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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톱 여배우에게 고용된 한 젊은 어시스턴트의 숙명을 생각해본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부스스한 머리, 그리고 뿔테 안경.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여러 대의 휴대폰을 돌려가며 받을 때에는 단호함이 필요하다. 수많은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는 것도 일이지만, 그녀의 가장 우선순위 업무는 저 멀리서 언제 자신을 호출할지 모르는 스타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영화의 한 장면이고, 그 역할을 연기하는 여배우가 평소 수많은 스탭들을 대동하고 화려한 행사 장소에 나타나는 실제 톱스타라면 이야기는 더 흥미로워진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에서 톱 여배우의 어시스턴트 발렌틴을 연기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그래서 재미있다. 사례 하나. 극중에서 발렌틴이 ‘모시는’ 톱스타 마리아 앤더스(줄리엣 비노쉬)는 자신의 상대 배역으로 캐스팅된 젊은 할리우드 여배우 조앤(크로 모레츠)이 영 신경 쓰인다. 그런 그녀에게 던지는 발렌틴의 한마디란 이렇다. “검색해보셨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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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4 <국제시장>
“미국 로스안젤레스 연결해보겠습니다.” 흥남 철수 때 생이별한 막내동생 막순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울먹거리는 덕수(황정민)를 뒤로한 채 <이산가족찾기> 사회자 김동건 아나운서는 특유의 영어 발음으로 덤덤하게 진행한다. “감정의 굴곡없이 한 호흡으로 내뱉는 말투며, 마이크 온•오프 버튼을 잡고 턱 아래에 댄 채 말하는 자세”는 김동건 아나운서를 똑 닮았다.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 디자이너 앙드레 김, 가수 남진, 씨름선수 이만기와 함께 영화 속 실존인물 중 하나인 김동건 아나운서는 드라마가 고조되는 이산가족찾기 장면에서 관객을 덕수의 감정으로 안내하는 중요한 역할이다. 여기서 중책을 맡은 배우는 황인준(38). “부천 물매 극단에서 연극 <날 보러와요>를 시작으로 15년 동안 무대 연기만 해오다가 <국제시장>으로 첫 영화출연”한 늦깎이 신인배우다. “김동건 아나운서의 길고 날카로운 눈매를 강조하기
[who are you] 황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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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서 오래된 식당, 그것을 우리는 노포라 부른다.” 요리도 하고 글도 쓰는 박찬일 셰프가 18곳의 노포를 소개한 책 <백년식당>을 냈다. “마치 화석 같다. 화석을 보면 지층이 어떻게 축적됐고 지구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노포에는 우리의 근현대사가 그대로 담겨 있다.” 박찬일의 이 말은 <백년식당>이 단순히 노포 ‘기행’이 아님을 짐작하게 해준다. 서울의 평양냉면집, 부산의 돼지국밥집, 대구의 추어탕집, 제주의 순대국밥집 등을 돌며 박찬일은 한결같은 맛으로 꿋꿋이 식당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한다. 그 기록이 꽤 뭉클하다. 올해 6월 말, 서교동 문학과지성사 사옥지하 1층에 차린 그의 이탈리아식 선술집 ‘로칸다 몽로’에서 박찬일 셰프를 만났다.
