(메릴 스트립)와 아놀드(토미 리 존스)의 열정은 식은 소갈비 요리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오랜 각방살이에 익숙해진 아놀드는 서로 마주보지 않고 대화하는 데 귀재이며, 아내 얼굴보다 신문이나 골프 채널을 응시하는 편이 편한 50대 남자다. 그와 “한방을 쓰는 것도 아닌 기숙사 룸메이트”처럼 살아가던 케이는 욕구불만이 한계에 달하자 결단을 내린다. 고이 모아뒀던 4천달러짜리 채권을 털어 버나드 펠드 박사(스티브 카렐)의 상담 프로그램에 딱 1주 동안만 자신들의 운명을 의탁해보자는 것이다. 이어지는 시나리오는 위기의 중년 부부를 위한 자기 계발서를 단계별로 옮겨놓은 듯하다.
이들의 부부생활 구원 프로젝트가 설득력을 갖는다면 그것은 온전히 배우들의 덕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이어 데이비드 프랭클 감독과 다시 손을 잡은 메릴 스트립은 중년 여성의 현실과 환상 사이에 가교를 놓는 데 탁월하다. 그녀의 케이는 ‘마누라’와 ‘여자’의 중간쯤 서서 품
위기의 중년 부부를 위한 자기 계발서 <호프 스프링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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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TV 예능 프로그램의 제목을 그대로 따온 <런닝맨>은, 사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의 서울 시내 추격액션 버전이다. 카센터 직원이자 콜 전문 운전기사인 차종우(신하균)는 어린 나이에 ‘사고’를 쳐 얻게 된, 18살밖에 나이차가 나지 않는 아들 기혁(이민호)과의 관계가 소원한 철부지 아빠다. 하지만 열심히 돈을 벌어 아들과 단둘이 살 만한 집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차에 태운 손님이 죽자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 다음날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경찰서를 찾아가지만 지문과 CCTV로 인해 한순간 목격자에서 용의자로 전락하게 되고, 아무도 자기를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도주를 시작한다. 이미 그는 ‘별’ 4개의 전과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아버지를 의심부터 하는 천재적인 두뇌의 아들 기혁, 사건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열혈 기자 선영(조은지), 어딘가 부족해 보이지만 명예회복을 꿈꾸는 형사 반장 상
‘일반인의 도주극’ <런닝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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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던 여대생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는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와 식상한 안무로 점점 인기가 떨어지고 같은 학교 내 남학생들로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 트러블 메이커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한다. 아카펠라 대회에 참가해보지만 심하게 긴장한 탓에 무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까지 저지르게 되고, 벨라스는 모두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찾는 신입생 하나 없는 비인기 동아리가 되어버린 벨라스 앞에 DJ가 꿈인 신입생 베카(안나 켄드릭)와 한 가지씩 장점을 가진(하지만 그만큼 단점이 눈에 띄는) 새로운 멤버들이 등장하고 우여곡절 끝에 벨라스에 합류하지만 팀 내 신구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물론 트러블 메이커와의 ‘트러블’도 빠지지 않는다.
<피치 퍼펙트>는 아카펠라라는 소재를 가진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은 영화다. 그래선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특별한 서사구조 없이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조각조각 나 있다. 주인
아카펠라 ‘리얼리티 쇼’ <피치 퍼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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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소속으로 런던 지하철 테러를 감행하다 영국 정보부에 붙잡힌 콜레트(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IRA를 배신하고 정보부에 IRA의 내부 정보를 넘겨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졸지에 IRA로 활동하는 자신의 가족을 배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콜레트와 그녀를 감시하던 정보부 요원 맥(클라이브 오언) 앞에 서서히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정리된 줄거리만으로 <섀도우 댄서>를 기대한다면 실제로 영화를 접하는 순간, ‘IRA 소속 이중스파이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느린 화면, 그리고 정적인 사운드에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 속 카메라는 사건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커튼 뒤에서 흐릿하게 바라보거나 사건들을 종종 건너뛰어버린다. 대신 ‘사건들의 리버스 숏’에 해당하는 인물들에 가까이 다가선다.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영화를 진행시키는 동력
