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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로맨틱코미디를 보는 이유는 뭘까. 해피엔딩이 예정되어 있는 달콤한 사랑 게임을 보며, 현실 속의 나 자신도 그러리란 희망을 품는 걸까, 아니면 실제 사랑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믿기에 오히려 거리두기의 편안함을 느끼는 걸까. 어떤 경우든 로맨틱코미디는 양자 모두한테 만족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우연, 운명, 해피엔딩이라는 비현실과 밀고 당기기, 오해와 난관, 다툼과 화해라는 현실을 뒤섞어놓은, 일종의 무스 케이크니까.
<그녀는 요술쟁이>는 무스 케이크 중에서도 쌉쌀한 초콜릿이나 농축된 치즈가 아닌, 그야말로 달콤한 산딸기 무스다. 꽃이 흐드러진 집 앞에 플랫 슈즈를 신은 니콜 키드먼이 퐁당 내려서는 순간부터 자줏빛 향연은 시작된다. 이제부터는 인간 세상에 살겠다는 마녀 이자벨. 남들은 그 좋은 마녀를 왜 안 하려는 거냐지만, 사랑마저 마법으로 뚝딱 해치우는 그들 세계가 그녀는 지겹다.
비오는 날 머리도 망가져보고, 어딘가 모자라는 남자와 사랑도 해보
코 끝에서 시작되는 아주 특별한 로맨스, <그녀는 요술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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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나라>의 명목상 관심은 북한의 매스게임이다. 아닌 게 아니라 북한의 매스게임은 과도한 정치성만 제거한다면, 체조와 음악 등이 고도의 조화를 이룬 종합예술이라 할 만하다. 물론 여기서 정치성을 떼어내기란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매스게임은 ‘전체를 위한 하나’라는 전체주의의 이상이 가장 잘 녹아든 집체예술이며, 이 과정을 통해 참여자가 ‘진정한 공산주의자가 된다’는 게 북한 지도자들의 논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스게임에 참여하는 두 소녀, 열세살 현순이와 열한살 송연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대니얼 고든 감독은 이들이 어떻게 공산주의자가 되어가나에 관심을 두는 건 아니다. <어떤 나라>는 매스게임을 소재로 내세우지만, 관심만큼은 북한사회의 일상에 꽂혀 있다. 2003년 2월부터 9월까지 고든의 카메라는 노동자 아버지를 둔 현순이네와 교수 아버지를 둔 송연이네 집안 구석구석을 훑으며 밥숟가락은 몇개인지, 도시락 메뉴는 뭔지, 공휴일에는 뭘 하는지 등등 시시콜콜
매스게임을 통해 본 북한, <어떤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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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수의 노래 <옥이의 슬픔>에서 옥이는 “햇빛에 타고 있는 팔월 오후에 권태에 못 이겨” 폼나게 가출했다. 한편 <초승달과 밤배>의 옥이는 먹고살기 위해 집을 나선다. 아니 떠밀려난다. 옥이(한예린)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오라비 난나(이요섭)의 무관심으로 약장수의 트럭에 오르고, 이모할머니 집으로 더부살이를 떠나고, 시립아동보호소에 내팽개쳐진다. 슬픈 얼굴로 내몰리면서도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옥이와 남겨진 가족들의 모습은 김수용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 이원세의 <엄마없는 하늘아래>로 연결되는 한국영화 ‘소년소녀 가장’ 신파물의 계보를 잇는다.