-레스토랑이 아닌 술집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술을 좋아하니까 술집을 하면 되지 않겠나 싶었다. 로칸다는 싸구려 음식과 술을 파는 이탈리
[trans × cross] 노포에서 한술 뜨면 우리가 곧 역사의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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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내, 약속 잘 지켰지요? 이만하면… 내 잘 살았지요?” 암, 잘 살았지. 잘 살았다마다. 아버지만 살아 계셨어도 우리 장남 장하다며 어깨 툭툭 두드려주셨을 거다. 열두살엔 한국전쟁으로 피난길에 오르고, 스물여섯엔 서독에 가 광부로 일하며 외화를 벌었다. 갱도에 갇혀 죽다 살아났고, 고국으로 돌아와 처자식 데리고 이제 좀 살 만하다 싶었는데 이번엔 베트남에 파견 가란다. 어쩌랴. 고모가 눈물로 지켜낸 가게를 내놓기 싫은 마음에, 철없는 막내동생 시집가겠다는 성화에 서른 넘어 어렵사리 붙은 대학 합격증도 치워버리고 목숨 걸고 베트남 정글로 날아갔다. 목숨줄 대신 다리 한짝 잃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면 다행. 젊어서 한 고생이 슬슬 복으로 돌아오는지 마흔 고개를 넘겨서는 피난길에 잃어버린 여동생도 찾고, 자식들 모두 시집, 장가보내 토끼 같은 손자, 손녀까지 얻었다. 대체 누구의 삶이기에 이토록 파란만장하냐고? ‘그때 그 시절’은 다 그랬다. 특별할 것 없는 그냥 ‘아부지’들의
[황정민] 우리 아버지들처럼, 하루하루 배우의 역사를 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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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모그래피
영화
2014 <빅매치> <역린>
2013 <더 테러 라이브> <관상> <은밀하게 위대하게> <노브레싱>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드라마
2014 <정도전>
2013 <구암 허준> <기황후>
2012 <대왕의 꿈>
“운전 장면이 그렇게 많았다는 건 기술 시사 때 처음 알았다. (웃음)” <빅매치>에서 하드 드라이버 수경(보아) 대역을 맡은 이명규는 “웬만한 장면은 배우가 다 소화했다”라며 자신의 공보다 보아의 운전 실력을 더 치켜세웠다. 보아의 대역으로 그가 참여한 건 단 두 장면. 대로변에 세워진 안전 콘을 자동차 옆면으로 긁으면서 지나가는, 디테일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장면이었다. 가장 공들인 다른 장면은 ‘통편집’됐다. “전륜 차로 후륜 차처럼 드리프트(차체를 틀면서 슬라이드하는기술)해 한번에 지하주차장으로 후진하는 장면이었
[STAFF 37.5] 액션? 체구가 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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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헥터의 ‘행복 찾아 삼만리’를 유쾌하고 따스하게 풀어놓은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프랑수아 를로르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프랑수아 를로르는 프랑스 파리의 정신과 의사이자,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 <꾸뻬씨의 행복여행> <꾸뻬씨의 시간여행> 등 ‘꾸뻬씨’ 시리즈로 유명해진 작가다. 그에게 가장 최근 행복을 느낀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더니 “바로 몇분 전, 11개월 된 아들과 놀면서 행복을 느꼈다”는 답이 돌아왔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하는 프랑수아 를로르와 책, 영화,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서면으로 나눴다.
-책과 영화의 차이 중 하나는 꾸뻬가 여행을 떠나는 결정적 동기인 것 같다. 소설 속 꾸뻬는 행복을 적극적으로 찾고 싶어 떠나지만 영화 속 헥터는 불행한 삶과 현실의 매너리즘을 타계하고 싶어 떠난다.
=차이를 잘 짚었다. 꾸뻬는 이타적인 자극에 의해 행복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자신의 환자들을
[flash on] 행복에 대한 지나친 몰두가 행복을 방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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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문을 연 미국 최대 영화 정보 사이트 로튼 토마토의 공동 창립자 패트릭 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로튼 토마토는 전문 비평가와 일반 유저들의 영화 리뷰를 두루 모아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만든 사이트다. 특히 ‘영화가 얼마나 신선한가’에 따라 ‘토마토 지수’를 매기는 재미난 평점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패트릭 리를 만나 로튼 토마토의 창립의 순간을 되짚어봤다. 비록 그가 로튼 토마토를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언제나 ‘신선한’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겠다는 그에게 들어볼 이야기는 충분히 많았다.
-대학 동기들과 재미삼아 시작한 로튼 토마토가 돈이 되는 사업이 될 거라고 예상했나.
