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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발연기상’이란 부문이 영화 시상식에 존재한다면 류승룡은 이미 이 부문의 강력한 수상 후보다. 표정으로 해야 할 연기를 발로 하는 것마냥 엉망이라는 뜻이 아니다. 올 한해 류승룡만큼 땅에 발을 밀착시키고 힘차게 전진한 배우는 없으리란 확신에서 하는 말이다. <최종병기 활>에서 병자호란 시절 청나라 장군 쥬신타를 연기하는 그는, 자신이 모시는 왕자를 태워 죽인 ‘그놈’을 잡을 때까지 조선 산천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사냥감을 포획하기 위해 넘어지고 구르는 걸 망설이지 않으며, 급기야 절벽까지 뛰어넘는 쥬신타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은 인물이다.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500%였다. 내가 그랬다. 한국의 벤 존슨(캐나다 육상선수) 같다고. 숲속에서 남이를 뒤쫓는 장면을 통해 류승룡은 진정한 발연기란 어떤 것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김한민 감독의 코멘트처럼 류승룡은 <최종병기 활>을 통해 중년 액션배우로의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류
[류승룡] “해냈다, 끝났다,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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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도리를 쥔 남자를 그리면 그가 곧 최민식이다. 소뼈를 쳐든 남자를 그려놓으면 김윤석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해일의 캐리커처에서는 ‘화염병’이 빠질 수 없다. “연기를 하면서 특별히 누군가에게 가해를 해본 적이 없었던” 그에게 ‘화염병’은 처음 주어진 무기였고, <괴물>은 박해일의 날렵한 매력을 엿볼 수 있는 유일한 영화였다. 그에게 이번에는 ‘활’이 쥐어졌다. 빨리 뛰고 재빠르게 간파해 0.01초 단위의 호흡으로 쏴야 하는 활의 직선적인 성격만큼 박해일이 연기한 남이의 캐릭터 또한 명쾌하다. 납치된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는 오빠. 이중적이거나 때로는 찌질했던 박해일의 캐릭터들과 비교할 때 남이는 숨겨진 모습 따위를 드러낼 겨를이 없는 남자다.
<최종병기 활>은 박해일의 두 가지 갈망이 한데 모인 작품이다. 말과 표정보다는 몸으로 이야기하는 남자를 원했고, 사극을 해보고픈 마음이 있었다. 물론 활에 대한 관심까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나한테 활
[박해일] 몸이 말한다, 배우의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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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은 두 사람 중 한명이 화살에 맞아야 끝나는 이야기다. 박해일의 남이는 뛰어난 지략과 예측 불가능한 화살의 움직임으로, 류승룡의 쥬신타는 막강한 체력과 육중한 활로 서로에게 맞선다. 액션의 스타일은 다르지만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는 두 남자의 충돌은 상당한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영화에서 끓어넘쳤던 두 남자의 긴장감을 다시 재현하려 했다. 박해일은 새처럼 날아올랐고, 류승룡은 바위처럼 묵직했다. 두 배우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류승룡, 박해일] 라스트 액션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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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실종사건, 사건의 목격자는 시각장애인 여성이다. ‘보이지 않는’ 눈은 <블라인드>의 사건을 해결하는 가장 결정적인 단서다. 장애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스릴러적인 장르의 쾌감을 전달할 도구로 재치있게 사용된다. 그러나 안상훈 감독은 이 장르적 재미 안에서 편견에 치우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직시할 것을 권유한다. <블라인드>가 스릴러보다는 한편의 따뜻한 휴먼드라마에 가까운 울림을 주는 것도 이 주제의식 때문이다. 공포영화 <아랑>(2006) 이후 오랜만에 두 번째 작품을 연출한 안상훈 감독을 만났다.
-데뷔작 <아랑> 이후 휴지기가 길었다. 첫 영화의 부진이 가져온 결과가 아닐까 지레짐작을 하게 된다.