바닷가 마을에서 할머니(강부자)와 단둘이 사는 난나. 갑자기 나타난 젖먹이 여동생 옥이 때문에 난나는 졸지에 보모로 전락한다. 할머니가 일하러 가는 동안 옥이를 돌봐야 하는 난나는 그녀를 버려두고 놀러다니기 일쑤다. 게다가 성장하며 영양실조로 등이 굽어가는 옥이는 난나에게는 ‘쪽팔림’ 그 자
‘소년소녀 가장’ 신파물의 계보, <초승달과 밤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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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급을 해도 모자랄 쉰이 넘은 나이에 갑자기 스물여덟살 새파란 상사를 맞이하여 밑으로 밀려나버린 광고 회사 중역 댄 포먼(데니스 퀘이드). 성질 같아선 그만두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아내는 늦둥이를 가졌다고 알려오고, 딸아이 알렉스(스칼렛 요한슨)는 유명 대학에 합격했으니 입학금만 있으면 된다고 좋아한다. 부아는 나지만 돈은 필요하다. 본의 아니게 댄 포먼을 궁지에 몰아넣은 젊은 사장 카터(토퍼 그레이스)도 고민이 많기는 마찬가지다.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아내는 이혼을 선언한 뒤 떠나버리고, 직장에서는 외톨이나 다름없다. 쾌속승진을 했어도 누구 하나 마음 터놓고 지낼 사람이 없는 그는 외롭다. 혼자 지내게 될 결혼기념일이 두려워 댄 포먼의 집에 억지로 초대 약속을 받아낼 정도다. 카터는 회사에서 마주쳤던 댄 포먼의 딸 알렉스를 그곳에서 다시 만나고, 이제부터 카터와 알렉스는 나이 많은 부하 직원, 또는 근심 많은 아버지를 속인 채 아슬아슬한 연애의 감정을 키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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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어깨에서 인생의 보물을 찾다, <인 굿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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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푸른 지구가 어느 날 외계인들의 일방적인 계획에 의해 파괴된다면? 오싹하겠지만, 쫄지는 마라(Don’t Panic)! 지구가 터질 때 지구와 같이 터져죽지 않고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 지구에 파견 조사 나와 있는 외계인 친구를 미리 사귀어두는 것이다. 물론 당신도 지구가 터질 줄은 미처 몰랐겠고 그 외계인이 (보나마나 지구인처럼 위장하고 살았을 테니) 외계인일 줄도 몰랐겠지만 어쩌다 그 외계인과 당신이 친구여서 우정과 신뢰를 서로 쌓아왔다면 지구가 폭파하기 직전 당신의 친구는 특별히 당신에게만 그 충격적인 소식을 전하며 “친구, 넌 나와 함께 탈출하자꾸나”라는 인정넘치는 제안을 베풀지도 모른다. 참고로 이런 식의 조언은, 아이작 아시모프나 로버트 하인라인 또는 아서 클라크처럼 SF문학사에 길이 남을 위대하고 진지한 작가들은 해준 적이 없다. 국내 관객에게는 다소 생소할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조언, 아니 농담이다. 병원 청소부, 닭장 청소부, 보디가드 등 SF소설과는
웃기는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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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도 화목해 보이지 않는 한 가족이 좁은 차를 타고 여행을 시작했다.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 가족들의 투덜거림과 가식적인 웃음으로 가득 찬 이 자동차 여행은 처음부터 무언가 불길함을 안고 있다. 익숙한 고속도로 대신 낯설고 어두운 지름길을 택할 때부터 공포의 기운이 조금씩 감지된다. 시간은 7시30분에 멈춰 섰고 길은 가도가도 끝이 없다. 가족들은 때마침 길 위에 나타난 하얀 옷의 여자와 아기를 태워준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가족들 사이의 비밀이 하나둘 밝혀지고 그들은 차례로 시체가 된다.
실제로 1918년 네브래스카 주, ‘마르콧’이라는 나선형 구조의 도로가 개통된 다음날, 임신부 한명이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뒤, 이 도로에서는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나타나고 있는데, 1997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한 가족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영화는 이 기이한 도로의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평범해 보이는 가족 내부의 불
가족주의의 균열과 공포, <더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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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바리짱>은 남기남 감독이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 이후 2년 만에 만든 영화이다. 어느 초등학교. 하늘(신윤섭)과 바다(김시명)라는 남학생 두명이 나란히 전학을 온다. 하늘의 아버지는 조직폭력배의 두목이고, 바다의 아버지는 현직 대통령이다. 그래서 엉성한 조폭 네명은 하늘을 수행하고, 웃기는 경호원 네명은 바다의 신변을 지킨다. 하늘과 바다는 같은 반 여학생 미나(강지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갈등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동심으로 다시 친구가 된다. 다른 조폭 패거리가 하늘의 아버지를 위협하기 위해 하늘을 납치하는 사건을 벌이자 반 친구들은 함께 하늘을 구출해낸다.
예상보다 개그맨들의 개그 강도가 높지 않다. 아마도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라는 진심의 말미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바다, 하늘, 미나라는 세 아이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를 따로 갖고자 한 점이 그것을 뒷받침한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아이들의 생활과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친구를
방학 때마다 종종 출현하는 남기남표 아동영화, <바리바리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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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국 남부는 늘 어떤 종류의 비이성이 지배하는 공간이다. <미드나잇 가든>의 사바나가 그랬고, <빅 피쉬>의 앨라배마가 그랬으며, 텍사스로 대변되는 유수의 시골 마을이 그랬다. 허영과 낭만, 허풍과 판타지, 갖가지 괴물과 살인마의 땅. 미국의 다른 도시들이 범죄·스릴러의 주무대가 될 때, 미국 남부는 할리우드식 호러의 토양으로 자리잡았다.