=사이트를 연 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로튼 토마토에 접속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로튼 토마토가 당시 가장 ‘핫’한 영화 사이트로 뽑히는가 하면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사이트 중 하나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벅스 라이프>(1998) 개
[flash on] 이제는 중국에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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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데 ‘호’ 해주기, 음식 떠먹여주기, 직접 만든 꽃다발 선물하기. 이 애정행각은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리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에서 결혼 76년차 노부부의 주된 일상이다. 우연히 끼어든 죽음도 그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위대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진모영 감독은 이 영화가 단순한 노인영화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소수자들을 위한 방송다큐멘터리를 찍어온 그는 고 이성규 감독의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2013)의 프로듀서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그의 장편 연출 데뷔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올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이다.
-영화를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독특한 인물을 찾던 중에 KBS <인간극장> ‘백발의 연인’편이 눈에 들어왔다. 방송을 보다보니 두분의 사연이 정말 굉장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부부로 산다는 게 무엇인지에 대한 큰
[flash on] 사랑의 힘으로 해내는 작지만 큰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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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감독은 미국의 어느 유력 매체의 기자가 자신에게 했던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전하며 인터뷰의 말문을 열었다. “그 기자가 어눌한 한국말로 이러더라, 한국 교회, 왜 이렇게 또라이예요? 외국인들이 한국적인 풍광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붉은 십자가다. 외국은 그렇지 않다. 십자가가 그렇게 많은 곳은 무덤뿐이다. 내게는 그러니까 한국 기독교가 무덤이 된 것처럼 보인다.” 김재환 감독의 신작 <쿼바디스>는 그 수많은 십자가들을 향한 냉철한 자성의 목소리이며, <트루맛쇼> <MB의 추억>에 이은 통렬한 풍자화다.
-<쿼바디스>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자주 방영해주던 영화의 제목이라 낯익다. 제목을 패러디하려는 의도였나.
=1951년 <쿼바디스>를 물론 염두에 두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맥락이 있다. 나는 나의 전작들을 ‘역지사지 프로젝트’라고 부른다. <트루맛쇼>에서는 미디어가 하는 행태 그대로를 빌려와 미디어
[김재환] 목사 믿는 환자인가, 예수 믿는 신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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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물리학도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남자와 프랑스어와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있다고 응수하는 여자. 신을 믿지 않는 남자와 영국 국교회를 믿는 여자. 커피잔 속에 스며들어가는 우유의 움직임을 보며 우주의 시작을 고민하는 남자와 누군가가 쓴 글을 보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여자.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두 주인공,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과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가 사랑에 빠질 확률은 화성과 금성이 충돌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수많은 불가능의 확률을 뚫고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순간, 새로운 우주가 열린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이 두 연인이 만들어낸 사랑의 우주에 대한 영화다. 그리고 스티븐 호킹을 연기하는 영국 배우 에디 레드메인은 이 거대한 우주의 한축이다. 케임브리지의 전도유망한 천재 물리학도였던 호킹은 어느 날 갑자기 교정에서 쓰러진 뒤 루게릭병에 걸려 앞으로 살날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에디 레드메인] <사랑에 대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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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감동. 대구에서 태어나 30년을 살다 서울 생활을 했고 결혼해서 구미에 정착한 40대 만화가 김수박이 생각하는 만화의 핵심이다. 그는 용산참사를 다룬 <내가 살던 용산>에 참여했고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를 다룬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사람 냄새>(이하 <사람 냄새>) 등을 그린 작가다. “이 작품(<사람 냄새>)에도 재미가 있어요. 르포 형식으로 그렸지만….” 맞다. 얼핏 보면 재미없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처럼 생긴 그가 웃을 때는 영락없는 개구쟁이의 눈빛이 되는 것처럼 그의 만화는 진지하다가도 웃기다. 코끝이 찡해지는 감동도 있다. 신작 <메이드 인 경상도>도 이런 만화의 핵심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지역감정을 다루고 있지만 그 안에는 작가 본인의 기억에 의지한 1980년대를 사는 김갑효(작가의 본명은 김효갑)라는 아이를 통한 재미와 감동이 있다. 물론 웃고 울다 보면 독자들의 마음에는 하나의 물음이 생길 것이다
[trans × cross] 새까맣게 몰라서, 새파랗게 질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