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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어조>는 단편 <장마> <어떤 여행의 기록>을 만들어 주목받았던 조범구의 첫 장편영화다. 영화는 여러 인물을 소개한다. 열아홉 먹은 주인공 익수(여민구)와 그의 친구들인 종태(김종태)와 떡팔(최석준), 돈을 갚지 못해 깡패에게 협박당하는 세탁소 중년 여주인, 또한 빚을 지고 도망치다 깡패에게 잡혀서 끌려다니는 젊은 여자 현진, 깡패가 낸 교통사고를 보고 무작정 막아서는 야구선수. 왜 이런 여러 인물들의 분산으로 시작하는지 처음에는 알기 힘들다. 필연이라는 망 안에 이들이 서로 얽혀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걸 알아채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과연 그 필연을 무엇이 연결하는지가 확실하지 않다. 익수의 어머니가 깡패의 차에 치어 세상을 뜨고, 그 보험금으로 익수가 강남에 집을 마련하고, 종태와 떡팔 역시 강남으로 넘어와 밑바닥에서 살기 위해 애쓰고, 깡패에게 끌려다니던 현진을 만나 익수가 사랑에 빠지고, 종태의 전셋집 주인이 세탁소 여주인이며
돈에 휘둘리는 소년들에 관한 성장 통속극, <양아치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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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막달레나 숄(율리아 옌치)은, 신과 가족을 사랑하는 스물한살 대학생이다. 그러나 히스테리 단계에 도달한 나치즘이 인간됨 자체를 위협하는 1940년대 초 독일에서는 들꽃 한 송이도 단순한 삶을 누릴 수 없다. 모순 앞에서 소피의 선택은 단호하다. 그녀는 오빠 한스 숄(파비안 힌리히스)을 따라 뮌헨의 청년 저항 조직 백장미단원으로 활동한다. 그 결단은 이 맑고 곧은 젊은 여성에게 슈베르트의 피아노 선율에 기쁨을 느끼고, 라디오 유행가를 친구와 따라 부르는 일만큼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른바 ‘지배 민족’의 임박한 승리를 선전하며 전쟁을 독려하는 나치즘의 거짓과 야만을 폭로하고자 백장미단은 목숨을 걸고 팸플릿을 배포한다. 1943년 2월, 뮌헨 대학 강의실 복도에 여섯 번째 전단을 뿌리는 거사의 주역은 소피와 한스 남매. 그들의 전술은 무모하고 천진난만하다. 가장 치명적인 독은 로맨티시즘. 남매의 위태로운 모험이 마무리되는 순간 설명할 길 없는- 아마도 미학적인- 충동이 소피의 손을
역사가 영화에 줄 수 있는 수혜, <소피 숄의 마지막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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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영화감독 만수(최덕문)는 이유도 없이 사채업자의 사무실로 끌려온다. 조폭 두목은 그에게 “치매기 있는 자신의 아버지를 고향인 개마고원에 데려다달라”고 협박한다. 영화감독은 뭐든지 할 수 있지 않느냐, 영화 세트처럼 적당히 만들어낸 공간에 데려가 사진 한장 박고 데려와달라는 것이 그의 논지다. 억지 춘향이 된 만수는 배 영감(민정기)을 모시고 조폭 두목의 수하 성철(이성민)과 남한에 가상 개마고원을 만들어줄 스탭·배우과 함께 여정에 오른다.
<비단구두>는 여균동 감독의 데뷔작 <세상 밖으로>와 닿아 있는 로드무비다. <세상 밖으로>의 두 탈옥수는 딱히 잘난 놈도 딱히 나쁜 놈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종류의 인간이다. 뭔가 해보려 발버둥을 치지만 사는 건 늘 그저 그렇다. <비단구두>의 만수도 마찬가지다. 만수가 파타고니아에 가겠답시고 여행사에 들렀을 때 여행사 직원은 ‘별 거지 같은 게 다 와서 꼴값이야’ 하는 듯 꼬나본다.
<세상 밖으로>와 닿아 있는 로드무비, <비단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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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불평등한 분배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억압받는 이들의 계급의식을 고취하고, 노동자 여성 인종을 넘어선 계급간 동맹을 맺은 뒤 사회 체제를 전복한다. 의도는 좋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단계들을 거치는 동안 굶주리고 있는 백성의 배는 누가 채워줄 것인가? 어쩌면 가난한 이들이 가장 바라는 혁명가는 이상적인 사상가나,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성인군자가 아니라 홍길동처럼 부자들의 곳간을 털어 가난한 이들의 식탁을 풍요롭게 해줄 의로운 도적일지도 모른다. 영화 <밴디다스>는 멕시코의 가난한 서민들의 재산을 강탈해간 해외 자본, 미국 은행을 털어서 민족과 국가의 번영을 도모한다는 단순하고, 명쾌한 설정에서 시작한다. 물론 시간적 배경은 복잡한 사법체계와 국제적인 협조 수사망이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서부 시대이다.