<스켈리톤 키>는 루이지애나의 뉴올리언스를 골랐다. 재즈와 잭슨광장 정도가 떠오르는 이 남부 도시에서 무슨 호러를 만들었다는 걸까. 비틀스, 컴퓨터 해커, 정신병원에 사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만들었던 이언 소프틀리는 그 답으로 ‘후두’(Hoodoo)라는 주술을 꺼내놓는다. (아이티인들과 함께 들어와 역시 뉴올리언스에서 유행했던) ‘부두’(Voodoo)와 혼동하기 쉽지만, 후두는 부두와 달리 종교가 아니라는 게 영화의 설명이다. 주문과 마술, 부적과 약. 주술사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
마지막 한방을 향해 달려가는 스릴러, <스켈리톤 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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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는 우아한 첼로의 선율과 자동차 사고의 굉음을 함께 들려주며 시작한다. 평온한 중산층의 일상이 붕괴되는 소리가 도입부부터 감지된다. 음대 강사 미주(성현아)의 안온한 일상은 의문의 테이프를 받으면서, 그리고 자폐증을 앓는 큰딸에게 첼로를 사주면서 일그러진다. 학점을 나쁘게 받아 유학을 갈 수 없게 되었노라고 행패를 부리는 수강생, 남편이 들여온 말 못하는 가정부, 그리고 느닷없이 죽는 강아지. 미주는 낮에도 헛것을 보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환청에 시달린다. 급기야 함께 사는 손아래 시누이 경란이 결혼을 앞에 두고 목을 매 자살한다. 이 불길함의 리스트는 끝도 없이 늘어난다.
<첼로>는 <링>이나 <주온> <착신아리> 같은 일본식 공포영화부터 중산층 내부의 공포를 다룬 <아카시아>, 경쟁과 질투를 동기로 삼은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등 공포 장르의 온갖 관습을 인용한다. 귀신은 사진 한
죄의식으로 비롯한 악몽의 반복, <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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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페이톤(린제이 로한)의 꿈은 레이서다. 그러나 아버지(마이클 키튼)는 레이서가 되겠다는 딸의 소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학 졸업 기념으로 ‘허비’란 이름의 고장 직전인 폴크스바겐 비틀을 아빠에게 선물받은 매기는 곧 허비가 생각과 감정을 가진 차임을 알아차린다. 허비는 매기를 미국 최고의 카레이싱 경기장으로 이끌고, 매기는 실력 좋은 카레이서 트립 머피(맷 딜런)와 우연히 대결을 벌였다가 이기고 만다. 이를 계기로 매기는 자동차 정비소를 하는 친구 케빈(저스틴 롱)과 함께 아빠 몰래 카레이스에 출전할 계획을 세운다.
국내 관객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관객에게 허비란 이름은 낯설지 않다. 허비는 1968년 <러브 버그>라는 영화에서 이미 주연이 된 바 있는데, 딘 존스와 마이클 리가 출연한 이 영화는 <허비: 첫 시동을 걸다>와 마찬가지로 카레이서와 살아 있는 자동차의 만남을 레이싱에서의 승리로 마무리짓는 훈훈한 가족영화다. 이후 폴크스바겐사의 비틀은 자동차
허비와 린제이 로한의 신나는 모험, <허비: 첫 시동을 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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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나무 잡치기’,‘코끼리 상아 찍기’. 무에타이 기술에 붙여진 이름들이다. 예부터 타이 사람들은 코끼리를 숭배해왔다. 특히 왕에게 바치는 코끼리는 함부러 다뤄선 안 될 진기한 영물이었다. 전편에서 불상을 되찾기 위해 도굴꾼들을 뒤쫒던 토니 자가 이번엔 밀매꾼들에게 빼앗긴 코끼리를 되찾기 위해 머나먼 호주까지 날아간다. 살인사건에 휘말리는 바람에 경찰의 추적까지 따돌려야 하는 캄(토니 자)은 왕실의 근위대였던 조상들의 용맹스러움을 끊임없이 떠올리며 마피아 일당과 맞선다.
<옹박: 두번째 미션>은 훼손된 전통을 복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년의 무용담을 전편에 이어 충실하게 재현한다. 영화의 원제 ‘똠얌꿍’은 타이의 전통음식이지만, 극중 현실에선 매춘과 마약을 일삼는 범죄소굴이다. 비단 코끼리만이 밀반출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된 캄은 “가진 것 없다면 우리 몸이 무기가 되지”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서, 외지에서 자존을 잃고 살아가는
차고, 비틀고, 꺾어라! <옹박: 두번째 미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