=영화 끝나고 다시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전문사 대학원 과정)에 갔다. 학교 다니다가 운 좋게 연출 데뷔하고 나니 주변에서 뭐하러 학교를 다시 가냐, 빨리 다음 작품 들어가는 게 좋다, 하더라. 내 생각엔 아무래도 학교는 마
[안상훈] 뭐든 자신 있다 멜로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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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동화 원작에서 출발했다는 걸 알고 나면 그 원작이 궁금해지고 그걸 쓴 원작자가 궁금해진다. 이미 베스트셀러에 오른 유명 작품의 원작자이지만 우리는 황선미 작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그녀에 관하여, 그녀의 작품 세계에 관하여, 그녀 작품의 배역들에 관하여. 매해 지금의 계절이면 여행을 떠나 작품 구상과 집필에 매진한다는 황선미 작가. 캐나다에 있는 그녀에게 질문지를 보냈고 답장을 받았다.
-동화에 앞서 먼저 등장하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유년 시절에 폐가 나빠 군인이나 경찰, 형사처럼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아이’가 지금은 작가가 되었다는 말이 그러했습니다. 유년 시절의 건강과 그에 관련해 가졌던 꿈과 소망에 대해 좀더 구체적인 사연 혹은 이야기가 듣고 싶습니다.
=머리말에 적은 그대로예요. 폐병 환자였거든요. 그것도 심각한. 지금도 엑스레이를 찍으면 폐에 흔적이 커서 의사가 재검을 해보는 게 어떠
[황선미] 죽음도 생태계의 부분이란 걸 아이들도 아름답게 이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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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에서 차예련은 석유시추선의 연구원이다. 온몸에 기름을 뒤집어쓰고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다른 대원들과 달리 점잖게 하얀 가운을 입은 박사의 모습이다. 3D 액션스릴러영화에서 몸이 근질근질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녀에게 <7광구>는 “비록 비중은 적어도 안성기와 하지원이라는 대선배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만으로도 배울 것이 많은” 영화였다. ‘이게 우정출연이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정작 가장 짧은 시간, 가장 많은 것을 얻어간 배우가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후 출연하게 된 작품이 바로 ‘차예련의 재발견’이라 불린 TV드라마 <로열 패밀리>다. JK가의 가풍을 거스르고 그룹 내 다크호스로 떠오른 ‘조현진’을 연기하며 전혀 색다른 매력을 뽐냈다. 똑 부러지는 사업적 마인드와 주변 인물들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불같은 야심, 어쩌면 날카롭고 명쾌한 마스크의 차예련이 지금껏 가장 편해 보인 작품이기도 했다. 그렇게 차예련은 지금이야말로
[차예련] 내 연기, 이제 청바지 입었으니 상의만 고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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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드라마 <맨스필드 파크> <브라이즈헤드 리비지티드> 등 주로 영국적인 시대극에 출연했다.
=<퍼스트 어벤져> 출연을 결심한 중요한 이유다. 생각을 멈추고 일을 너무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싶었다. 이미 전작에서 충분히 진지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다. “난 훈련해야 해! 슈퍼걸이 될 테야! 머신 건이 되어야지! 섹시하게 가슴을 열어젖힌 남자들에게 둘러싸여야겠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작품 역시 일종의 시대극이더라. (웃음)
-1940년대가 배경이다. 캐릭터는 어떻게 준비했나.