유럽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부잣집 딸 사라(샐마 헤이엑)와 가난한 농촌 처녀 마리아(페넬로페 크루즈)는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철도 건설을
그저 즐겁게 보기만 하면 되는 서부극, <밴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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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장을 빠져나온 케이트(프란카 포텐테)는 택시를 잡을 수 없어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긴다. 간신히 표를 구해 플랫폼으로 들어가니 마지막 열차가 6분 뒤에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전광판에 뜬다. 벤치에 앉아 잠시 선잠 속으로 빠져든 케이트. 정신을 차려보니 플랫홈에 홀로 남아 있다. 부리나케 입구쪽으로 달려갔지만 이미 입구는 셔터가 내려진 상태. “누구 없냐”는 외침에 답하는 이도 없다. 다시 플랫폼으로 내려가니 놓친 줄로만 알았던 마지막 지하철이 들어온다. 악몽과 같은 밤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각본과 연출을 겸한 크리스토퍼 스미스 감독은 ‘지하철에서 아름다운 여자가 겪는 극도의 공포’라는 아이디어로 이 영화를 시작했다고 한다. <크립>이 주는 공포의 핵심은 폐쇄적인 지하철 역사 안에서 벌어지는 한 여자와 괴한 사이의 추격전이다. 케이트에게 플랫폼과 긴 터널은 언제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낯선 공간이지만, 괴한은 이 공간을 훤히 꿰뚫고 있다. 도망자가 부처님 손바
단조로운 공포, <크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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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던 9·11 테러는 전세계 사람들에게 테러가 얼마나 큰 공포로 다가가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TV 속 화면에 놀람을 금하지 못했고, 그 놀람과 공포는 이라크 전쟁으로 이어졌다. 2004년 러시아에서 제작된 <러시안 묵시록>은 테러를 소재로 한 영화다. 모스크바 시민들을 상대로 테러를 일삼는 체첸 반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러시아의 소령 알렉세이 스몰린(알렉세이 마카로프)은 군사 첩보 도중 체첸의 포로로 붙잡힌다. 심한 고문을 당하던 그는 고통을 참지 못해 러시아 정부가 모스크바 테러에 관여했다고 거짓 증언을 하고, 러시아 정부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한편 체첸은 이슬람의 테러 세력인 안사르 알과 또 한번 테러를 계획하고 러시아의 서커스 극장을 습격한다. 조국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에게도 돌아가지 못하는 알렉세이 소령은 이번 기회에 자신의 결백과 러시아 시민들의 목숨을 모두 구하려 나선다.
알렉세이 가르킨 소
러시아 버전 블록버스터의 가능성, <러시안 묵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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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동부 뉴저지주 뎀프시 의료센터 응급실. 브렌다 마틴(줄리언 무어)이 코트와 손에 피를 묻히고 멍하니 정신이 나간 채 들어선다. 흑인 남자에게 차를 절도당했고, 그 남자가 밀쳐서 다쳤으며, 무엇보다 차 뒷자리에 몸이 안 좋은 네살배기 아들이 타고 있었다는 게 브렌다의 주장이다. 응급실로 관록이 느껴지는 로렌조(새뮤얼 L. 잭슨) 형사가 다급하게 들어선다. 낯익은 아이 납치 소재에 베테랑 형사가 나섰으니 이제 볼 만한 추리와 범인 검거가 시작될 듯하다.
그런데 브렌다의 주장은 어딘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고, 로렌조는 브렌다의 몽롱한 진술 덕분에 열받았는지 심한 천식으로 헉헉댄다. 병원은 흑인 거주지와 백인 거주지 사이에 있고, 로렌조는 흑인 거주지의 대부 격인 인물이며, 브렌다는 흑인 거주지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라는 게 드러나면서 영화는 ‘후더닛’(whodunit)에서 흑백 갈등의 드라마로 이동한다.