온전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 <섀도우 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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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의 이야기는 “원인과 결과. 그 둘이 갖춰져야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말로 시작된다. 남성과 여성, 귀족과 천민, 아름다운 것과 더러운 것이 양분되어 공존하는 도시 에도.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지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에도에서 개(犬)이자 인간인 ‘후세’는 사라져야 할 존재다. 후세를 사냥하기 위해 도세츠(고니시 가즈유키)는 사냥꾼인 여동생 하마지(고토부키 미나코)를 에도로 불러들인다. 하마지는 에도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량한 무리와 마주치는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사냥해야 할 ‘후세’인 시노(미야노 마모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후세’만큼이나 아이덴티티가 모호한 하마지는 종종 남자로 착각될 정도로 무성에 가깝게 그려지며,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야생의 소녀다. 하마지와 시노는 본능적으로 불완전한 서로에게 이끌린다. 하마지는 어릴 때 그녀의 할아버지에게서 “사냥감과 통(通)하는 순간이 그 사냥감을 잡을 수 있게 되는 때”라고
비극적인 사랑 <후세: 말하지 못한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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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연정훈)와 준오(이지훈), 유우지(김영훈)와 테츠야(기타무라 가즈키)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네 친구는 일본 내 한인사회를 이끄는 성호 패거리에 몸담고 있다. 네 친구는 성호 패거리와 야쿠자간의 세력 다툼에 휩쓸려 동료를 잃는다. 넷은 보복을 하지만 도망치던 테츠야가 경찰에 잡히고 만다. 케이와 준오는 테츠야를 방관한 문제로 다투며 점차 관계가 틀어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테츠야를 출감시키려 애쓴다.
흔한 조직폭력배들의 일화로 치부하기 쉬운 스토리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실화라면 감상이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토대로 제작된 <좋은 친구들>은 진형태 감독의 지인이 얽혔던 상황을 각색해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감독의 지인은 갱단의 총격으로 사망한 선배의 복수를 하다 경찰에 체포돼 미국에서 10년을 복역하고 한국으로 추방됐다.
실화라는 점을 별개로 하고, 영화만을 놓고 보자면, 채워야 할 곳은 비어 있고 덜어내야 할 곳은 넘친다는
실화에 근거한 조직폭력배 일화 <좋은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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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 영웅의 부활>은 철저히 유방에 초점을 맞춰 원전을 재해석한다. 정확히는 유방의 말년을 잠식한 ‘악몽’의 근원에 집중한다.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패권 다툼은 <초한지: 영웅의 부활>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란 얘기다.
영화는 죽음을 눈앞에 둔 유방(류예)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내가 평생을 두고 두려워한 상대가 두명 있다. 한명은 항우(오언조)이고 또 한명은 한신(장첸)이다.” 유방은 48살 때 항우를 처음 만난다. 당시 24살이던 항우는 정예군에 아름다운 부인까지, 부족한 게 없는 남자였다. 유방은 포로로 붙잡혀 있는 부인을 구하기 위해 항우에게 군대를 빌려달라 청하고, 그것을 계기로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진나라를 멸하자’는 공통의 목표로 힘을 합친다. 그러나 유방은 자신이 천하의 주인이 되려는 야망을 품는다. 한편 항우의 신하였던 한신은 유방의 수하로 들어가 유방이 천하를 제패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하지만 유방은 항우와 한신이 언제
‘악몽’의 근원 <초한지: 영웅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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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처럼 숏의 통일성으로 신을 구분한다면, <필름 소셜리즘>은 3개의 장면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각 장면들엔 소제목이 붙는다. 지중해를 가르는 유람선을 담은 1부 ‘이러한 사물들’, 부모에게 자유와 평등, 연합(우애)에 관한 설명을 요구하는 남매의 이야기인 2부 ‘유럽이여’, 그리고 3부 ‘우리의 휴머니티’. 카메라는 진실과 허상의 전설을 담은 6개의 장소들(이집트, 팔레스타인, 오데사, 그리스, 나폴리, 바로셀로나)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제목이 ‘소셜리즘’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철학자 장 폴 쿠르니에가 이를 잘못 읽어 ‘필름’이란 단어를 붙였고, 이를 들은 고다르가 ‘소셜리즘을 알리는 영화’라는 뜻으로 그대로 썼다고 한다. 프랑스 주간지 <레쟁록큅티블>의 인터뷰에 따르면 애초에 구상은 2부 ‘마르탱 가족’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들의 캐릭터는 영혼이 담긴 대사가 없는, 그래서 결코 닫힌 구조의 이야기가 되지 못하는 상태였고, 이에
3개의 장면 <필름 소셜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