=외적인 모습으로는 베티 데이비스와 캐서린 헵번, 그리고 우리 할머니를 떠올렸다. 매일밤 머리를 말고 잠자리에 들고, 우유나 계란을 사러 나갈 때에도 빨간 립스틱을 바르는 완벽한 차림새 말이다. 여군인 페기 카터가 되기 위해 전직 해병들과 함께 엄격한 군사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다. 원래 권총만
[who are you] 헤일리 앳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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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를 했던 사람이 얌전하게 있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웃음)” <7광구>에서 오지호는 한 여자만 쫓아다니는 남자다. 영화 속 남자배우들 중 가장 몸이 좋지만 별다른 액션 연기가 없다. TV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장철수가 되어 보여준 ‘꼬라지’는 사라지고, 예능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에서 보여준 파이팅과도 거리가 멀다. <7광구>의 유질분석가 ‘동수’를 연기한 그는 7광구에 석유가 있다고 확신하는 해준(하지원)이 본부의 일방적인 명령에 반발하고, 내내 캡틴(박정학)과 갈등할 때 늘 그 곁을 지킨다. 그렇게 해준의 마음이 어떤지 확인할 길 없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을 완전히 드러내놓고 다니는 ‘순정남’이다. 그런 그를 두고 하지원은 ‘동수바보’의 준말인 ‘동바’라 부르고 다녔다. 그러기에 액션스릴러영화를 택한 남자배우 입장에서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캐릭터다. 이에 대해 그는 “<7광구>는 내 캐릭터 자체보다
[오지호] 순정남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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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안성기라는 배우에게 ‘변신’이란 표현이 어떤 의미가 있으랴만, <7광구>의 새로운 캡틴 ‘정만’은 그의 이전 모습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숨긴 캐릭터다. 김성수의 <무사>(2000) 같은 영화들에서 리더를 연기할 때 그는 정의로운 기품과 온화한 배려심이 넘치는 남자였다. 하지만 <7광구>의 그는 <바운티호의 반란>(1984)에서 앤서니 홉킨스가 보여준 광기까지는 아니라도, <죠스>(1975)에서 오직 상어밖에 모르던 카리스마 넘치는 퀸트 선장(로버트 쇼)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시추 작업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고 결국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은 시추선 이클립스호에 특별히 투입된 캡틴이 바로 그다. 하지만 그의 목적은 철수가 아니라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곧 드러난다. <7광구>를 둘러싼 괴물의 정체를 은폐하고 자신이 직접 잡기 위해서라면 적당한 범죄 정도는 눈감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그와 동시에 생명을 걸고서라도
[안성기] 그만이 할 수 있는 악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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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안젤리나 졸리.’ 액션연기를 많이 한 하지원에게 수식어가 붙은 모양이다. 예전의 ‘호러퀸’에 비하면 근사한 표현은 아니지만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서슬 퍼런 칼로 바람을 가르던 사극 액션물 드라마 <다모>(2003)나 영화 <형사 Duelist>(2005)를 굳이 꺼낼 필요는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하지원은 복싱 글러브를 낀 채 상대선수에게 강펀치를 날렸고(<1번가의 기적>(2006)), 해운대를 덮친 거대한 쓰나미로부터 죽기 살기로 도망다니지 않았던가(<해운대>(2009)). 비슷한 시기에 기품을 갖춘 기생 ‘황진이’(드라마 <황진이>(2006)),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남편 곁을 묵묵히 지키며 지고지순한 사랑을 보여준 아내(<내 사랑 내 곁에>(2008))도 연기했지만 하지원의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 연기가 유독 기억에 남는 건 왜일까(물론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길라임’은 잠시 밀어
[하지원] 여전사는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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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함을 따라갈 수 있는 건 없죠. 지원이는 <진실게임> 때 함께했으니 정말 10년 넘게 봐온 건데 보면 볼수록 믿음직해.”_안성기
“저는 그냥 늘 선생님만 따라했어요. 대본을 왼쪽에 놓으시면 저도 무조건 왼쪽에 놓고. (웃음) 후배 배우들에게 교과서 같은 배우시죠.”_하지원
“뭐 저는 두분에 비하면 영화배우로서는 한참 후배죠. 영화 속 남자들 중에서 제가 제일 몸이 좋은데 계속 가만있어야 해서. (웃음) 두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현장이었어요.”_오지호
‘국민배우’ 안성기와 하지원, 오지호가 <7광구>에서 만났다. 안성기와 하지원은 <형사 Duelist> 등 여러 편에서 이미 호흡을 맞췄고 오지호는 어떻게든 그 속에서 제자리를 찾으려 안간힘을 썼다. 사실상 영화 현장에서 다들 실체없는 괴물과 싸워야 했던 만큼 이야기할 것도 많았다. 실감나는 액션을 해야 했기에 총기는 물론 바이크까지 육체적 소모도 견뎌내야 했다. 마치 아버지와 딸 혹은 오랜 동네
[안성기, 하지원, 오지호] 선배와 후배 환상의 호흡