브렌다의 동생인 대니 형사가 사태에 끼어들면서, 오히려 영화는
첨예한 갈등 사이에 뒤엉킨 진실, <프리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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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두(조인성)가 밥상머리에서 부하들에게 묻고 답한다. “식구가 뭐여?” “같이 밥먹는 입구멍이여.” 병두는 두 종류의 입구멍에서 밥숟가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피땀 흘린다. 달리고 또 달리며, 죽이고 또 죽인다. 병두는 로타리파라는 조폭 조직의 2인자이지만 동시에 여섯명의 새끼 조폭을 자기 식구처럼 거느리고 있다. 그는 식구, 곧 가족이라는 조직 원칙을 부하들에게 무척 강조한다. 유사가족을 먹여살리는 일도 보통이 아니지만 진짜 피를 나눈 식구의 보스 노릇도 만만치 않다. 남편없는 어머니는 병환에 시달리고, 남동생은 건달 동네를 기웃거리며, 여동생은 노심초사해야 할 만큼 어여쁘고 여리다. 철거 위기에 처한 집도 시급히 구해내야 한다. 중간 보스라는 지위와 온몸을 휘감은 용 문신의 품위에도 불구하고 떼인 돈 받아내는 주요 임무를 성심성의껏 치러내는 건 이 많은 식구들 때문이다. 그렇지만 채무 해결의 떡고물로 위신과 생계를 동시에 꾸리기엔 곤란함이 크다. 초등학교 첫사랑 현주(이보영)를 아주
<말죽거리 잔혹사>의 액션 확장판, <비열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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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는 진화의 더딘 과정에 이따금 찾아오는 비약, 이라고 자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는 <엑스맨>(2000) 도입부에 정의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과 <엑스맨2>(2003)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영화의 소사(小史)에서 수행한 역할도 비슷했다. <엑스맨>이 없었다면 <스파이더 맨> 시리즈, <헐크> <배트맨 비긴즈> 그리고 <슈퍼맨 리턴즈>의 기획안은 매우 달라졌을 것이다. <엑스맨>의 ‘X’는 게이, 10대, 유색인, 여성 등 어떤 이유에서든 사회의 소수자라고 느끼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유혹적인 미지수다.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엑스맨>의 돌연변이들에게는 초인이라는 사실이 절체절명의 기밀이 아니다. <엑스맨> 시리즈는 파워를 이미 거기 있는 문제 해결의 도구가 아니라, 해석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한다(<스파이더 맨>
숨가쁜 액션블록버스터, <엑스맨: 최후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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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16강 진출을 결정짓는 이란과 바레인의 예선 마지막 경기. 이란의 모든 축구팬들의 이목이 이번 경기에 쏠려 있기에,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목부터 승리를 외치는 열기는 뜨겁다. 하지만 정작 경기를 응원하지 못하고 밖에서 발만 동동 구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이란의 여자 축구팬들. 여느 남자들 못지않게 그녀들의 축구사랑은 뜨겁지만, 여성은 경기장 안에 들어갈 수 없는 이란에서 소녀들의 축구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다. 남장을 하는 등 나름의 묘수를 동원해 경기장에 잠입하기 위해 애를 쓰던 소녀들은 게임이 시작되기도 전에 군인들에게 잡히고 만다. 그렇게 끌려온 소녀들은 경기장 밖에 임시로 만들어진 약식 구치소에 감금된다. 잠시라도 경기를 보게 해달라고 애원의 목소리를 높여보지만 군인들은 그녀들의 바람을 주제넘은 것으로 치부한다. 아쉬운 대로 한 병사의 어설픈 중계(?)에 귀 기울이며 경기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워보지만, 그럴수록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한 열망은 더욱 달
열혈소녀들의 축구사랑, <오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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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복서의 이야기 <걸파이트>로 데뷔한 카린 쿠사마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 전 지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후 과학자 트레버 굿차일드(마톤 소카스)가 개발한 백신이 500만명을 살린다. 이들은 인공도시 브레그나에서 굿차일드 가문의 통치 하에 살아간다. 2415년, 시민들의 이유없는 실종이 이어지고 여기에 정부가 관여했음이 드러나면서 저항군 ‘모니칸’은 굿차일드 정부를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정부 최고통치자 트레버 굿차일드의 암살을 명령받은 이온 플럭스(샤를리즈 테론)는 임무에 실패하는 대신 트레버와 브레그나에 관한 더 커다란 비밀을 알게 된다.
여전사 계보
할리우드에서는 늘씬한 몸매와 미모를 자랑하는 섹시한 여배우들이 전사의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종종 활용한다. 비단 원더우먼이라는 조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코믹북 문화가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한 듯. 충무로에는 없고 할리우드에만 있는 최고의 여전사들.
<에일리언> 시리즈의 시고니 위버/ 영화 캐릭터
섹시한 여전사의 냉혹한 아름다움, <이온 플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